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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금지법' 반년…"여러분의 직장은 달라졌나요?"

입력 2020-01-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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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5
"병원 사람들은 장례식에 받지 말라"
- '태움' 피해자 고 서지윤 간호사 유서

2019.12.9
"죽기 싫은데 어쩔 수 없는 선택"
- 회사 기숙사에서 사망한 김모 씨 유서

극단적 선택 배경엔 직장 내 괴롭힘 의심…

"뚱뚱해서 모른다"
"네가 우리 기쁨조야"
"무언의 괴롭힘이 무서워요"
"가해자는 감봉, 피해자는 퇴사"
- 직장갑질 119 상담사례 중

85.9% "우리 사회 갑질 심각"
갑질 대처엔…
63.3% "그냥 참았다"
 -국무조정실, 어제 국민인식 조사결과 발표 

여러분의 직장은 달라졌나요? 

[앵커]

오는 16일이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된 지 꼭 반년이 됩니다. 직장은 달라졌을까요. 괴롭힘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회사는 더 심해졌습니다. 신고를 해도 인정받기까지 또 다른 고통이 따릅니다.

여전한 괴롭힘의 실태를 박유미, 윤재영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기자]

[이모 씨/전 보육교사 : 착복도 착복이지만 선생님들을 많이 괴롭히셨어요. 새벽 3~4시까지 일을 시키고 수당은 안 주시고…]

위탁기관인 구청에 알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모 씨/전 보육교사 : (구청은) '왜 우리한테까지 연락이 오냐, 알아서 적절하게 처리를 해라' 그럼 원장님이 바로 화내요. 왜 그런 걸로 전화했냐, 왜 얘기하냐…]

괴롭힘은 더 심해졌습니다.

[이모 씨/전 보육교사 : '원장님 말을 잘 듣겠다' 각서를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교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감시 아닌 감금이 돼 있었어요.]

보육교사들은 원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재취업 때문에 신고도 꺼립니다.

[이모 씨/전 보육교사 : 그 어린이집이 나쁘면 바로 못 나와요. 1년을 참아요. (법 시행이) 의미가 없죠.]

상시근로자가 5명이 되지 않으면 아예 법 적용이 안됩니다. 

[박모 씨/사회복지사 (전남) : 군청에 담당자 찾아가서 노상 얘기했어요. 너무 힘들다. (군청에선) 고용노동부에다가 신고를 해보래요. (고용부에선)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관여를 안 한다… 항상 말뿐인 행정인 거예요. 소극적 행정.]

회사 규모에 따라 반응은 달랐습니다.

대기업 직원들은 갑질이 줄었다고 느꼈지만 작은 회사에선 오히려 더 늘었다고 했습니다.

작은 회사는 사장이 가해자이거나, 징계나 실직의 걱정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곳에 오면 이런 진정서를 통해 직장내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으로 보호받기까지 이후로도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A씨는 지난해 노동청에 상사의 폭언과 성추행을 신고했습니다.

상사는 감봉 징계를 받았지만, A씨는 악소문에 시달렸습니다.

[A씨 :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냐고. 저를 모함하고. 2차 피해는 고스란히 제가 겪고.]

경남 김해시의 한 제조회사에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보고하라'는 지침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젠 신고했던 피해자들이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 사무장 : 자주 회사에 불려가는 것도 힘들고, (가해자)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처벌 받지도 못하고 본인만 손해 보는 것 같다…]

괴롭힘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밀양의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던 김모 씨는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엔 업무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말과 상사 이름이 있었습니다.

[김상범/유가족 : 직장 내 갑질, 원하지 않는 상사의 괴롭힘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괴롭힘은 없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노동청이 조사를 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건 주의를 주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노동부가 처리한 사건을 보면 당사자 취하로 마무리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만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점도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천 건 넘게 사건 처리가 됐는데, 형사처벌 대상인 검찰 송치 건은 단 9건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괴롭힘에 힘들어하고, 신고하면 2차 피해라는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지수 / 영상디자인 : 유정배·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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