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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입학하면 집이 공짜" 시골학교의 분투

입력 2019-11-14 21:30 수정 2019-11-1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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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전남의 한 초등학교가 "신입생 가족에게 공짜로 집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학생이 너무 줄어서 이런 '파격 제안'을 내 논 겁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전남 화순군 산골짜기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전교생 3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인데요.

최근 이 학교가 이곳에 입학을 하면 집을 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전교생 27명, 내년엔 6학년 10명이 졸업하고 1학년은 단 두 명이 입학하는 상황.

학교는 외지에서 학생을 끌어들일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특히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생각해, 집 두 채를 마련해 신입생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상임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경순/아산초등학교장 : 시설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해하시는데. 집이 없어서, 주택을 마련하고 싶은데 시골분들이 팔지를 않아요. 학부모들이 그것을 아쉬워하면서 돌아가시고 그랬어요.]

이 곳은 화순군 북면의 유일한 초등학교.

1994년부터 13년간 북면에 있던 초등학교 4곳과 분교 1곳이 이 학교로 통폐합됐습니다.

통학버스는 매일 등하교 시간 면 전체를 다니며 아이들을 태웁니다.

학교와 가까운 마을을 가봤습니다.

곳곳이 빈 집입니다.

매매가 안 돼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금막동/전남 화순군 북면 : 자제분들이 서울에서 안 팔고. 조상님들이 사는 집인데 자녀들이 팔 수가 있냐? 그런 사람도 있고. 또 (가격이) 오르면 팔려고.]

마을이 점점 비어가다보니 주민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낀다고 말합니다.

[마을회관 주민 : 차만 한 대라도 다녔으면 했어. 차가 없어. 여기는 끊어 버렸어. 너무 갑갑해. 병원에 갈래도 여기서 택시 불러가지고 학천까지 가고.]

지난 10년간 이곳의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50대 미만의 인구 감소가 눈에 띕니다.

[조행동/전남 화순군 북면 :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도 없을뿐더러 기존에 살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도 다 떠나게 된다. 젊은 사람이 없는 지역은 과연 몇 년이나 갈 것인가?]

학교 건물 옆에선 새로운 학생들이 생활하게 될 집을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원래는 교사들의 관사가 있던 자리였다는데요.

다음 달 공사가 완공되면 두 가구가 살 집이 완성됩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2층으로 높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집을 새로 짓는데 들어간 예산은 약 3억 원.

지역주민의 지지 아래 교육청과 군청이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화순군청 : 현재 저출산, 고령화로 매우 침체된 농촌지역 문제도 해결되고. 인구 유입 효과도 저희들이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집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학교 살리기에 온 지역이 힘을 쏟은 건 이곳뿐만 아닙니다.

전남 강진의 한 초등학교는 외지에서 온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는 유학센터를 운영합니다.

지역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예산을 지원해 세운 겁니다.

학생 가족이 이사 오면 동네의 빈집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학교가 연결하고 지자체가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최용/옴천초등학교장 : 학교에서 하고 있는 특색있는 산촌 체험 프로그램을 매력적으로 생각해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3년 15명에 그쳤던 학생 수는 현재 4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김수현/옴천초등학교 2학년 : (뭐가 좋아요?) 공기가 좋아요. 또 나무를 밟으니까 왠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 학교들은 아이 하나가 사라져가는 마을을 지탱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 /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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