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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착륙을 준비합니다'

입력 2019-11-14 21:33 수정 2019-11-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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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각자 다른 차선에서 달리는 버스 기사들이 서로를 향해서 경례를 하거나 눈인사를 나누는 장면들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고됨을 헤아리고 있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신호.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한층 적막한 하늘에서 한밤중에 지루한 밤샘 비행을 할 때 다른 항공기가 접근하는 걸 보면 착륙등을 잠깐 깜박일 것이다"
- 마크 밴호네커 < 비행의 발견 >

영국 항공의 선임 부기장인 마크 밴호네커는 그 장면을 묘사하면서 "각각의 비행기가 상대편에게 빛의 이정표가 돼주기 위해서 창공을 비행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늘(14일) 점심 무렵 구름 위에 하늘의 모습은 어땠을까…

비행기들의 항로를 표시해주는 사이트를 들여다보니 오늘 낮 1시 5분부터 40분까지 35분 동안 지상 3킬로미터 이상 상공에는 수많은 항공기들이 동글동글 맴을 돌며, 착륙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장입니다. 수능시험 관계로 착륙이 잠시 지연되고 있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정창재/에어부산 기장 (실제 기내방송을 재구성하였습니다)

행여나 수능시험 듣기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를 우려한 모두의 배려였지요.

해외의 어느 언론은 시험 하나에 온 나라가 멈춰서는 소동을 비웃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무려 12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온 학생들에게 세상이 보내는 그 응원의 마음은, 함부로 폄훼하기 어려운 그 무엇…

그리고 이제…

오늘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지금쯤 다들 집으로 돌아갔을까…

한편으론 홀가분한 밤을 보내고 있겠지만 저마다의 마음은 부대낄 것입니다.

세상일이란, 교과서처럼 공평하지도, 그리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을 이미 그들도 알게 되었을 터이니 말입니다.

"모든 착륙은… 가능성에서 확실함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아마도 누군가의 사랑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 마크 밴호네커 < 비행의 발견 >

그래도 오늘 밤만은 그 길고도 고된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한…

평범해서 기댈 곳 없었던 모두에게 보내고 싶은…

짧은 위로와 격려의 신호.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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