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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선 승자 두테르테 경제정책 "깜깜 베일 속"

입력 2016-05-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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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선 승자 두테르테 경제정책 "깜깜 베일 속"


'더티 해리' 혹은 '필리핀 판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필리핀 신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필리핀 정계 뿐 아니라 경제 및 외교계도 긴장하고 있다. 두테르테가 '막말 강성 정치인'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외교 정책이나 경제철학 등은 대부분 두터운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6.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은행(WB)으로부터 '떠오르는 호랑이'라는 칭송마저 들었다. 그러나 경제 문외한인 두테르테의 집권으로 필리핀 경제 성장 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분쟁은 물론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의 마찰마저 예상되고 있다.

필리핀 선거감시단체 PPCRV는 10일 89%의 개표 상황에서 두테르테가 38.6%를 득표, 집권자유당(LP) 소속의 로하스 후보(23.1%)를 큰 표차로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 베일에 싸인 두테르테 경제정책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두테르테 필리핀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정책은 베일에 싸여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에브 힌치클리프 미국상공회의소(ACCP) 의장의 말을 인용해 "(두테르테는) 경제와 관련한 공식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두테르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필리핀 증시는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두테르테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굳히기 시작하면서 필리핀 화폐인 페소화의 가치는 그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6.3%의 경제성장률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한때 '아시아의 병자' 소리를 듣던 필리핀은 이제 '아시아의 떠오르는 호랑이'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는 필리핀 사람들이 변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FT는 두테르테가 10만 명의 범죄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치안을 개선시키겠다는 공언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말'을 앞세우고 결실이 없는 민주주의 방식에 염증을 느낀 필리핀 국민들이 '말'보다는 '주먹'을 앞세우는 강력한 통치자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필리핀 최대 은행인 '방코 데 오로 유니뱅크(Banco De Oro Unibank)'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조너선 라벨라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 간의 경제개혁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테르테 정권은)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시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인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과 마누엘 로하스(집권 자유당 LP) 전 내무장관 등은 아키노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을 계승하면서 개혁도 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지만 두 사람 모두 22% 안팎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BBC방송은 9일 이번 필리핀 선거의 핵심 이슈는 부패와 가난, 불평등 이었다고 보도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6년 재임 기간 동안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그 파이는 부유한 이들의 차지가 됐을 뿐 불평등은 심화되기만 했다는 것이다.

BBC방송은 투표율이 무려 81%를 기록한 것은 불만을 품은 국민들이 새로운 선택을 위해 투표장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미국 등과 외교충돌 우려

두테르테는 세계 무대는 물론 필리핀의 중앙 정치 무대와는 거리가 있었던 인사이다. 두테르테는 지난 11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처럼 험한 막말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필리핀 주류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일 뿐 아니라 입이 몹시 거친 점 등 트럼프와 닮은 점이 많아 '필리핀판 트럼프'라는 평을 듣고 있다.

두테르테는 중국에 대해서는 갈수록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의 영토분쟁과 관련해 그는 자신이 직접 제트스키를 타고 가 필리핀 국기를 꽂겠노라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필리핀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국을 상대로 남중국해 분쟁 조정신청을 했다.

필리핀의 오랜 우방인 미국도 긴장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지난 4월 자신을 비판하는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호주 대사에 대해 "입닥치고 있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두 나라와) 외교관계를 끝장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국과 호주 대사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두테르테의 망언에 대해 비난을 했었다. 두테르테는 한 유세 현장에서 1989년 다보스 교도소 폭동 당시 집단 성폭행을 당해 숨진 호주 선교사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그는 아름다운 미국 여배우처럼 생겼다. 그가 성폭행을 당해 화가 난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시장이 먼저 (성폭행을) 했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AP통신은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의 동남아시아 외교 정책에 있어 핵심국가인 필리핀과의 관계에 새로운 갈등이 초래될 수있다고 최근 지적한 바 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필리핀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차기 필리핀 정부와 강력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에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 출신인 비크람 싱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테르테를 비롯해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으로부터의 막중한 압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원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 필리핀 민주주의 시험대 올라

두테르테는 자신의 입으로 독재자가 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는 당선이 확실시 되던 즈음인 10일 자신의 고향인 다바오에서 "나는 엄하게 할 것이다. 나는 독재자가 될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범죄와 마약, 관료들의 부패 등 악의 세력에게만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국민들의 명을 극진한 겸손(extreme humility)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깨어 있는 시간은 물론 잠자고 있을 때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겸손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드물다. 오히려 필리핀이 독재시대로 회귀할 것이라는 걱정이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두테르테는 다보스 시장을 하면서 자경단을 조직해 범죄자들을 직접 처벌하는 등 초법적인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다. 법보다는 주먹을 앞세웠던 것이다.

그는 다바오 시장을 7번 지냈다. 다바오 시장을 하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다. 악명 높은 법집행으로 그는 '징벌자(The Punisher)'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1990년 대 시장 재임시절 초법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암살단을 운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는 최근 한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다보스 범죄자들을 살해하는 일에 가담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해 한 연설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시킨 요인으로 "그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대로 두테르테는 범죄자에 대해서는 아주 잔혹하게 대했다. 그에게 '두테르테 해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더티 해리'라는 영화의 잔혹한 주인공에 빗대어 붙인 이름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범죄자들을 직접 죽인 뒤 대통령의 사면권을 자신에게 적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보스 시민들 상당수는 이런 두테르테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한 버스기사의 말을 인용해 "다바오 경찰들은 제 몫을 하고 있다. 모든 게 두테르테 시장의 덕이다. 범죄자들은 시장을 두려워하고 있다. 경찰들도 시장을 두려워하고 있다. 경찰은 자신들의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언행으로 숱한 물의를 빚어왔다. 두테르테는 선거유세에 몰려든 여성들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한 선거 이벤트에서는 자신이 두 명의 아내와 두 명의 애인을 두고 있다고 자랑을 했다. 스스로 오입쟁이임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애인들을 싸구려 여인숙에 묵게 하고 있으며 자신과 잠자리를 할 때는 모텔로 불러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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