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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청문회 '현대사 시험' 5.16…질문과 답변 적절한가

입력 2015-11-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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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6은 쿠데타인가 혁명인가. 인사청문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질문들입니다.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역시 이 질문이 나왔고 답변 내용 역시 또 논란이 됐습니다. 뻔한 질문 같은데 왜 자꾸 이 질문을 던지는가, 그리고 왜 던질 때마다 매번 논란이 되는가. 오늘(23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그동안 장관 후보자들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이 조금씩 달랐죠?

[기자]

예, 2013년 초부터 장관뿐 아니라 새로 임명되는 경찰, 검찰, 군 간부에게도 빠짐없이 이 질문이 나왔는데, 우선 상당히 많이 나온 답변 유형이 이런 겁니다. 들어보시죠.

[정홍원/전 국무총리 (2013년 2월 인사청문회) : (5·16은)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고, 저도 찬성합니다.]

'기록돼 있는 대로 찬성한다, 존중한다'라는 이른바 '인용형'인데,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정종섭 장관처럼 본인의 저서에 쓴 바와 생각이 같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정종섭 장관은 책에 뭐라고 썼는데요?

[기자]

군사정변을 쿠데타라고 표현했는데, 그 저서를 보면 된다고 얘기했는데요. 청문회 중 쿠데타라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이겁니다.

[조윤선/전 여성가족부 장관 (2013년 3월 인사청문회) : 제가 그 문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 정도의 깊은 공부는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잘 알지 못하니까 답을 하기 힘들다면서 답을 미루는 거군요?

[기자]

이른바 '유보형'으로, 비슷하게는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다'(서승환)라든가 '역사적 사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데 5.16은 혁명이라는 많은 의견도 있다'(황교안)는 식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에는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의 발언처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므로 개인적 견해는 밝히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직책을 핑계로 답변을 피해가는 '회피형'도 꽤 있습니다.

[앵커]

유형이 꽤 여러 가지로 나타나긴 하는군요. 그런데 잘 모르겠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왜냐하면 계속 이 질문이 나왔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연구하셨을 텐데… 그 답이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마는. 일단 알겠습니다. 또, 정면으로 부딪친 경우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비서실장입니다.

모두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때 5·16은 "쿠데타다" 명확하게 말을 했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발전이 조금 늦어졌다"라고까지도 했는데, 이런 소위 '소신파'는 단 두 명이었습니다.

이런 발언들을 유형별로, 또 시간대별로 직접 정리해 봤는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한 가지 눈에 띄는 추세가 있었습니다.

[앵커]

어떤 추세입니까?

[기자]

처음에는 소신형, 인용형, 유보형이 많이 있다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소신형, 인용형은 없어지고 유보형과 회피형이 많아지는 추세인데요.

2015년의 경우, 중앙선관위원이나 감사원장 같은 독립기관장을 제외하곤 올 들어 정부 인사 중 소신형은 아예 사라진 모습이고, 교과서를 인용하는 경우조차 줄었습니다.

정치평론가 중에선 이런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로 볼 때 "인사청문회가 국정 역사교과서 정국과 맞물리면서 국무위원 후보들이 더 부담을 느낀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개인 성향이나 역사관 탓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추세가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앵커]

여러 가지 유형 중에 '인용형'을 보면, 법원의 판결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다면 법원 판결은 지금 어떻게 돼 있습니까?

[기자]

네, 교과서와 법원 판결을 같이 살펴보면요.

교과서 집필할 때 기준으로 삼으라고 교육부가 내놓은 편수자료집을 보면 5.16을 분명히 군사정변이라고 못 박았고, 이에 따라 실제 고교 역사교과서에도(교학사) 그렇게 표기가 돼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199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결정문을 통해 5.16을 쿠데타로 규정했고, 대법원 역시 4년 전 국가보도연맹 피해자들이 낸 국가 상대 소송에서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박 대통령 당선 관련해 낸 기사에서도 쿠데타라는 단어를 쓰고 있고, BBC가 정리한 한국 연대기에도 '1961년 쿠데타'로 기록돼 있으니 해외 언론의 시각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교과서적으로나 법원 판단 면에서나 5.16 쿠데타에 대한 이견이 없는 것 같은데… 법원 판단에도, 교과서에도 이렇게 나와 있는데, 굳이 왜 청문회 때마다 물어봐서 사람 입장 곤란하게 하느냐,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단 말이죠?

[기자]

네, 그런 지적 나오고요.

한 장관 후보자가 계속되는 추궁에 "쿠데타가 맞다"는 식으로 답했더니 되레 "대통령과 인식이 다른데 소신 있게 잘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은 한 야당 의원의 태도도 문제가 된 적 있는데요.

그래서 '직무와 관계없는 단편적 질문으로 곤경에 빠뜨릴 게 아니라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자라면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고 그럴 의지가 있는지 묻는 '헌법 충성' 질문은 꼭 필요하다"(한상희 교수) "국민들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의원이 질문을 하는 것을 두고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장영수 교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런 논쟁이 과거 정부에선 어땠습니까?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대선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어제 서거한 김영삼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5.16은 분명히 쿠데타다. 우리의 역사를 후퇴시킨 하나의 큰 시작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게 쟁점이 될 여지가 없던 건데, 지금은 좀 상황이 그때와 많이 다른 만큼 앞으로 또 인사청문회마다 이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와 함께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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