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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체육 폭력 신고 시스템 폭로 그 후…피해자들은 아직도 울고 있다

입력 2018-06-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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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체육 폭력 신고 시스템 폭로 그 후…피해자들은 아직도 울고 있다


가슴 아프지만, 체육계에서 폭력은 늘 비슷하게 취급됩니다. 사건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그 처리 방식은 '제 식구를 감싸듯'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곤 했습니다. 체육계의 폭력은 수직적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게 많고, 처벌이나 징계가 진행되더라도 폐쇄적인 구조에서 때론 흐지부지 감춰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3년간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로 접수된 (성)폭행 사건 처리결과 자료는 체육계가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체육계에선 폭력 사건이 신고된 후 처리 과정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민원취하'로 종결된 사례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지난 3년간 신고 접수된 59건 가운데 12건이 민원취하나 합의로 종결됐습니다.

이번 취재는 '취하'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며 출발했습니다. 그 사건들을 파고들었더니 이제껏 들어보지도 접해보지도 못했던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접수된 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할 체육회가 신고자도 모르게 신고를 취하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체육회에 신고한 핸드볼 선수 A의 사례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체육회에선 일찌감치 신고 취하로 종결한 사건이었는 피해자의 어머니는 그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네? 제가 취하를 했다고요? 전 그런 적이 없는데요?"

A선수의 어머니가 뭔가 착각하고 있나 싶어 체육회에 A선수 측이 낸 민원취하서가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체육회는 처음엔 취하서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재차 묻자 "다시 확인해보니 취하서는 없네요"라고 답했습니다. 폭력 피해를 신고한 선수와 어머니는 취하한 적이 없는데, 체육회가 접수된 사건을 신고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종결한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던 학생들은 코치를 폭행으로 대한체육회에 신고했는데, 조사 담당자가 취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A 선수는 당시 들은 '취하'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신고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현재 야구를 그만뒀고, 해당 코치는 다른 곳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대전의 한 대학 검도부 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운동선수의 신고내용은 이렇습니다.

'하의 탈의를 요구함. 다른 선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00까지 다 벗었음.'
'뺨 5대를 때리고 1시간여 무릎을 꿇고 있게 하였음.'

그런데 신고 후 열흘 만에 '미미한 오해에 대해 해명되었다'며 민원을 취하했습니다. 해당 선수 B씨를 만났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독님이 지도자를 그만둔다고 해 신고를 철회한 건데…" 

B씨는 운동을 그만뒀고, 지방 검도회 이사직까지 거친 해당 지도자는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B씨의 신고 철회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겁니다.

폭력을 신고해도 피해자도 모르게 취하되곤 하는 어설픈 체육계 신고 시스템. 감추고 싶지만, 이 또한 체육계의 현실이었습니다. 구제받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피해자들의 모습이 아프게 교차했습니다.

대회체육회는 보도 직후 잘못을 인정하며 지난 3년간 취하된 사건들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현재 체육계 스스로 문제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을 대폭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사법경찰권이 부여된 독립된 조사기구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체육회와 문체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로 인해 체육계 폭력이 아예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체육계 폭력에 적절한 징계나 처벌로 귀결되는 문화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체육계 폭력에 대처하는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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