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사건+] '아이 몸에 끈 묶은 엄마 논란' 그 뒷이야기

입력 2014-04-14 09:50 수정 2014-04-14 18:5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인천 부평역에서 한 엄마가 아이를 끈에 묶고 있는 사진이었는데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모자였습니다. 엄마는 길에서 아이를 키워서 잃어버릴까봐 그랬다는데, 오늘(14일) 사건플러스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 자세히 알아봅니다.

먼저 박상욱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한 아이가 가슴에 끈을 묶은 채 바닥을 기어 다닙니다. 엄마는 끈을 잡고 계단 위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SNS에 퍼지며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킨 사진입니다.

사진 속 인천시 부평역을 직접 찾아가보니, 엄마와 아이를 본 목격자들이 이어졌습니다.

[주변 상인 : 만날 길에서 저렇게 끌고, 유모차에다 끌고 만날 이런 데서 그냥 애들이 불쌍하잖아.]

인근 CCTV에서도 모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모자가 역 앞을 서성이는 모습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이 엄마와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경찰은 주변 노숙자들을 수소문한 끝에 인근 여관에서 이들을 찾아냈습니다.

알고 보니 구청에서도 복지 사각지대 조사를 벌이며 행방을 찾고 있던 모자였습니다.

[구청 직원 : 저희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없어져서 그분을 발견하면 연락을 달라고 다시 공문을 보냈어요.]

엄마는 "길에서 키우다 보니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끈으로 묶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 : 나라에서 조그만 방 하나라도 얻어주면 되나… 그럼 거기 가 계실 거예요?]

결국 모자는 임시 보호시설로 옮겨졌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이 또 한 번 드러났습니다.

+++

[앵커]

취재기자와 얘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윤정민 기자, 사진처럼 아이를 끈으로 묶고 다녔던 게 사실이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진을 한 번 보시죠. 이렇게 사진만 봐서는 어떤 상황인지 확실히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상에 사진이 올라오자 아동학대다, 혹은 미아방지끈을 사용했을 수 있으니 마녀사냥을 하지 말자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는데요.

결국 시중에서 파는 미아방지끈은 아니었고, 주변에 있는 노끈을 사용해 가슴을 묶은 건 사실이었습니다.

[앵커]

엄마는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기자]

네, 일단 이 엄마는 25살의 미혼모입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고 혼자서 4살과 8개월 정도 된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엄마가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고 있어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서 만났을 때도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딱히 머물 곳도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8월까지는 인천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에 머물렀다는데, 거기서 다른 입소자들과 갈등을 빚고 무단 퇴소한 뒤 거리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온종일 부평역 앞에서 있다가, 밤이 되면 주변 여관으로 가서 잠을 자고 다시 나오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아이들 옷과 다른 물건들은 주변 노숙인들에게 얻어서 입히는 등 위생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고 합니다. 주변 얘기 들어보시죠.

[주변 상인 : 항상 같은 옷(을 입히고) 화장실에서 씻기고 오히려 여기 손님들이 좀 측은하니까 물티슈로 닦아주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엔 아이들이 건강해 보이지만, 위생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겁니다.

[앵커]

아이들이 제대로 잘 자라나기 어려운 상황이군요. 이렇게 되면, 논란이 된 것처럼 아동학대라고 볼 수도 있는 건가요?

[기자]

이 엄마는 실제로는 아이들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고 일부러 때리거나 괴롭힌 흔적도 없어서 고의적인 학대라고 볼 수는 없는데요.

다만,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고 있고, 육아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는데다 경제적 어려움도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게 아동 방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직접 얘기 들어보시죠.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 저희는 이제 계속 아동 방임이나 학대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저희도 회의 한 번 들어가서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 현재는 좀 애매해요. 판단하기가 애매해요.]

경찰 역시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앞으로 지원이 되는 걸까요?

[기자]

주변 사람 중에는 친아버지가 가끔 몇 만 원씩 돈을 부쳐주기도 했다는데요.

집을 얻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정도의 도움을 받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인데요, 그러나 시설을 나온 이후 주소지가 없어 지원금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먼저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7일 동안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처로 옮겨졌고, 구청에서 긴급지원금 등으로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작은 방을 마련해 줄 계획입니다.

하지만 걱정인 것은 지난해에도 구청 직원 등이 시설에 돌아가라고 설득했지만, 본인이 싫다며 자취를 감췄고, 또 한 곳에 머무는 것을 싫어해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될 거라는 주변의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과 당국이 계속 관심을 갖고,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이 많군요.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련기사

[사건플러스] "모델하고 싶어?" 성상납 강요한 대표 [사건플러스] 3년 동안 128명 사상 '공포의 교차로' [사건플러스] 목 졸리고 돌 맞고…버스기사 수난시대 [사건플러스] 과로? 결함? 송파 '질주버스' 원인 미궁 [사건플러스] 전 부인 시신 공항에 버려…부부싸움 비극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