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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도구 훔쳐가고 쓰레기 가득…'무늬만 제설함'

입력 2017-12-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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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0일)처럼 눈이 많이 온 날에는 당장 미끄럼 사고가 걱정입니다. 제설함에 있는 염화나트륨을 뿌려줘야 큰 사고를 막을 수가 있겠지요. 그런데 관리가 엉망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눈발이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길과 자동차도 벌써 눈으로 뒤덮였고 가게 주인들은 넉가래를 양손에 들고 제설작업을 서두릅니다.

하지만 서울의 주택가는 제설 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폭설이 내린 이후로 제설함 안은 텅 비어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눈이 예보 되어있기 때문에 다시 채워 넣었어야 하는데, 다시 눈이 올 경우 이제 제설을 할 장비가 없습니다.

언덕길에 위치한 주택가는 눈이 제 때 치워지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설차가 다니기 어려운 곳도 많아 각 지자체는 제설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제설함을 운영합니다.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설치한 제설도구함입니다. 눈이 왔을 때 눈을 치울 수 있는 넉가래와 빗자루가 세 개씩 들어있고요. 또 제설 삽도 있는데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건데, 사용한 뒤에는 다시 가져다놔야 합니다. 하지만 삽은 원래 세 개가 들어 있었는데 두 개는 벌써 사라졌습니다.

제설함 안에는 삽이나 바가지 등 제설제를 뿌릴 수 있는 도구들을 넣어두는데 폭설이 온 다음 날 확인해 보니 제설도구가 사라진 곳이 많습니다.

제설함을 확인하던 주민센터 직원도 황당해 합니다.

[담당 공무원 : 원래 들어있었는데, 그것도 빼갔네요. 원래 넣어놨었거든요. 조그마한 거요, 여기. (제설제를) 떠야 하니까. 겨울 되기 전에 넣었는데 어제 눈 왔잖아요. 어제 눈 오니까 (사라졌어요.)]

제설함에 제설제는 남아있는데 제설제를 뿌릴 삽 같은 도구는 누군가가 가져가고 없습니다. 삽이 없기 때문에 제가 포대를 직접 들고 길에다 뿌리거나 아니면 손을 사용해서 이렇게 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설제가 들어있는 곳은 사정이 그나마 낫습니다.

제설제가 담겨있던 자루 안에서는 무단투기된 생활 쓰레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식칼과 쇠 봉이 버려져있는 곳도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제설함입니다. 열어봤더니 표지판에 걸려서 잘 열리지 않는데요. 다른 방향으로 가서 열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열어봤더니 모래보다는 쓰레기가 더 눈에 먼저 띄는데, 여름에 먹었던 것 같은 이 아이스크림 껍데기와 소주병 하나가 비워진 채 버려져 있고요. 막상 모래는 완전히 얼어서 꺼낼 수가 없습니다. 그 뒤에 신발 한 짝만 이렇게 덩그러니 버려져 있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제설함 위치정보 어플리케이션은 대부분의 핸드폰에서 실행조차 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제설함을 찾을 수 없다며 불편을 토로합니다.

[마을 주민: 제설할 때는 저희들이 쓸게 돼 있으니까. 그냥 쓸지요. 어디 제설함 있는 거는 모르는데요.]

[최상목/서울 면목동 : 제설차도 (눈이) 너무 많이 오면 치우고, 그렇지 않으면 뭐 각자, 자기 집 앞에는 다 치우죠.]

일부 시민들의 이기심과 관할 지자체의 안일한 관리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제설함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턴기자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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