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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예슬 양 전시회…부친 "환생해 꿈 이루길"

입력 2014-07-04 22:03 수정 2014-07-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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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80일이 지나도록 바다로 보낸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돌아온 가족들을 가슴에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단원고 2학년 3반 17번. 디자이너를 꿈꾸던 고 박예슬 양의 이름이 오늘(4일) 전시회 제목이 됐습니다. 예슬 양은 지난 4월 29일 저희에게 '바다에서 온 두 번째 편지'를 보낸 학생이기도 합니다. 미술을 좋아했고, 그래서 아버지는 딸이 크면 전시회를 열어준다며 딸의 그림을 모으셨다고 하지요. 이 사연을 접한 한 미술관의 제안으로 진짜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얼마 전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했는데, 이번 전시는 '무기한'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전시장에 나와 계신 예슬 양의 아버지 박종범 씨와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를 화상으로 잠시 만나보겠습니다. 두 분,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저한테 인사하신 분이 박종범씨 되십니다. 가족분들한테는 오늘이 굉장히 뜻깊은 날일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 잠이 잘 안 오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아버님께서는?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거의 못 잤습니다.]

[앵커]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잠을 좀 설쳤습니다.]

[앵커]

조금 피곤해 보이시기도 하는데 그러나 오늘은 아무튼 뜻깊은 날이기도 하니까요. 아버님께서 직접 모으신 예슬 양의 그림. 그런데 어제까지는 아버님께서도 전시장 모습은 전혀 못 보셨다고 했습니다. 오늘 처음 보신 셈인데 직접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계단을 올라오면서부터 먹먹해지더라고요. 가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뭐 그리 대단한 그림도 아닌 것 같은데 대표님께서 어떻게 잘 포장해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보니까. 그리고 저로서는 이루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앵커]

옆에 갤러리의 장영승 대표께서도 함께 나와계신데 오늘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오셔서 예정보다 좀 일찍 개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장영승/서촌갤러리 대표 : 네. 한 9시부터 관객들이 기다리고 계셔서 일찍 갤러리를 오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었습니다.]

[앵커]

오신 관객들은 뭐라고 얘기들을 하던가요.

[장영승/서촌갤러리 대표 : 일단 말씀은 그리 없으셨고 오랜 시간 그린 그림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또 많은 분들이 눈물을 훔치고 갤러리를 나서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앵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이셨나요?

[장영승/서촌갤러리 대표 : 일단 포스터를 보통 갤러리 경우, 전시회의 경우에 포스터를 만드는데 이번 경우에는 상당히 많은 포스터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직접 자기 이웃이나 아니면 자기가 자주 들르는 공간에다가 그 포스터를 붙여주시겠다고 신청하신 분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한 2만 점 정도를 배송했고요. 다음 주에 또 추가 제작해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리 고 예슬 양이 유치원 때부터 사고 바로 이틀 전까지, 그러니까 4월 14일까지 그린 그림 가운데 40여 점이 전시된다고 들었습니다. 아버님께 좀 질문을 드리죠. 사고 이틀 전에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이었던가요.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지금 제 좌측 편에 있는 그림인데요. 글쎄요. 예슬이가 무슨 생각으로 저 그림을 그렸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떤 뜻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어요.]

[장영승/서촌갤러리 대표 : 학원에서 입시를 위해서 사실 준비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그런 그림입니다. 그래서 종이가 구겨져 있고 그 옆에 구슬이 있는 그런 어떤 그림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예슬이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입시 준비에 열심히 하고 있었던 그 흔적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예슬 양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해서 직접 디자이너들이 옷도 만들고 구두도 만들어서 전시했다고 들었는데 이게 예슬이가 어릴 때부터 옷이나 구두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죠, 아버님?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네, 관심이 많았습니다. 엄마 구두도 많이 신어보고요. 동생하고 둘이 집에 있는 경우가 있으면 다들 출근하고 그러면 자기들끼리 옷을 막 입고 노는 모습들을 많이 봤어요. 한복도 다 꺼내서 입고 어릴 때부터 그런
식으로 놀더라고요, 많이.]

[앵커]

구두 디자인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직접 실물도 나왔습니다, 조금 전에. 저 구두는 누구 발에 맞춘 겁니까, 장 대표님?

[장영승/서촌갤러리 대표 : 어떻게 보면 예슬이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어머니 사이즈에 맞췄습니다. 아까 전시회 오셔서 어머님께서 신어보시기도 하셨거든요. 여러 번 신어보셨습니다. 너무 잘 맞는다고 말씀하셨고요.]

[앵커]

그리고 오늘이 좀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뜻깊은 날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기에는 쑥스러우신 것 같아서, 장 대표께 여쭤볼까요?

[장영승/서촌갤러리 대표 : 원래는 6월 28일날 전시를 오픈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준비하는 내용 속에서 사실 예슬이 그림이 너무 좋았고 또 디자인한 것들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결과물을 내고 싶어서 일주일을 연기했습니다. 일주일 연기한 날이 오늘인데 저도 이제 최근에 알았는데 아버님 말씀이 '그날이 제 생일입니다' 그러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또 그것이 하늘에 있는 예슬이가 어쨌든 아버님한테 선물을 주려고 그렇게 오늘 이제 전시회를 오픈하게 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글쎄요, 우리 예슬이도 이 전시회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께서 예슬이한테 해 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박종범/고 박예슬양 부친 : 먼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그리고 고맙다, 사랑한다. 아빠는 우리 딸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환생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부모 만나서 너의 꿈 다 펼칠 수 있는 그런 부모를 만나기를 아빠는 바랄 뿐이다.]

[앵커]

알겠습니다, 아버님. 사실은 다른 질문도 더 가지고 있는데 더 질문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시기간이 무기한이라고 들었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이 들고요. 많은 분들이 끝까지 아마 잊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두 분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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