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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풀영상] 오염패티 유통 은폐하려…'햄버거병' 새로운 의혹

입력 2019-03-27 22:00 수정 2019-04-11 13:11

① 맥도날드 '오염패티' 감추려…"재고 없다" 허위메일
② 오염 가능성 패티 2천여t 판매…공무원이 봐줬나
③ 신장 기능 90% 잃은 아이…사과 없는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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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맥도날드 '오염패티' 감추려…"재고 없다" 허위메일
② 오염 가능성 패티 2천여t 판매…공무원이 봐줬나
③ 신장 기능 90% 잃은 아이…사과 없는 맥도날드


① 맥도날드 '오염패티' 팔린 것 감추려…"재고 없다" 허위메일

[앵커]

2016년 9월, 4살 아이가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를 먹고 피가 섞인 설사를 한 사건이 있었죠. 이후에도 4명의 아이가 같은 증상을 보여서, 결국 부모들이 맥도날드를 고소했습니다. 이른바 '햄버거 병' 사건입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햄버거 패티를 납품한 업체 직원 3명을 기소했고,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을 확인한 결과, 그 내용이 좀 놀랍습니다. 맥도날드는 대장균에 오염된 패티가 이미 팔린 것을 감추기 위해서 '관련 재고가 없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서준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월 30일 서울중앙지검 앞.

최은주 씨와 함께 300여 명의 엄마들이 맥도날드 본사와 납품회사, 그리고 세종시 공무원을 고발했습니다.

[최은주/'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 (맥도날드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식품을 판매하여 많은 돈을 벌었고, 저희 아이는 평생을 신장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최 씨 아이가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 이른바 '햄버거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2016년 9월.

이후 4명의 아이가 같은 증상을 보여, 해당 부모들은 이듬해 맥도날드를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6개월 넘는 수사 끝에 패티 납품업체인 맥키코리아 대표 송모 씨 납품업체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정작 맥도날드에는 아무런 처분도 없었습니다. 

'햄버거병' 발병 원인이 아이가 먹은 패티 때문인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과연 맥도날드는 아무런 죄가 없을까.

최 씨 아이가 피가 섞인 설사를 하기 석달 전인 2016년 6월 30일.

맥도날드에 패티를 납품하던 맥키코리아는 세종시로부터 "6월 1일 제조된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됐다"고 통보받았습니다.

6월 1일 생산된 패티만 2000박스가 넘습니다.

박스당 패티수는 303개로, 60만개에 달합니다.

맥키코리아는 다음날인 7월 1일, 남은 재고가 없다고 세종시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습니다.

당시 맥도날드의 김모 상무가 재고 담당 직원으로부터 받은 메일입니다.

'10개 매장에서 패티 15박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김모 상무는 직원에게 지시해 맥키코리아 측에 재고가 없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시 재고 담당 직원은 검찰에서 "패티 재고와 관련된 메일을 남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가 남아 있을 경우, 외부에 관련 내용을 알려야 합니다.

이후 맥키코리아는 세종시에 "재고가 없다"고 허위 보고했고, 균이 검출된 사실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 상무를 비롯한 맥도날드 직원들은 적용할 죄목이 없다는 이유에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맥도날드 측은 이미 "수차례 검찰 수사 끝에 이미 무혐의를 받은 사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탐사+ 풀영상] 오염패티 유통 은폐하려…'햄버거병' 새로운 의혹


② 오염 가능성 패티 2천여 톤 판매…공무원이 봐줬나

[앵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장균이 검출되자 이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공무원은 오히려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후에도 납품 업체는 오염 가능성이 있는 패티를 꾸준하게 판매했습니다. 그 양이 무려 2000t이 넘습니다.

황예린 기자입니다.

[기자]

맥도날드 패티 납품업체인 맥키코리아 공장장 황모 씨의 검찰 진술서입니다.

패티에서 균이 검출됐다고 공식 통보되기 3일 전 2016년 6월 27일.

세종시 담당 공무원인 손모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패티에 균이 검출될 수 있다고 사전에 알려준 것입니다.

당시 황씨는 손씨에게 외부에 공표를 안 할 방법이 있는 지도 물었습니다.

그러자 손씨가 "회수 대상이 없으면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맥키코리아는 손씨가 알려준대로 '재고가 없다'고 허위 보고했습니다.

손씨는 맥키코리아 측 보고만 믿고 재고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손씨는 검찰 조사 당시 "패티 회수 세부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 "정신이 나갔던 것 같습니다"고 진술했다가 이를 번복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손씨를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손씨는 이후 축산물 위생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승진했습니다.

[손모 씨/당시 세종시 담당공무원 : 그때 공문을 받지 않은 거에 대해서는 저도 찜찜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뭐 신뢰라고 표현하면 그렇지만 영업자하고 이제 행정기관 사이에…]

허술한 관리를 틈타, 맥키코리아는 세균 오염 가능성이 있는 패티를 계속 판매했습니다.

맥키코리아 경영이사 송모 씨 등 직원 3명은 2016년 7월 이후에도 독소가 검출된 패티 216만kg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송모 씨/맥키코리아 경영이사 : (맥도날드에도 알려주셨잖아요. 근데 왜 그 이후로 조치가 없었던 거죠?) … (그걸 먹고 아이들이 다쳤을 수도 있는데) …]

2015~2017년까지 패티를 만들기 위해 해동한 고기를 재냉동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맥키코리아의 생산관리자였던 서모 씨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 입니다.

"식품 안전보다는 원료 비용에 대해 더 신경 썼다"고 고백합니다.

2015~2017년 6월 21일까지 132회에 걸쳐서 277t을 재냉동해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폐기 비용이 부담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탐사+ 풀영상] 오염패티 유통 은폐하려…'햄버거병' 새로운 의혹

③ 신장 기능 90% 잃은 아이…사과 없는 맥도날드

[앵커]

3년 전 그날, 햄버거를 먹은 그 아이는 지금도 매일 10시간 가까이 투석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장 기능을 90% 가까이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당시 햄버거를 다 먹은 자기의 욕심 때문에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군요. 맥도날드는 이들 가족에게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최은주 씨는 가족과 맥도날드에 갔던, 3년 전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4살이었던 큰 딸은 점심으로 불고기 버거 하나를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배가 예쁘지 않다"며 저녁도 거른 채 잠에 들었습니다. 

[최은주/'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 (잘 자는지) 확인을 하러 들어갔더니 침대에 설사해놓고 그냥 모르고 자고 있더라고요.]

서둘러 가까운 병원에 갔지만 아이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최은주/'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 저녁에 저를 따로 부르셨어요. 그러시더니 급신부전이 왔습니다. 이게 '용혈성 요독증후군'이에요 어머니…]

신장이 기능을 하지못해 몸 안에 독소가 쌓이는, 이른바 햄버거 병입니다.

그 후 A양은 아직도 매일 밤 10시간 넘는 복막 투석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 학원에서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아이를 거부했습니다.

[최은주/'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 (아이가) 햄버거를 혼자 다 먹어서 그렇지? 욕심내면 안 됐었는데…말 잘 듣고 약 잘 먹으면 그럼 라인 빼줄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엄마? 라고 묻더라고요.]

엄마는 햄버거를 먹었던 맥도날드 앞에서, 그리고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평창에서도 1인 시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맥도날드의 사과를 듣지 못했습니다.

[최은주/'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 제가 정의로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힘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는 정말, 이렇게 매일 비극적으로 사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맥도날드는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최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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