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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안타까운 죽음에 '시마저도 사치스러운…'

입력 2017-12-18 21:50 수정 2017-12-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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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오전 내내 눈이 내렸습니다.

올겨울 들어 처음 제대로 쌓인 눈의 양은 예상치의 두 배를 넘겨 출근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지만, 세상을 하얗게 덮어낸 눈의 풍경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은 더러움과 추함을 가려주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마저도 흰빛으로 덮어주는 치유의 이불이 되기도 하니까요.

오늘 아침 작은 종이 상자를 마주한 부모들의 머리 위에도 눈은 내렸습니다.

관이 작을수록 무게는 더 무겁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어린 자식을 떠나보내는 슬픔의 무게는 쉬이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흩날리던 눈발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안타까워하던… 눈 내리는 서울 하늘.

며칠 전 막내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머리 위에도 눈은 내렸을 것입니다.

나흘 전 열차 선로에서 작업하다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매일 화장대에 용돈을 꽂아두었던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어머니는 연신 눈가를 닦아냈습니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안타까운 죽음들.

그러나 세상은 어리석은 잘못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고 사람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계속 덧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그렇게, 오늘 서울 하늘에서는 모든 것을 품어낼 것만 같은 눈이… 아니, 사실 눈 따위로는 치유할 수 없는 슬픔이.

그리고 시인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한 말이지만…그 시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픔이… 차곡차곡 내려서 쌓인 아침이었습니다.

오늘(1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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