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로 확보하기로 한 27조원, 지하경제 양성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대신 고액체납자가 내지 않은 세금만 거둬들여도 그정도 돈은 나옵니다. 체납자들의 교묘한 자산빼돌리기로 체납액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오늘(27일) 탐사플러스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에 대한 얘기입니다. 나 전 회장은 170억원의 세금을 안냈는데 그 가족들은 수천억대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빈털터리라는 나 전 회장과 전혀 상관이 없는 걸까요?
임진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5거리 일대에 고급 주상복합 건설이 한창입니다.
서울 한복판, 약 1000평의 대지에는 수 십개 상가와 아파트 280세대가 들어서게 됩니다.
용산 미국기지 이전 등 각종 호재가 맞물려 몇 년간 가격이 크게 오른 곳입니다.
[인근 부동산 : 전용 15평짜리를 5억 5천만원 전후로 봐요. (평당 얼마인가요?) 따져보세요. 난 비싸서 쳐다보지도 않아.]
[인근 부동산 : 펜트하우스 40평, 50평 이렇게 큰 평수가 있어요. 거기는 분양가가 비쌌어요. (평당) 4000~4500만원.]
주변 시세보다 20% 정도 가격이 비싼데도 거의 모든 평형의 분양이 완료됐습니다.
[분양사무실 관계자 : (280세대 중에 몇 세대 정도가 남은 거예요?) 6개밖에 안 돼요. (그거밖에 안 돼요? 거의 다 분양된 거네요?) 저층만 남았어요.]
약 2천억 원이 넘는 이 개발 사업의 발주처는 M건설. 건설 업계에선 생소한 이름입니다.
사업자는 2007년부터 이번 부지 개발을 위해 땅을 사들였습니다.
[인근 부동산 : (위치가 괜찮은 거죠?) 상업지구는 그나마 이 자리 하나니까. 오거리 위치이고. 땅은 장기간 조금씩 매입하신 것 같고요.]
그런데 토지 매입 과정을 분석해 보니 눈에 띄는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이 땅을 사들인 건 17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의 아들 나모 씨. M건설사 대표는 나 씨가 사실상 사업 주체라고 말합니다.
[M건설사 대표 : 나승렬 회장의 가족분들이죠. 실질적으로는 나00 사장이라고. 그 아들이 다 하고 있죠. 투자 규모, 분양가, 콘셉트 이런 것들을 다 나00 사장이 인테리어 회사 다 잡고 하는 거죠.]
지난 2007년 개발 부지를 사들일 때 나씨의 나이는 서른살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했던 나씨가 2년여 만에 100억원대 땅을 산 겁니다.
나 씨는 주로 대출을 통해 이 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대출 보증을 선 회사가 나승렬 전 회장 소유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사업 발주처 M사의 주소지가 나승렬 전 회장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같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은 대목입니다.
특히 아들 나 씨는 지난해 12월 이 땅을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M 건설사에 180억원에 팔았습니다.
사실상 내부 거래로 80여억원의 차액이 발생한 겁니다.
나 전 회장 일가는 지방에서도 대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전한 대구의 한 고등학교. 가파른 언덕 위에 들어선 이 학교의 실질적 주인 역시 나 전 회장의 가족들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이 부지를 매입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계열사끼리 땅 거래를 하면서 가격이 크게 부풀려진 겁니다.
대구시 교육청은 당시 이사장이던 나 전 회장의 아들 나 씨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박영희/대구시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 건전하게 운영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부지 매입 비용이 35억 9천만원인데 75억원에 계약을 했다는 게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기존에 학교가 있던 부지는 뒤로는 산을, 앞으로는 개천을 끼고 있어 입지 여건도 좋습니다.
학교 이전과 함께 개발 제한이 풀린다는 기대 속에 땅값도 오르고 있습니다.
[인근 부동산 : 3년 전에 평당 120만원이었다면 지금은 250만원 정도?]
5만7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이 넓은 부지에는 앞으로 고급 빌라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지역에선 주변 환경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 산속에 위치한 청소년 훈련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나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개발과 대출에 활용된 회사들의 주소지가 모두 이곳 훈련원으로 돼 있습니다.
나 전 회장이 재산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이 회사들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천명철 과장/서울시 38세금징수과 : 체납자가 압류 등을 피하기 위해 몇년 전부터 가족 명의로 재산 등을 돌려놓는 경우에 이를 입증하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취재팀은 십여년 째 170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나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나 전 회장은 현재 딸 명의로 된 서울 방배동의 7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실 : JTBC에서 방문 오셨는데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라고 하시는데요.]
하지만 나 전 회장 측은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다만 "이미 오래 전 일이고 그동안 세무조사도 다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