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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김지은 증인' 사건…이낙연 대표 답은?

입력 2020-09-02 09:55 수정 2020-09-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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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김지은 증인' 사건…이낙연 대표 답은?

2016년 한 강연으로 가보겠습니다.

객석에서 한 청중이 누군가에게 묻습니다. 공공기관 면접에서, 자신의 신념을 말하면 탈락할 것 같을 때, 어떻게 대답하겠느냐는 겁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였습니다. 당시 안 지사는 본인의 대답 대신,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을 통해 그것을 설명해주겠다고 합니다.
 
[취재설명서] '김지은 증인' 사건…이낙연 대표 답은?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이 친구가 젊은 날 육사를 필기 합격을 했다가, 면접 때 '일부 정치군인들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굉장히 정직한 답을 했다가… (좌중 웃음) 이 친구는 참고로 집안이 군인 집안이기 때문에 절대로 운동권에 물들 확률이 전혀 없었던 친구에요, 오로지 군인정신으로 대답했다가 육사에서 잘렸어요. 그래서 끝내 오늘 저랑 정치권에서 만나게 된… 문00비서! 이럴 때 답을 어떻게 해야 됩니까?"


객석 뒤에서 대기하던 한 청년이 단숨에 연단 앞으로 뛰어 올라가서 말합니다. 
 

저는 제 신념을 대답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안희정 지사님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제 신념을 대답해도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제 신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신념을 말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이는 문 모 전 보좌관. 지난달 31일 뉴스룸에서 소개한 '김지은씨 측 증인' 중 한 명 입니다. 그는 안 전 지사의 신임을 받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일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의 보좌진으로 옮겨갔습니다. 젊은 나이에 '잘' 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먼저 김지은 씨에게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문 전 보좌관은 안 전 지사 주변 누구와도 두루두루 잘 알고 잘 지내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그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안 전 지사 측에 서서 김 씨의 이야기를 묵살하고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선택을 하죠. 취재진이 만난 문 보좌관은 "그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안희정 전 지사를 존경하고 따른 것과 별개로, 김 씨의 피해는 명백했다고 판단했으니까요. 문 씨는 경선 당시 수행팀장으로서 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고, 김 씨의 피해 호소 이후 다른 증언들도 듣게 되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 씨는 김 씨를 돕기 시작하면서 끊임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김지은을 왜 도와주는 건가?" 

심지어, 김지은씨를 도왔던 여성단체와 변호인단에게조차 3시간에 걸쳐 집중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진정성에 의문을 던진 겁니다.

그가 이렇게 질문 폭격을 당한 이유는, '다른 사람과 달라서' 였습니다. 

사건을 접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피해자를 의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적극적으로 가해자 측에 서거나, 법적 판단이 끝난 뒤에도 비난을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피해자 측에 서는 듯한 했지만 곧 돌아선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왜 도와준 건지 물은 겁니다.

문 전 보좌관은 "'신념을 이야기해도 같이 살 수 있는 곳'이어서 안 전 지사 캠프를 택했었고, 그 판단의 기준은 흔드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강의 때와 같은 말입니다. 

올 초, 모시던 중진 의원이 입각한 뒤, 문 전 보좌관은 '꽤 중요한 자리'를 찾게 됩니다. 

일할 수 있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이낙연 의원의 당대표 후보 캠프였습니다. 유력 차기 주자이자 176석의 거대 여당의 대표가 될 사람의 조직에 들어가 일할 기회였습니다.  그가 제안받은 자리는 상황관리팀장이었습니다.

▶"알아서 잘 처신하라"

7월 20일 21일 22일 23일. 고작 나흘이었습니다. 그가 일하게 됐다가 다시 멈추기까지.

그가 이낙연 캠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항의가 빗발쳤다고 합니다. 캠프 측은 "항의가 심하니 숨어 있으라"며 문씨에게 부서를 바꾸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문씨는 압박을 이기지 못해 캠프를 떠나게 됐습니다. 

취재진은 일단 이런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초 캠프를 찾아 책임자에게 물었습니다.

[캠프 관계자]
"캠프는 자원봉사자 개념으로 돌아가요. 어느날 갑자기 안나오기도 하고. 그만 나오기도 하죠"

[기자]
"면접을 통해서 들어오잖아요"

[캠프 관계자]
"면접이라는 게 대단한 면접인가요. 본인이 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거나 그러면 그러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런거죠"

[기자]
"문 씨가 안나온 이유는?"

[캠프 관계자]
"글쎄요 그건 제가 어떻게 말씀드리기가 애매할 것 같아요.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죠."

캠프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됐기 때문에 문씨가 일하다 관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는 게 주된 주장이었습니다. 문 씨가 관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사정'이라는 말로 에둘러 말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다녀간 후 캠프 관계자가 문 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그는 "JTBC 기자가 다녀갔으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니 '알아서 잘 처신해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안희정 측에 섰던 증인들은 누구일까?

그가 이낙연 대표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항의를 했던 사람들은 누굴까요?

정치권에는 소위 '안희정계'로 불리는 의원 및 보좌관들이 있습니다. 안 전 지사가 유력 대권후보였을 때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함께 한 사람들, 사건 이후에도 변함없는 '충성'을 개인 SNS 등을 통해 드러낸 사람들입니다.

그들 중에는 현직 국회의원도 있고, 의원의 보좌진들도 있습니다. 다른 의원의 보좌진으로 있으면서 안희정 전 지사의 재판을 빠지지 않고 따라다니며 수행한 사람도 있고, 안 전 지사 측의 증인으로 재판에 선 인물들도 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은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안 전 지사의 아들 역시 사건 이후 국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국회에, 그리고 또 공직에 있습니다.

배복주 전 김지은씨 측 대리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인의 위력이 그 개인의 권력으로만 있는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형성된다"

▶이낙연 대표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JTBC 취재진은 사건의 본질이 이낙연 캠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라고 이용될까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보도 전 수차례 거듭해 이낙연 후보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캠프의 총괄 책임자와 실무자를 만났고, 전화와 문자로도 입장을 물었습니다. 공식 질의서도 보냈습니다.
 
[취재설명서] '김지은 증인' 사건…이낙연 대표 답은?

이에 따른 이낙연 후보 캠프의 공식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1. 문00씨에게 정책 쪽으로 옮겨서 일하면 어떨지 권유하면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 표현이 다소간 과장되게 이해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2. 후보께 보고할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대표 선거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176석 거대 여당의 대표가 됐습니다.

JTBC는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임에도, 보이지 않는 사회정치적 힘은 여전히 강하게 '힘 있는 자'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김지은 측 증인'이었던 이들은 모두 자신의 원래 일상을 잃었습니다. 거기엔 캠프와 당의 문화, 그리고 조직의 힘이 작용했습니다.  

이 사실은 8월31일 뉴스룸을 통해 전파를 탔고, 이낙연 대표도 보고를 받았을 겁니다. 말 그대로 온라인이 떠들썩했습니다. '미투 문제'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반성하고, 그래서 스물 네살 여성 청년 대변인을 세울 정도의 당이라면, 당연히 보고하고 논의했을 겁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다시 묻겠습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캠프의 일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의가 심하니 숨어 있으라'는 말까지 들은 문 전 보좌관에겐 어떤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선거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벌어진지는 불과 한달 남짓이 지났을 뿐입니다.

이낙연 대표의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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