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건물 뒤덮은 고드름…방치된 재개발 주민들

입력 2018-01-03 21:33 수정 2018-01-04 01:0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외벽이 고드름으로 뒤덮여서 극지방의 '얼음집'을 방불케 하는 건물이 한 동네에만 여러 곳이 생겼습니다. 외벽이 얼어붙고 집안에 물이 새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불편한 걸 넘어 안전을 위협받는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현실을 밀착카메라가 담아왔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빌라 꼭대기부터 1층까지 얼음이 벽을 완전히 뒤덮었습니다. 한 차례 고드름을 제거했는데도 다시 1m 길이로 고드름이 자라난 건데요. 한겨울 얼음성이 되어버린 이 집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재개발로 이주가 시작된 안양 덕현지구는 1500여 세대 중 700세대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빈 집이 늘어가면서 수도관이 동파된 겁니다. 터진 수도관에서 새어 나온 물이 얼어붙으며 일부 건물에는 두꺼운 빙벽이 만들어졌습니다.

[정낙례/지역 주민 : 방 기온이 10도, 아무리 (불을) 때도 10도, 내가 이러고 살고 싶어요? 너무 억울하잖아 이건, 내가 울기를 밥 먹듯 하고 있어요. 요즘…]

시간이 지나면서 고드름의 끝은 뾰족해졌습니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낍니다.

[이순옥/지역 주민 : 떨어지면 죽는 거예요. 어제도 여기서 자빠져서 다쳤어요. 허리 다쳤어. 이게 떨어지잖아요. 머리로 떨어진다고 이렇게…]

하지만 재개발 지역이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상철/지역 주민 : 시청에 가서 우리가 (날씨가) 영하권에 내려가기 전에 동파방지를 해달라…이렇게 건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잘 시정이 안 되다 보니까…]

집안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벽에서 물이 스며 나와서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있습니다. 이게 오래된 듯 곳곳에 얼룩도 상당히 많이 남아있고요. 이쪽으로 와 보시면요. 현관 전등에서 계속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고, 지금 누전이 되는 듯 연기도 피어나오고 있는데요. 바로 옆에 문지방에도 계속해서 물이 떨어져서 바닥에는 양동이와 세숫대야를 이렇게 놓고 물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속해서 버려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화재 우려에 불을 못 켜 집 안은 컴컴합니다.

[정영섭/지역 주민 : 곰팡이 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불도 제대로 못 켜고 지금…아이고, 죽어야 하려는지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을 받을 냄비와 양동이가 모자란 곳도 있고 물을 퍼내도 퍼내도 차오르는 집엔 공업용 온풍기까지 틉니다.

계단 난간과 바닥까지 얼음으로 뒤덮인 집을 견디지 못하고 이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사를 떠나지 못합니다.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추가로 내야 하는 거액의 분담금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집 구하기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영섭/지역 주민 : 돈 1억 나왔거든요. 이 집이, 방이 3개짜리인데 1억 가지고 어디 가서 말도 못 붙여요.]

재개발로 생활이 어려운 건 세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8년째 재개발이 추진중인 하남 덕풍동 일대. 주택이 노후화돼도 수리해주지 않는 집주인들 때문에 세입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화장실에는 갈색 물이 떨어집니다.

[문금순/재개발 지역 세입자 : 물이 또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고 기분 나빠 죽겠어. 또 전화하니까 (집주인이) '우리 집 팔렸습니다' 딱 그래요. 그 개발 사무실의 아주머니가 '우산 쓰고 (볼일) 보세요' 그러는 거예요. 하하.]

비닐로 임시 조치를 했지만 냄새는 여전합니다.

투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부동산 재개발. 정부와 사업자들도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재개발의 본래 취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관련기사

북미 덮친 역대급 한파에 펭귄들도 대피…항공기 수백편 결항 보일러도 꽁꽁…지원 못받는 '미등록 경로당' 추운 겨울 "냉동 창고가 덜 추워요"…한파 속 수산시장 '삶의 열기' 아침에 시동 안 걸리면?…실험으로 본 '겨울철 차량 관리' '밖으론 한파, 안으론 생활고'…대피소 못떠난 이재민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