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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성폭력 빈발하는데…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상담소'

입력 2016-07-10 15:49

학내 성폭력상담소 태부족…설치율 전체 26% 불과
대개 일반상담소가 성폭력 상담 겸직해 전문성 부족
학교에 대한 불신 등 신고 꺼려지는 환경도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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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성폭력상담소 태부족…설치율 전체 26% 불과
대개 일반상담소가 성폭력 상담 겸직해 전문성 부족
학교에 대한 불신 등 신고 꺼려지는 환경도 개선돼야

대학가 성폭력 빈발하는데…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상담소'


대학가 성폭력 빈발하는데…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상담소'


이혜원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서울 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A씨는 몇년 전 전 남자친구에게 이른바 '데이트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가까운 친구들 뿐이다.

피해 사실이 공개될까봐 학교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전 남자친구가 입대하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처는 오로지 A씨 몫으로만 남았다.

대학가에서 잇따라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A씨와 같은 피해 학생들을 위한 학교 내 제도나 시설은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아주대학교에 위탁해 전국 150여개 대학 재학생 1441명(남 652명·여 789명)을 대상으로 '대학생의 성 인식 및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35%가 언어적 성희롱 가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45.6%(657명)는 외모에 대한 성적(性的) 평가나 모욕, 음담패설 등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절반가량이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 가해 경험자인 셈이다.

대학가 성폭력 관련 사건은 근래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고려대 남학생 8명이 1년 넘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일상적으로 동기와 선·후배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해온 사실이 밝혀져 큰 물의를 빚었다.

지난 2월 연세대 신입생 환영 행사에선 남학생 무릎에 여학생을 앉혀 술을 마시게 하는 등의 사례가 인터넷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범람하는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학내 성폭력상담소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교내에 성희롱·성폭력 관련 독립된 상담기구를 갖춘 대학은 26%에 불과했다.

잇따른 성폭력 사건에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2일 대학 내 고충상담창구 설치율을 2014년 89%에서 올해 95%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성폭력 상담 기능을 내실 있게 할지는 미지수다. 일반상담소가 성폭력 상담을 병행하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한 사립대 성폭력상담실 상담원은 "대다수 상담실이 전문인력 대신 일반상담가가 성폭력 사건을 겸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성폭력 상담은 접근 방법이나 처리 과정 등에서 심리상담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은 "성폭력 상담센터가 없는 학교의 경우 학생처 직원이 개방된 공간에서 상담을 하다 보니 피해 학생에게 도리어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7월 유기홍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대학 내 성폭력상담소 설치·운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폐기된 상태다.

상담직 고용 형태가 실효성을 저하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상담가가 장기간 책임성과 전문성을 갖고 사건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변상우 성공회대 성폭력상담실 전임상담원은 "많은 학교에서 상담원을 계약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며 "대부분 2년 안팎 단기로 채용되기 때문에 가해 학생이 군 입대나 휴학 등으로 일정기간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되면 사건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신고 접수를 어렵게 하는 환경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 전 총여학생회장 A씨는 "피해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불신을 갖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가해자가 교직원일 경우 학교와 가해자가 한통속일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변 전임상담원은 "성폭력 사건을 겪은 후 피해 학생들이 경계심을 갖는 점을 고려, 성폭력상담실에 여성 상담원을 두는 등 접근이 편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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