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서청원, 나경원, 김문수,홍문종 등 거물급 거론 시 '계파 타령'
일부 비박주자들, 자신 위해 계파 프레임 역이용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친박 4선 홍문종 의원이 27일 새누리당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8·9 전당대회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거물급들이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거나 내부의 극심한 반발 등에 따라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도토리 키재기'란 혹평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출마 여부를 고심하던 김 전 지사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이번 새누리당 대표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지사가 당권 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대 구도가 요동치기도 했지만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당권 주자들까지 일제히 들고 일어나 '김문수 등판론'에 반기를 들면서 결국 김 전 지사가 출마를 접은 것이다.
또 친박계에서도 출마가 점쳐지던 홍문종 의원도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이번 전대 당대표 선거 출마의사를 접고 선당후사의 충심으로 백의종군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모두의 상처를 치유하는 제물로라도 쓰이고 싶었다"며 "하지만 그 어떤 사명감도 국민과 당원 동지의 준엄한 뜻보다 우선할 수는 없고, 그 어떤 이유로도 이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당초 친박계는 좌장 최경환 의원의 출마를 강력 밀어붙이다 비박계의 반발과 총선 참패론을 둘러싼 비난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이후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옹립을 시도했지만 '녹취록 파문'이 터지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 때문에 서 의원의 대항마로 출격을 준비 중이던 비박계 유력인사 나경원 의원도 출마를 접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총선 참패 후 비박계가 '친박 패권주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는 측면은 있었다. 하지만 같은 비박계 출신인 김 전 지사의 등판마저 계파 음모론을 주장하며 막아서면서 당내에서는 비박계에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존 당권 주자들이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센' 후보가 출마하려 하면 덮어놓고 계파 프레임을 작동시켜 주저앉힌다는 비판이다. 이는 친박과 비박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 때문에 전대 흥행도 어려워지고 내년 대선의 당 간판을 정하는 당원들의 선택지도 줄어들게 됐다.
친박계 홍 의원 불출마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다른 친박계 후보들이 완주를 고집하면서 내부 교통정리도 이뤄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유의 결속력을 자랑하던 친박의 분화 조짐이기도 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계파 프레임만 적용하면 옴짝달싹 아무런 항변도 못하는 처지에 빠져 있는 현실을 일부 당권주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전히 당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친박계와 친박 타도 말고는 아무런 비전이나 전략도 없이 사익만 추구하는 비박계의 무능이 합쳐져 당이 무너지고 있다"고 혀를 찼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