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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우일 주교 "동성애·이혼…논의 자체가 큰 변화"

입력 2014-10-23 22:10 수정 2016-03-04 13:43

강우일 주교 "늑대 보고 숨는 목자 돼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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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늑대 보고 숨는 목자 돼선 안 돼"

[앵커]

오늘(23일) 뉴스룸에서 만날 분, 역시 쉽게 만나 뵙기 어려운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 얼마 전 바티칸에서 열린 시노드 임시총회의 교부로 임명되셔서 최종 문서를 작성하고 돌아오신 강우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신데요, 아시아 출신으로 강우일 주교가 유일하게 교부로 임명돼서 활동을 하고 오셨습니다. 워낙 이 시노드에 대해서는 그동안 크게 뉴스가 됐습니다. 예를 들면 동성애 문제라든가 이혼, 재혼 문제에 대해서 천주교가 얼마만큼 문을 여느냐 하는 문제로 온 세계에 이목이 집중됐던 그런 회의이기도 하죠. 바로 그곳에 참석하고 돌아오셨고, 지난 8월에 방한했던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한준비위원장이기도 했습니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곁에서 늘 함께 해오고 계신 강우일 주교님을 오늘 직접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직접 뵙게 돼서…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반갑습니다.]

[앵커]

지난번에 화면으로 연결해서 인터뷰를 한번 한 적 있었는데, 워낙 인터뷰를 잘 안 하시는 편이시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정말 귀하게 모셨습니다. 제주도에서부터 올라와 주셨죠, 저희 인터뷰를 위해서. 물론 제주도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오셨습니다마는 서울에 내리셔서 지하철을 타고 오시다가 길을 좀 많이 헷갈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역에서 출구를 잘 몰라서 좀 헤맸습니다.]

[앵커]

워낙 제주에 오래 계시다 보니깐 지리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시청역 같은 곳은 헷갈리기도 합니다. 시노드에 사무국장, 사무차장을 도와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는 당사자. 그렇게 임명이 되셔서 활동을 하셨는데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번 시노드, 즉 주교회의 과정을 상세하게 잘 알고 계실 것 같고요, 뒷이야기도 많이 아실 것 같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번 시노드는 워낙 크게 세계적으로 뉴스가 됐기 때문에요, 거기에 모인 주교들께서 과연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상당히 궁금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동성애, 또 이혼을 포용하는 내용이 예비 보고서에 포함됐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뉴스가 됐습니다. 그런데 돌아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강 주교님께서 '초안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약간의 파장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초안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그러니까 그런 단어가 여기 오니까 사용이 됐더라고요. '동성애를 환영한다'…그런데 원문에 '환영'이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아마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금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을 교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논의하자 그렇게 되어 있던 겁니다.]

[앵커]

물론 환영한다고까지는 저희도 생각하기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성경이나 교리에도 완전히 반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거니깐요. 대부분의 분위기는 어떠셨습니까? 동성애를 예를 들면 이혼도 마찬가지고요, 그걸 인정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내쳐선 안 된다는 그런 정도의 논의라고 봐야 하나요?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그렇죠, 근본적으로 이번 시노드에서 그런 문제를 의제로 논의한 이유는 교회는 기본적으로 자비의 교회, 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 교회여야 한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이들의 가정이 흔들리고 쪼개지고 이런 가운데서 이혼까지만 하면은 신앙생활 성사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데 재혼을 하면 그 길이 막힙니다, 그런 이들을, 이런 사람들이 참 많아지는데 교회가 어떻게 끌어안을 것이냐 그냥 내팽개치고 말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런 시각에서 문제 제기가 시작됐고요, 그래서 거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를 하자는 그런 의견들이 나왔었고, 또 반대로 아직 거기까지 가기에는 시기상조다, 의견들이 있었고 그랬었습니다.]

[앵커]

교황께서는, 물론 주교께서는 교종이라고 표현하십니다, 교황 하면 뭔가 제국주의 냄새가 난다 해서 그 용어를 안 쓰시는데 저도 그럼 거기에 따르겠습니다, 교종께서 그러면 굉장히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군요.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처음에 그런 논의 자체를 시노드에 올린 사실 자체가 교회로 봐선 굉장히 큰 변화죠.]

[앵커]

굉장히 논란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겉으로 다 드러나진 않지만, 이번에 이슈가 된 동성애 문제라던가 이혼·재혼 문제에 대해서 논쟁도 막 크게 하십니까?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저희가 서로가 바라보면서 얘기하지 않습니다. 마이크가 이렇게 있고 저쪽에 교종과 의장단이 앉아 있고 그래서 이쪽을 보면서 얘기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서로가 좀 배치되는 부분이 없지 않죠. 그런데 이제 다 끝나고 나서 투표까지 끝나고 나서 최종문서를 채택하고 나서 최종 마무리 말씀을 교종께서 해주셨어요, 그때 뭐라고 말씀하셨느냐면 '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또 기탄없이 자기 생각과 의견을 다 털어놓아 주어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사실 저는 이 시노드가 이러한 논박의 과정이 없이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잘 진행이 돼가지고 만장일치로 박수 치고 끝날까 봐 그것이 상당히 염려가 되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의견이 안 맞는 것도 다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이 시노드는 정말 의미 있는 풍성한 시노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앵커]

그것이 결국에 이제 그런 논의 과정이 다져지고, 다음 해로 넘어가서 교종께서 말씀하신 대로 만일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이 지어진다면 그만큼 탄탄한 그런, 누구든 합의할 수 있는 그런 결론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건 그냥 속세인으로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그렇게 언쟁들을 하고 나시면 서로 안 보십니까?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아니요. 사실 토론 과정을 다 거치고 마지막 최종 문서를 채택하고 나서 좀 우리들 안의 그 마음이 뭐라고 하죠, 조금 가라앉은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 시노드 같으면 별로 이렇게 큰 논박의 과정이 없이 투표도 뭐 거의 채택이 안 되는 부분이 없이 다 제안이 채택이 됐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있어서 박수를 치긴 쳤지만, 처음에 약간 좀 뭔가 박수 소리가 적었어요. 근데, 이렇게 나중에 이제 교종께서 아까 제가 드린 말씀, 그런 식으로 쭉 말씀을 하시고 이걸 가지고 이제 그 여러분들 내년에 다시 잘 일년 동안 소화시켜주시기 바란다고 이렇게 말씀을 마무리 지어주셨을 때 우리가 다 모두 기립박수를 한참 치고 끝으로는 다 해피엔드로 끝났습니다.]

[앵커]

예, 지난번에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 때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방한 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에 우리나라의 교종들께서 처음 방한하신 게 아니고 몇 번 방한하셨는데 그때마다 방한 준비를 맡으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예,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습니다.]

[앵커]

물론 교종들을 비교해서 말씀하시긴 좀 그렇겠습니다만 프란치스코 교종께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종께서는 이렇게… 뭐라고 할까… 아주 좀 과감하시고 연출가적인 소질이 있으시고 다양한 재능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좀 그분보다는 훨씬 더 연약하게 보이면서도 애정이 넘치는 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 거리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시는 분, 그런 차이를 느꼈습니다.]

[앵커]

사회 문제에도 굉장히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오셨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계신 제주교구에는 강정마을 이슈가 있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같은 입장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특별히 어떤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으셨습니까?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최근에 보니까 삼척에 핵발전소 유치 문제에 대해서 시민들이 투표를 했더라고요. 그런데 85%가 유치 반대 쪽으로 표를 던졌는데, 그런데도 국가가 국책사업이니까 그냥 한다 이렇게 말씀들 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저는 아니라고 생각되고, 강정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공교롭게도 똑같은… 85%로 반대를 했고, 그런데 찬성은 마을 총회 전체 있기 전에 몇 사람이 모여서 박수 치고 만장일치다 해놓고 그냥 끝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마을 주민들이 그걸 알고 다시 모여서 이건 아니다 해서 전체 총회를 열어서 거의 대부분이 다 모여서 85%가 반대를 한 겁니다. 그래서 주민, 백성들의 소리를 무시해서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이렇게 강행하는 것은 저는 왕조시대에 어떤 그런 사고, 국가가 위에 있고 국민은 밑에 있으니 말을 들어라. 이런 것은 정말 전제 군주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고요. 오늘날에서는 그런식 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4대강 사업도 같은 취지에서 반대하셨습니까? 쓰신 단어 중에는 격한 단어도 있습니다. 도둑질이다 이런 표현도 쓰셨는데…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그때 뭐 제가 그렇게 느꼈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우리 산하가 그렇게 파헤쳐지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셨고, 토목학회의 학자분들도 상당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계셨고,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말씀을 드린 것이고, 오늘날에 와서 그게 다 증명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4대강이 지금 너무 황폐화되고 그래서 정말 볼 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앵커]

대개 이런 사안이 벌어지면 특히 이번 세월호마저도 마치 이게 무슨 좌우 이념논쟁처럼 되고 진영논리가 거기에 들어가고 갈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종교인으로서는 굉장히 문제의식을 느끼실 거 같습니다. 물론 그중에 한쪽 목소리 많이 대변하셨기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또 뭐라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런 상황을?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예, 7세기 초에 교종으로 계셨던 그레고리오 교종이란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이렇게 사목자들이 지키는 침묵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의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거짓과 악이 판을 칠 때, 그것을 보고도 침묵하는 사목자는 마치 양 떼를 지켜야 할 목자가 늑대가 와도 뒤에 숨어버리는 사람, 아니면 양 떼를 지키려고 세워놨는데, 짖지도 못하는 개와 같다 이런 표현까지 쓰시면서 사목자는 말을 할 때에는, 의를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 말할 때는 말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하셨습니다.]

[앵커]

근데 언젠가 그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아, 이건 내가 너무 겁 없이 여러 얘기를 했나 보다 후회가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저 혼자서 자꾸 떠든 것 같아서 참…]

[앵커]

그러나 앞서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함께 얘기하는 사람들도 늘어가는 것일 테고요, 강우일 주교님의 역할 이런 것에 대해서 기대도 갖고 희망도 갖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담스러우실 때도 있으신가 보죠.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앵커]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종과는 굉장히 제가 방송에서 이런 말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흔히들 쓰는 말이니까. '케미'가 맞으시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앵커]

그런 걸 느끼십니까, 뵈면서도?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그분의 말씀이나 글이나 너무 제가 공감하고 아주 이번 시노드에서도 좋은 말씀 주셔서 저희가 모두 감동했었습니다.]

[앵커]

자 6년 동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의장으로서 이끌어 오셨는데, 그 사이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까 저희가 잠깐 이야기 나눈 것들도 그 시기에 속하는데 이번 주 일요일에 가을총회를 끝으로 의장직을 이제 물러나신다고 들었습니다. 임기가 다 돼서. 연임은 안 되시는 건가 보죠?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뭐, 안 합니다.]

[앵커]

할 순 있는데 안 하시는 겁니까?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아니 그동안에 제가 제주에서 서울까지 이 주교회의 때문에 그 주교회 정기 회의는 1년에 2차례밖에 없지만, 의장직 때문에 수시로 이렇게 비행기를 정말 버스 타듯이 타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젠 그만 타렵니다.]

[앵커]

시청역에선 여전히 헷갈리시고요? 그러면 좀 시원하시겠습니다?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아주 시원합니다.]

[앵커]

서운하신 점은 없으신지요.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네, 없습니다.]

[앵커]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시원섭섭합니다. 하시는데 주교님께선…

[강우일 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 저는 섭섭한 거 전혀 없습니다. 저한테 과분한 직책을 이렇게 수행하게 하셔서 죄송할 뿐이죠. 뭐.]

[앵커]

알겠습니다. 누군가가 강우일 주교에 대해서 이렇게 얘길 했습니다. 좀 민망하시더라도, 들어주십시오, '이런 분과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건 특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이야기를 했더군요. 간간이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마는 아마 많은 분들의 심정이 똑같으리라고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어렵게 자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강우일 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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