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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공항 여행객 사이로…터 잡는 노숙인들

입력 2019-07-10 21:35 수정 2019-07-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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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곳은 주로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이었지만 요즘은 공항입니다. 때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밀착카메라가 이틀 동안 공항에서 관찰을 해봤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공수진 공은비 : (노숙인들 주로 어디서 보셨나요?) 지하철역 출구 쪽 바닥에서 많이 뵀던 것 같아요.]

[정승훈 : (왜 노숙인들이 공항으로 올까요?) 아무래도 들어오는 데 제지도 안 하고 시설이 좋다 보니까?]

인천국제공항은 24시간 운영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편한 모습으로 있는 여행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들 사이로 노숙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해서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해가 저물자 여기저기 누워 있는 사람들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한 남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 제 뒤쪽에는 많은 사람 사이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걸어가고 있는데요.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는데 방금 화장실을 막 사용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 누구인지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사연이 있습니다.

[A씨/노숙인 : (얼마나 되셨어요?) 여기요. 몇 개월 됐어요. 갈 데도 없고 가정이 파탄이 나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오랜만입니다.

[A씨/노숙인 : 아들 하나 있는데 정신이상자예요. 할멈은 이혼해 버리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는데 죽지도 않아요.]

인적 드문 지하 1층, 또 다른 노숙인에게 공항에 머무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B씨/노숙인 : 쾌적한 공기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편하긴 하죠. 벤치나 의자 같은 게 저쪽에도 또 있어서. 자연스럽게 저기(숙소)가 되는 거지.]

하지만 깊게 잠들 수는 없습니다.

[B씨/노숙인 : 이 생활도 이제 지긋지긋해요. 성폭행당하는 경우도 있고. 짐보따리도 막 파기시키잖아요. 잠을 안 자는 방법밖에 없어.]

외국인도 만났습니다.

나름의 이유를 말합니다.

[C씨/노숙인(국적 확인 안 됨) : 나는 기자랑 말 섞고 싶지 않아요. 일주일 넘었어요. (여기가 편합니까?) 네.]

[D씨/노숙인 (태국) : (왜 공항에 있어요?) 사진 찍으려고요. (어떤 사진이요?) 아이돌이요. (거의 매일 온다고요?) 네.]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제기합니다.

[청소 노동자 : 마대질 하다가 조금 스쳤어요. 그랬더니 안 좋은 욕 같은 걸 하는 거예요. 화분을 뽑아서 내 앞에다 팽개치면서 치우라고.]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안요원 : 방치 건이 많이 있었고. 승객들이 화장실 간다고 가방 놔두면 절도행위도 있고.]

방치된 짐은 이용객에게 불편도 줍니다.

[공항 직원 : 짐이 또 하나 더 있어요. (이분이 누구예요?) 노숙자.]

공항 카트에 온갖 물건들이 쌓여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목베개랑 겉옷, 그리고 이부자리까지 있고요.

캐리어만 세 개가 올려져 있는데, 잠시 이쪽으로 와보시면 사용하지 않은 새 휴지들이 이렇게 담겨져 있습니다.

공항 직원들이 노숙인들이 자신이 사용하다가 방치해두고 간 물건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여기 보시면 사우나 중이라면서 휴대 전화번호까지 남겨놨습니다.

[E씨/노숙인 : (지하 1층에 물건 놔두고 가셨는데) 여보세요. 말 좀 크게 해주세요. (이거 혹시 언제 찾으러) 지금 찾으러 가고 있어요.]

한 시간이 지나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고영석/서울 가산동 : 다른 시설도 좀 있어야죠. (공항에) 우리나라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외국인도 있는데 인식도 그렇고.]

지난 3월에는 알몸으로 활보하던 노숙인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휴가가 몰리는 여름철, 특히 노숙인으로 인한 신고가 많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막을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환승객들과 뒤섞여 몇명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제 옆에서 자고 있는 이 노숙인은 갈 곳도 없고 외로워 공항까지 오게 됐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노숙자 정책이 겉도는 사이 노숙인들과 여행객들이 뒤섞인 공항의 밤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작가 : 황지혜 /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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