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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밝은 벽화 뒤엔…도시재생사업 '짙은 그림자'

입력 2015-08-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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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시재생사업. 말이 좀 어렵긴 합니다만, 그냥 쉽게 얘기하면 마을의 역사라든가 이런 것을 관광자원화 하고, 벽화를 그린다든가 해서 새단장을 하는 것인데요.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망가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애초부터 잘 되지 않는 지역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석승 기자의 밀착카메라입니다.

[기자]

2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지난 2009년 벽화 마을로 조성되면서 동네는 인기 관광지가 됐습니다.

이곳 개미마을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는데요.

바로 여기가 영화 속에서 예승이가 아빠를 기다리던 버스 정류장입니다.

이 그림 앞에 쪼그려 앉아 아빠를 기다리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지금은 벽화 보수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렇게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칠이 벗겨져 있습니다.

마을 벽화 상당수가 칠이 벗겨지고 금이 가면서 제 모습을 잃고 있습니다.

조성 이후 제대로 된 보수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태옥/마을 주민 : 수정을 해준다든가 이런 것을 해야지요. 이런 걸 안 하고 있어요.]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아예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을 없애는 곳도 많습니다.

자연히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해지면서 동네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피터팬부터 흥부와 놀부까지, 동화 속 주인공들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합니다.

놀이공원에 놀러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의 모습입니다.

이곳 동화 마을은 지난 2013년 낙후된 마을의 주거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조성됐습니다.

2년 만에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는데요. 문제는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의 불편도 그만큼 늘고 있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 : 사진 찍는 소리, 떠드는 소리, 우리는 바로 집 앞이라서 '하나 둘 셋' 말하는 게 자다 말고도 들려요. 환청이 들려요.]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불편에도 정작 대다수 마을 주민들은 별다른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주민들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상점을 열어 약간의 수익을 내는 게 전부입니다.

[마을 주민 : 우리는 사실 힘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 (상인)분들은 장사라도 하니까 좋겠지만 우리는 불편해요.]

[인천 중구청 관계자 : 협동조합을 설립해 혜택이 고루 돌아가게 주민 소득사업을 발굴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소음, 쓰레기 이런 거 안 버리도록 저희가 유도도 하고요.]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인천 만석동에서는 엉터리 도시재생사업 논란이 한창입니다.

[임종연/만석신문 편집장 :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서 마을의 변화를 도모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고, 결국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변화됐다는 거죠.]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만든 쪽방체험시설과 마을공동시설 대부분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마을 주민 : 그냥 보기는 좋죠. 그런데 실속이 없잖아요. 이런 빈집 같은 데는 차라리 수리를 해주면 더 좋죠.]

[인천 동구청 관계자 : (쪽방 체험시설은 아예 안 쓰는 건가요?) 지금 조례가 부결돼서 시행 안 해요. 다른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요.]

주민들의 거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도시재생사업, 많은 돈을 들여 사업을 완료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마을에는 빈집만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결국 도시 재생은 공허한 울림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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