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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호출 14번 중 13번 '카카오' 쏠림…공정위 '정조준'

입력 2021-09-11 14:02

JTBC 단독 보도한 카카오T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공정위 본격 수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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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단독 보도한 카카오T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공정위 본격 수사 밝혀


JTBC가 지난 3월 보도했던 카카오의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당시 20대 택시의 협조를 받아 진행한 실험에서 '호출 쏠림'이 확인돼 충격을 줬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 검찰' 공정위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가 화두가 되자 공정위가 나선 겁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심판과 선수를 겸하고 있다"며 카카오T의 가맹 택시 배차 몰아주기,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카카오가 받는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혐의, 어떤 내용이길래 공정위가 본격 조사에 나섰는지 다시 살펴봤습니다.

◇ 단거리~초장거리 14번 호출해 보니
실험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간은 새벽 1시. 24시간 일하는 방송국 직원들을 태우기 위해 새벽 1시에도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어 실제로 차별배차를 하는지 살피기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마다 평점과 콜 수락 패턴, 운행 패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수가 많을수록 '차별 배차'인지 검증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험이 진행된 새벽 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모습. 길목마다 수십 대의 택시가 방송국 직원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실험이 진행된 새벽 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모습. 길목마다 수십 대의 택시가 방송국 직원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본격 실험에는 카카오 비가맹 택시 18대, 카카오 가맹 택시(카카오 T 블루) 2대가 협조했습니다. 가맹?비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배차를 해주는 '일반 호출'로 을 이용했습니다. 14번의 호출은 모두 위치와 거리를 다양하게 했습니다. 가깝게는 같은 마포구부터 송파구로 가는 시내 장거리, 경기 의정부 등의 시외 장거리, 경상남도로 가는 초장거리 호출까지도 해봤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20대 택시의 호출 앱 화면. 이 상태에서 다양한 장소로 '일반 호출'을 한 뒤 어느 차량에 배차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실험에 참여한 20대 택시의 호출 앱 화면. 이 상태에서 다양한 장소로 '일반 호출'을 한 뒤 어느 차량에 배차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호출을 받는 스마트폰 20대를 한곳에 모았습니다. 제일 위에는 카카오 가맹 택시의 스마트폰 두 대, 그리고 비가맹 택시의 스마트폰 18대에 카카오 기사 앱을 켜놨습니다.

◇ 코앞에 수십 대 택시 있었지만…14번 중 13번 카카오 T 가맹 택시
첫 호출, 두 번째 호출 모두 카카오 블루 가맹 택시 두 대중 하나에 자동 배차됐습니다. 일반 택시 18대의 스마트폰은 미동도 없었습니다. 호출 콜을 잡을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카카오T 택시에 자동 배차된 겁니다.

호출을 하자 카카오 T 블루 가맹 택시에 자동으로 배차되는 모습. 카카오 가맹 택시는 호출을 수락하는 과정 없이 4~5초 뒤에 자동으로 배차가 확정됩니다. 호출을 하자 카카오 T 블루 가맹 택시에 자동으로 배차되는 모습. 카카오 가맹 택시는 호출을 수락하는 과정 없이 4~5초 뒤에 자동으로 배차가 확정됩니다.
이후 호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맹 택시 두 대 중 하나에 배차되거나, 기다려 보니 다른 카카오 갓등을 단 가맹 차량이 왔습니다. 근처에 1분 안에 도착 가능한 차가 수십 대인데, 몇 분을 기다려야 하는 카카오 택시가 왔습니다. 주변 차량은 호출을 받지 못한 겁니다.

취재를 마치고 퇴근을 위해 택시를 호출하자 3분 거리에 있던 택시가 잡혔습니다. 기다려 보니 카카오 T 갓등을 단 가맹 차량이 배차됐습니다. 제가 호출을 한 골목에는 일반 비가맹 택시가 6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취재를 마치고 퇴근을 위해 택시를 호출하자 3분 거리에 있던 택시가 잡혔습니다. 기다려 보니 카카오 T 갓등을 단 가맹 차량이 배차됐습니다. 제가 호출을 한 골목에는 일반 비가맹 택시가 6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14번 중 단 비가맹 차량에 배차된 건 단 한 번. 확실히 차별배차를 의심해 볼 수 있는 겁니다.

◇ 카카오 "배차 알고리즘은 거리 말고도 다양한 변수 반영"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단순히 직선거리 기준으로 기계적인 배차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알고리즘이 예상 도착시간, 수요공급 비율, 운행패턴, 택시운전자의 상황, 승객의 호출 조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배차 반경 내에 있는 차량을 대상으로 '수락확률이 가장 높은' 차량에 대한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차 요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카카오T 계정으로 호출했고, 도착지의 방향과 거리도 다양하게 변화를 줘 호출했습니다. 또 인근엔 실험에 참여한 18대 택시 외에도 주변에 정차한 택시는 수십 대. 이렇게 많은 택시가 있다면 기사마다 평점과 배차 수락, 운행 패턴이 다양할 텐데 배차에 결정적이었던 건 '카카오 가맹 여부'인 듯 보였습니다.

◇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은 공정?
카카오 T 블루 가맹 차량은 콜을 '수락'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자동'으로 강제 배차됩니다. 배차된 콜을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은 4~5초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데이터상 수락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건 사람입니다. '수락률'에 높은 가중치를 둔다면 카카오T가 배차될 가능성이 높고 '거리'에 가중치를 둔다면 주변 차량이 배차될 수 있는 겁니다. 알고리즘의 배차라 해서 공정하지 않다는 건 공정위에서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승객들의 욕구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택시 승객이 원하는 건 '빠른 도착' 즉 '거리'를 가장 중요하다 여길 겁니다.

안전 운전, 깔끔한 차, 기사의 매너도 중요하지만 당시 실험장소 주변에 있던 수십 대의 택시 모두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공정위도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알고리즘 왜곡'에 칼을 겨눴습니다.

◇ 선수, 심판 겸직 지적한 공정위
어제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핵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판과 선수를 겸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하기 위해 규칙을 인위적으로 조정·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이 선수를 겸하는 것. 카카오 택시의 구조와 같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2019년 이후 카카오는 자회사를 통해 택시회사 11곳을 직접 인수했습니다. 택시 호출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직접 택시 회사도 운영하는 겁니다.

이 직영 택시 회사의 수익은 고스란히 카카오의 것인데 '돈이 되는 콜'을 몰아줄 거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주최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어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주최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이제 공정위의 조사에 달렸지만 조사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 IT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공정위 내부에 이를 전문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공정한 경쟁은 시장경제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힘이 막강해진 지금,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전문가 인력의 대규모 확충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 '플랫폼 경제'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구혜진 기자의 [매트릭스] 코너는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집중 취재합니다.

◆ 관련 리포트
[단독] 14번 중 13번이 '카카오 택시'…확인된 '호출 쏠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7970

[취재썰] 바로 앞에 택시 있는데, 왜 먼 거리 택시가?...독점 카카오의 '호출 쏠림'
https://www.youtube.com/watch?v=JueikXUQv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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