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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혜자 "진심을 다 한다는 점…연기는 다 같아"

입력 2015-11-12 22:15 수정 2016-03-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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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입니다. 또 한 분의 반가운 대중 문화계의 인물을 모셨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이 자리에 나오셨던 분입니다. 두 번째 모시는 분이죠. 늘 이런 수식어를 가지고 계십니다. '엄마와 소녀의 모습을 모두 가진 배우'시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분. 배우 김혜자 씨를 오늘(12일) 다시 한 번 모셨습니다.

정말 1년만입니다, 선생님.



[김혜자/배우 : 네,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김혜자/배우 : 네, 저는 무안해요, 너무 금방 나와서]

[앵커]

1년이나 지났는데요, 뭐. 뉴스룸하고만 인터뷰를 하시겠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김혜자/배우 : 이 프로가 제일 인기 있고 여러 프로 나가는 것보다 여기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앵커]

그런데 제가 그만큼 좀 덜 부담스러우셨던 모양이죠?

[김혜자/배우 : 어유, 어렵죠. 어렵지마는 난처하게 하지 않으시니까]

[앵커]

아니 작년엔 깍쟁이라고 그러셔가지고 인터넷에 제가 깍쟁이란 말만 하루 종일 떠돌았습니다.

[김혜자/배우 : 좀 깍쟁이는 깍쟁이죠. 아니에요?]

[앵커]

여전하시군요. <길 떠나기="" 좋은="" 날=""> 지금 하시고 계시는 연극인데, 보통 때 같았으면 조금 텀이 긴 편이신데 (네. 맞아요) 금방 선택을 하셨더라고요.

[김혜자/배우 : 이제 나이도 많고요. 그런데 제가 되고 싶은 여자 있잖아요. 왜 사랑이 많아서 절망에 빠진 남편도 격려해주고 또 외국인하고 결혼한다고 사람들이 비웃고 색안경으로 보는데 그 딸도 격려해주고. 그러니까 사랑이 많은 여자 그래서 아, 내가 되고 싶은 여자인 것 같아서 조금 무리지만 드라마도 끝났고 쉬었고 그래서 하겠다고 그랬어요.]

[앵커]

처음에는 왜 하기가 싫으셨던가요?

[김혜자/배우 : 처음에는 너무 소녀 같았어요. 그러니까 대사가 너무 시적이고 아름답고 그러니까 저한테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소녀 같은 데가 있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래서 이 연극을 하면 또 소녀 같은 것만 부각되겠구나.]

[앵커]

아, 이제 그게 싫으신가요?

[김혜자/배우 : 썩 좋진 않죠. 어떤 감성은 소녀 같지만 하는 짓은 소녀 같으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이제 대사가 너무 시적이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 곤란하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앵커]

작가는 김혜자 선생님을 생각하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하던데…

[김혜자/배우 : 그랬다고 해서 더 부담스러웠어요, 저는]

[앵커]

아 그런 면도 있겠군요. 대사가 시적이라 하면 글쎄요, 연극에 대사가 시적이면 더 좋지 않을까요.

[김혜자/배우 : 그런데 그거를 시같이 하면 안 되잖아요 생활 용어같이 (하긴 그렇죠) 하늘에 별을… 하늘의 별 이게 아니고 너 밥 먹었니? 이런 식으로 해줘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약간 힘들었어요.]

[앵커]

그럼 여전히 시적인 그런 대사로 돼 있을 텐데.

[김혜자/배우 : 네 하죠. 대사는 고치지 않지만 그걸 시같이 안 들리고 그냥 말하는 것 같이 들리게 하느라고 조금 힘들어요.]

[앵커]

죄송하지만, 대사 한 구절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대사인지 시청자 여러분께…

[김혜자/배우 : 그러니까 저는 이런데 와서 코미디 한번 해볼래요? 이런 거 제일 싫어하는데 그냥 조금 해볼게요. 아침에 눈 뜨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 벌어질까 신비로웠는지 몰라요. 그리고 나는 많은 걸 사랑했어요. 꿈도 나무도, 아니 꽃도 나무도 별도… 내일은 이미 없는, 흐르는 물까지도. 다가오는 미래도 도망치지 않고 사랑할 거예요. 뭐 그런 거예요.]

[앵커]

아 정말 시적이네요.

[김혜자/배우 : 네. 시적이에요, 그러니까 다가오는 미래라는 게 이 여자가 죽을 여자거든요.]

[앵커]

알고 있습니다.

[김혜자/배우 : 네, 그 세계는 또 어떨까 기대한다는 그런 얘기를 해요.]

[앵커]

그래서 연극 제목도 <길 떠나기="" 좋은날=""> 이잖아요.

[김혜자/배우 : 그런데 슬프게 이 드라마가 흘러가지 않아요.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게 딱 끝이 아니라는 거, 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거, 그런 얘기도 하고 그리고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하기 때문에 연극 끝나면 거기 길이 좋잖아요. 덕수궁 길도 있고 연극 본 얘기들 하면서 가시면 좋겠다. 그런 생각 해요.]

[앵커]

연극을 많이 하신 편인데, 그렇죠? 다른 연기에 비해서 연극의 연기는 달라야 하는 게 있습니까?

[김혜자/배우 : 틀릴 거 없다고 생각해요. TV도 연극도 영화는 뭐 많이 안 했지만요 결국은 내 진심을 다해서 연기하는 거니까 어디서 하든 내 마음을 다해서 그 역을 연기하는 거니까, 이제 연극은 편집이 없으니까 연극 하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동안 10분의 1초도 긴장을 늦추면… (NG도 나선 안 되고?) 그렇죠. 도망갈 데가 없죠.]

[앵커]

그럴 때도 있지 않나요? 대개 다른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그럴 때는 이른바 애드리브로 넘겼다고 말씀들 하시던데.

[김혜자/배우 : 그런데 이게 생활적으로 '밥 먹었니', '어디 가니', '잘 갔다 와' 이런 대사가 아니기 때문에요. 이건 한마디가 엉뚱한 소리가 나오면 수습할 길이 없어요.]

[앵커]

상대 배우들도 있으니까.

[김혜자/배우 : 그렇죠. 상대 대사도 다 시적이에요. 지금 아주 나 시험하는 거 같아요. 너 잘하나 보자 이러고. 그래서 되게 긴장이 되고요. 관객도 굉장히 중요해요. 지난번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하는데 전 관객을 잘 못 봐요. 그냥 뿌옇게만 보고 있는데 맨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굉장히 얼굴이 하얀 분 같아요. 자고 있더라고요. (네) 그래서 너무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막 순간적으로 내가 못하나, 왜 저 사람은 왜 자나 이러고 다 끝나고 나서 나 그 사람 때문에 연극 망쳤어~ 그래서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분이 이러더라고요. 그 사람은 제일 앞자리니까 제일 좋은 표를 샀다 얼마나 김 선생님을 보고 싶으면 왔겠느냐. 그런데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하고 와서 자겠냐 그렇게 생각하래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겠구나 마음을 바꾸면 불평할 게 없더라고요. 다 감사죠.]

[앵커]

혹시 그분은 눈감고 김 선생님의 대사를 음미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김혜자/배우 : 아니에요. 이렇게 하고 자고 있었어요. 확실히 봤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53년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말이 53년이지 반세기가 넘는… (참 오래된 배우죠) 60년대죠, 시작하셨던. 그때는 텔레비전 드라마도 녹화가 없었기 때문에 다 생방송이었잖아요. 연극하시듯이 하셨겠네요?

[김혜자/배우 : 잘 생각 안 나요. 근데 첫 녹화 때는 어찌 됐던 별 에피소드가 다 많죠 뭐. 생방송이니까 맷돌을 갈고 있는데 맷돌 소리가 콩을 불린 걸 넣지 않고 안 불린 걸 넣으니까 탱크 가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드르륵드르륵 생방송이니까 다 나가는 거예요. 배우들 대사는 하나도 안 들리고 계속 탱크 가는 소리만 나는 거예요. 그러고 어떤 사람은 연습할 때 그냥 세트 앉아놓고 문이니까 나가 이랬잖아요. 세트인데 문이 거기 아니고 저기 있었는데 저기로 벽 뚫고 나가는 것도 있었고, 생방송 할 때는 기억 좋은 분들은 이야기 많아요. 난 다 잊어버려서 그거밖에 생각 안 나요.]

[앵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더군요. 제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런데 저는 실제로 텔레비전 예전에 봤을 때 70년대 초반인가요. 그때도 생방송이었던 것 같은데 그 배우가 대사를 다 외우지 못하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김혜자/배우 : 그렇죠.]

[앵커]

쪽 대본이었을 테고.

[김혜자/배우 : 쪽 대본은 아니지만 대사가 길거나 이러면]

[앵커]

그러면 텔레비전 세트 뒤에서 어떤 사람이 읽어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김혜자/배우 : 어머나, 세상에 그러면 진짜 안 돼]

[앵커]

그런데 실제로 가만히 들으면 뒤에서 불러주면 배우가 그것을 따라서 하고 그것을 생방송으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김혜자/배우 :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오죽 급하면 그랬겠어요.]

[앵커]

네. 그랬겠죠.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그렇다고 말씀은 해주셨지만 사실은 연극이든 드라마든 김 선생님 말씀대로 혼신의 연기를 다한 장면들을 저희들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잠깐 보겠습니다.

[김혜자/배우 : 어머, 진짜요?]

[앵커]

네.

[김혜자/배우 : 어머, 전원일기다. 아 금동이. 저건 영화인데 '만추' 별것 다. 가져다 놓으셨네. 대사를 되게 신파로 한다. 저건 '청담동 살아요'다. 저거 되게 재미있어요. 요새도 해요. 십 분씩 편집해서. 엄마야… 이건 '마더'다. 어 나 무서워 이거.]

[앵커]

예. '전원일기'로부터 '마더'까지.

[김혜자/배우 : 네, 어머. 감사합니다.]

[앵커]

중간에 저희 JTBC에서 나갔던 청담동 사람들도 나갔었고요.

[김혜자/배우 : 네, 어우 무서워.]

[앵커]

'마더'가요?

[김혜자/배우 : 네, 눈이 막 돌아가.]

[앵커]

본인이 보시기에도 무서우신가요?

[김혜자/배우 : 아니 그러니까 저거 찍고요, 봉준호 씨가 와서 모니터를 보라 그러는데 '왜 이래요 이 여자가?' 그러면서 '나 이건 좀 빼주세요. 너무 무섭다' 그랬어.]

[앵커]

그걸 뺄 리는 없죠. 봉 감독이.

[김혜자/배우 : '이거 굉장히 좋습니다.' 이러더라고. 너무 무서워요.]

[앵커]

봉 감독이 김혜자 선생께 접신의 경지라고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예, 잘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역시 빠져드는 연기이신 것 같네요.

[김혜자/배우 : 근데 손 선생님 진짜 깍쟁이에요.]

[앵커]

왜요?

[김혜자/배우 : 제가요, 뭐할 때 선생님한테 이래서 자꾸 과거 얘기하면 전 무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뭐 하는 게 없으니까 자꾸 과거 얘기만 들추는 것 같고 그러니까 '과거 얘기…' 그랬더니 가만히 보더니 '그럼 지금 뭐하세요?' 이러더라고. 근데 나 그때 아무것도 안 할 때거든요. 금방 이렇게 사람을 무안을 주나.]

[앵커]

아 제가 그랬던가요?

[김혜자/배우 : 네, 그랬어요.]

[앵커]

아 저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김혜자/배우 : 저는 그래 이 사람 참 깍쟁이다 제가 속으로 그랬어요. 그렇게 금방 '지금 뭐하십니까?' 이러는데, 기가 막혀… 그랬던 적이 있어요.]

[앵커]

죄송합니다.

[김혜자/배우 : 아니에요. 그러니까 허튼소리하고 그러면 금방 탁 금방 뭐라 그래. 그러니까 선생님 앞에 나와서 뭐 지어서 하거나 근사하게 하려고 말하면 그럴수록 손해야. (예) 솔직하게 하는 게 좋다는 걸 전 알았어요.]

[앵커]

고맙습니다. 아무튼 칭찬이시죠?

[김혜자/배우 : 칭찬이죠.]

[앵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김혜자/배우 : 네, 벌써 마지막이에요?]

[앵커]

더할까요?

[김혜자/배우 : 아니요. 재밌어서요.]

[앵커]

30년 가까이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2019년까지 후원금을 미리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어떤 뜻이십니까?

[김혜자/배우 : 그거는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제가 작품을 굉장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거, 또 좀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러지 않으면 잘 안 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언제 돈이 생길지 몰라요. 그러니까 돈이 생기면 뭐 광고를 한다든가 이래서 우선 그 애들 거를 떼어놓지 않으면 늘 제가 불안해요. 내가 돈이 없어 안 주면 걔네들은 굶는데… 그러니까 저는 뭐 돈이 없으면 우리 아들이 밥이라도 먹여주겠지만 그 애들은 안 되잖아요. 내가 후원하는 애들이니까. 그래서 항상 목돈이 생기면 걔네들은 위해서 떼어놔야지 안심이 돼요. 그러니까 저는 당연한 일을 하는 건데, 마치 자랑하는 것처럼 들리면 좀…]

[앵커]

저는 뭐 굉장히 그거보다 훨씬 깊은 뜻이 있으신 줄 알았더니.

[김혜자/배우 : 그거예요. 단순히…]

[앵커]

굉장히 간단한…

[김혜자/배우 : 예, 돈 내가 없어서 못 할까 봐.]

[앵커]

무척 단순한 이유셨네요.

[김혜자/배우 : 단순해요.]

[앵커]

고맙습니다 오늘.

[김혜자/배우 : 선생님 저도 감사합니다.]

[앵커]

예, 다시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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