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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반기문, 전격 불출마 선언…대선 판세 '대혼전'

입력 2017-02-01 17:57 수정 2017-02-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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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에서 그야말로 폭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가 퇴장하면서 대선 판세가 흔들리고 있죠. 오늘(1일) 여당 발제에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기자]

유력한 대선 날짜, 4월 26일이죠. 탄핵이 3월 중순 이전에 인용이 된다면 이 날짜가 매우 유력합니다. 오늘부터 따지면 84일쯤 남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판세는 안갯속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 나온 이 폭탄 발언 때문에 더 혼전 양상이 됐습니다.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저도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야말로 폭탄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일견 예상됐던 결정이란 얘기도 나왔습니다. 최근 들어서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시죠. 지지율 13.1%. 문재인 전 대표와 비교하면 약 20%p나 차이가 납니다. 더 이상 '빅2'로도 부를 수 없게 된 상황이죠.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반 전 총장은 일종의 '트릴레마', 그러니까 '삼중고'에 갇혀 있었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독자 세력화가 어려워졌죠.

또 '정치 교체'라는 슬로건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정책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특유의 '반반'전략 때문에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론 '정치 초보'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대선 행보를 열심히 했습니다. 보수 정당을 잇따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에겐 이런 '뼈있는 농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인명진/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최근에는 제가 좀 주의를 바꿨습니다. 낙상주의로. 나이가 들면은요, 미끄러져서 낙상하면 아주 힘든 일입니다. 특히 겨울 같은 때에는 미끄러워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다가는 낙상하기가 아주 쉬워서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습니다.]

그냥 농담 같지만, 가시가 있었습니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집토끼, 그러니까 보수 세력을 지키라는 말 같기도 하고, 아예 불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그런데 이 말이 현실이 됐죠. 반 전 총장이 오후에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반 전 총장의 퇴장은 결국 '문재인 대세론'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습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2.8%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문 전 대표, 자신감이 넘칩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어제) : 저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을 많이들 하는데 실제로 확인을 해보니까 제가 대세 맞습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대세고, 저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지금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지율이 30%를 넘나들지만, 중도·보수표를 끌어올 확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50~60대 장년층 지지율이 낮은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됩니다. 당 안팎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선 이재명, 안희정 등 후발 주자들이 맹추격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안 지사가 약진하면서 2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죠. 2위 싸움에서 이기는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문 전 대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당 외곽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집요하게 따라붙고 있습니다. 본선에서 문재인-안철수 1대 1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문재인 때리기'도 점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전 대표 (어제) : 사실은 지난 대선 이후로 계속적으로 그쪽(문재인)에서 비판하는 것 중의 하나가 흔쾌히 안 도와줘서 졌다는 그런 표현입니다. 인류 역사상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말이 나온 건 저는 처음 듣습니다. 선거는 본인의 실력으로 당선되는 겁니다.]

오늘의 발제를 음악으로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우연히 날아왔다 스치고 가버린
너무도 야속한 아! 바람이여'

박남정의 '아, 바람이여'입니다. '반기문 바람'은 결국 이렇게 스치고 가버렸습니다. 보수 진영의 유력 주자가 퇴장하면서 대선 판도는 더 흐릿해졌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3주간 한국 정치의 혹독한 현실을 경험했을 겁니다. 그의 마지막 발언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였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반기문 불출마…대선 판세 대혼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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