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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납득 어려운 논리…'규개위 회의' 들여다보니

입력 2016-05-24 21:49 수정 2016-05-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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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건강과 업계 이익을 맞바꿔버렸다" 어제(23일) 탐사플러스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어이없는 규제 철폐 과정을 조명한 바 있습니다. 담배회사, 주류회사 그밖의 대기업의 이익 또는 편의와 소비자의 가치가 부딪혔을 때, 규개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논리가 얼마나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졌는지를 오늘은 직접 보시겠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4월 22일. 368회 규제개혁위원회 전체 회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노약자나 임신부, 그리고 판매업소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 심한 혐오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린 학생이 금연 단체의 금연 교육을 받고 흡연에 대해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정신적 피해 사례도 있습니다"

위원들이 담뱃갑 위쪽에 경고그림을 표기하면 생기는 문제라고 한 말들입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회장/당시 규개위 참석 : 황당하게도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설명하는 거예요.]

규개위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류 피해도 심각한데 담배에 대해서만 강력히 규제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심지어 반론하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막았습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회장/당시 규개위 참석 : 그 질문 그만하시고 그만 끝냅시다. 그 분위기가 처음부터 결론을 내린 분위기죠. 그래서 담배회사 입장 편을 들어주려고.]

결국 이날 회의에선 효과가 불명확하다며 상단표기를 철회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담배판매회사 KT&G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지난해엔 이 회사 사장 공모에도 지원했던 손모씨가 위원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규개위 결정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재심을 요청했습니다.

결국 규개위는 여론에 떠밀려 상단표기를 받아들였습니다.

손 위원은 재심 때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규개위 회의입니다.

환경부가 20년 동안 동결됐던 빈병 보증금을 올려 빈병 회수율을 높이겠다고 하자,

"빈병 보증금 인상으로 업소들의 주류 가격이 상승하는 게 근본적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환경부) 업소들이 주류 가격을 인상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소비자 불편을 낮추겠습니다"

"환경부는 정책효과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소비자의 행태변화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위원들은 주류 가격만 올리고, 빈병 회수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주류업계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인상안은 1년 유예됐습니다. 연간 1000억 원의 처리 비용이 생긴다며 반대해 온 업계 입장이 결과적으로 그대로 통한 겁니다.

소주 업체들은 유예 기간동안 가격을 올렸고, 맥주 업계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입니다.

빈병 값만 동결시키고 소주 맥줏값은 오르게 된 겁니다.

[김미화 사무총장/자원순환사회연대 : 소주 가격이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소비자한테 부담이라고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못 올리겠다고 얘기해놓고 빈 병 보증금 비용은 안 올리는 대신 소주값은 다 올렸어요.]

2014년, 휴대폰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알려 유통 질서를 바로 잡겠다며 발의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애초 법안에선 소비자가 알지 못했던 삼성전자 등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도록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단통법 핵심 조항이었던 분리공시제도 역시 규개위 회의에서 바뀝니다. 중요한 사항을 고시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삭제됐습니다.

결국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게 됐고 휴대폰 시장은 다시 혼탁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분리공시를 반대해온 삼성 LG전자 등 제조사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자 : 판매 수수료가 50만 원이 됐든 100만 원이 됐든 이게 불법은 아니예요. 단통법이 생기기 전이 생긴 후나 시장구조는 변함이 없어요.]

+++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담뱃갑 경고 그림 상단 표기에 대한 1차 심사에서 보건복지부 자료가 부족해 이에 대한 변경을 권고했고, 재심에서 새롭게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상단표기에 동의한 것으로 '여론에 떠밀려 받아들였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빈병 보증금 인상에 앞서 빈병 반환에 대한 환불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보증금 인상 시점을 1년 유예하는 것으로 권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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