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30대에 처음 다는 태극마크, '깜짝 발탁' 이지남 스토리

입력 2014-01-05 09:0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주장이자 수비의 중심이었지만 소속팀의 2부 강등을 막지 못한 선수. 그러나 이지남(30·대구)은 지난 2일 발표된 A대표팀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지남이 누구냐"는 반응을 보였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지남은 "얼떨떨하다. 당연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남은 조광래 전 국가대표 감독이 안양(현 서울)을 지휘하던 시절 수집한 유망주 중 한 명이다. 2004년 20세 나이로 일찌감치 K리그에 데뷔했고, 경찰청(2005)과 경남(2008)을 거쳤다. 어렸을 때 중앙 미드필더였던 그는 공격수·측면 수비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옮겨 다녔다. 스스로 "프로 온 뒤 골키퍼 빼고 다 거쳤다"고 할 정도로 정체성을 찾는데 오래 걸렸다. 2011년 대구로 이적한 뒤에도 한동안 측면 수비수로 기용됐다.

센터백으로 자리잡은 건 2012년부터였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런 위치였지만 곧 수비 재능이 '봉인 해제'됐다. 몸싸움은 평범한 대신, 다양한 포지션을 거친 덕분에 상대의 공격 의도를 읽고 미리 끊는 플레이를 익혔다. 대구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이지남의 경기력은 호평받았다.

뒤늦게 찾은 포지션은 늦깎이 대표 소집으로 이어졌다. 이지남은 중학교 시절 유학을 떠났고, 고등학교 때 일찌감치 안양에 입단했기 때문에 또래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없었다. 이번 대표팀 중 청소년 대표조차 거치지 않은 '생짜' 신인은 이지남 뿐이다. 그는 "대표팀이 너무 낯설 것 같다. 그나마 브라질 전지훈련지가 소속팀 합숙 때 갔던 곳이라 다행이다. K리그에서 같이 뛴 김주영(서울)과 김기희(전북)가 있는 것도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이지남과 홍 감독 사이에 희미한 인연이 하나 있다면 그의 별명 '지남보'다. 그와 홍명보 감독의 이름을 섞은 별명이다. 이지남은 "경남 시절 훈련 중 이정래(현 영덕고 코치) 형이 지어 준 별명이다. 호리호리한 애가 수비하는 모습이 닮았던 모양이다. 그만큼 잘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며 겸연쩍어 했다. 그러나 대구 관계자는 "주장으로서 묵묵히 팀을 이끄는 타입이다. 지인이나 몇몇 팬들은 지남보라는 별명에 신뢰를 담아 부른다"며 리더십을 나타내는 별명이라고 알려 줬다.

늦깎이 도전자로서 첫 대표 생활에 나서는 이지남은 "해외파 센터백들도 소집되면 더 많이 배웠을 텐데 국내파 위주라 아쉽다. 많이 배우고 오겠다. 본선행이 쉽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용 기자 cohenwise@joongang.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