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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백억 예산에도 '악취' 그대로…하천 복구 '헛돈'

입력 2019-04-02 22:08 수정 2019-04-0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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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곳곳에서 '하천 정비 사업'이 한창입니다. 오염된 도심 하천을 되살리겠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공사가 끝났는데도 악취가 여전합니다. 허술한 공사에 대한 주민들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부산의 대연천입니다.

바닥에 나무로 된 산책로를 만들어놨고요.

난간도 새로 설치해서 깔끔한 모습입니다.

이곳을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160억 원입니다.

그런데 하천 상류 쪽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물이 부족합니다.

곳곳에 물이 고여 있고, 악취도 진동합니다.

[성지원/대연고 학생 : 쓰레기차 지나갈 때 가까이서 나는 냄새 같은 게 심하게 나요. 강 반대편 창문만 열고 수업을 해요.]

[김민재/대천중 학생 : 너무 더럽다 보니까 X천이란 별명도 있고…]

하천 복원 공사는 올 초 대부분 끝났습니다.

하지만 물은 여전히 진한 회색빛입니다. 

[이광협희/부산 남구 대연동 : 서울 청계천처럼 만든다는 걸 듣고 상당히 기대가 많았어요. 실제로 발 담그고들 하시잖아요. 저희는 다 그런 걸 상상했는데, 전부 쓰레기만 떠다니는 천이니까…]

아래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물 속에서 몇 걸음 옮겼더니 물 색깔이 까맣게 변해버렸습니다.

컵으로 떠보니 알갱이가 보이고요.

오염 물질이 하천 바닥에 쌓여서 뻘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코를 갖다 대면 하수구 냄새가 나고요.

여기 흙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하천 하류에서 오염된 바닷물이 역류하면서 함께 넘어온 것들입니다.

애초 상류에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낼 계획이었습니다.

2.5km 떨어진 하수처리장에서 물을 끌어오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련 기관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공사를 착수도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오염 주요 원인인 바닷물을 막을 방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 : 바닷물이 못 들어오게끔 그런 작업을 하려고 저희가 추경 요청을 했거든요. 우선 사업을 올려는 놨는데, 결정은 아직 안 났어요.]

수억 원을 더 들여도 바닷물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하천 복원사업 현장, 초량천입니다.

최근 공사가 멈춰섰는데요.

한편에 녹슨 철근 그리고 아직 쌓지 못한 돌덩이가 보입니다.

땅을 파다 지하수가 터져 나오면서 공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사업을 추진한 부산시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 (물막이) 설계 내역은 없었습니다. 사전에 지반조사를 했는데 물이 그렇게 많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서…예상 외로 많이 나와서 부득이하게 그렇게 됐습니다.]

이미 투입한 예산만 120억 원.

공법을 바꾸느라 수억 원을 더 쏟아야 합니다.

비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5년째 이어지는 공사에 주민들 불만도 높습니다.

[허정국/부산 동구 초량2동 : 처음에는 공청회 했거든. '이렇게 공사하겠다, 몇 년 걸릴 것이다' 그 얘기대로 이행되는 것도 아니고…선거 때 되면 금방 될 것처럼 했다가 처지고 처지다가 결국 이렇게까지 돼 왔고요.]

정비는 했지만 물이 흐르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울산의 매곡천인데요.

이쪽 바닥에 보이는 것은 돌덩이와 콘크리트 구조물뿐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들인 돈만 50억 원이 넘습니다.

주민들은 허술한 공사로 인한 안전 사고도 우려합니다.

[송원학/울산 북구 매곡동 : 자갈 위에 그대로 돌 얹어 놓은 거야. 그러니까 비 오면 또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기초를 튼튼하게 해서 그 위에 돌을 쌓고 이렇게 해야지.]

결국 지자체는 공사비 35억 원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실개천을 만들어, 물을 흘려보내겠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올해 지자체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지원하는 예산은 1000억 원에 달합니다.

오염되고 말라버린 하천, 무작정 예산만 투입한다고 살아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발이 목적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사업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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