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2일) 회동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건, 뭐 이미 예상되기는 했었는데요, 취재기자와 먼저 어제 회동의 의미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정치부에 신혜원 기자가 나왔습니다.
어제 회동이 이뤄지기까지 청와대와 야당의 신경전이 팽팽했습니다. 어떤 형식과 의제로 진행할 것이냐로 부딪혔는데 회동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상황까지 갔었다고요.
[기자]
네, 이번 회동은 박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습니다. 일단은 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야당이지만, 5자 회동이냐 3자 회동이냐로 1차 줄다리기가 있었고요.
막판까지 문제가 된 건 '대변인 배석' 여부였습니다. 야당은 회동내용을 정리할 대변인이 반드시 배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청와대가 난색을 표하면서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참 쪼잔한 청와대"라는 표현까지 썼는데, 결국엔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앵커]
모두 발언까지 비공개로 진행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일반적인 것인지 아님 이례적인 것인지요.
[기자]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지난 3월의 3자 회동 때도 대변인들이 배석했었고요. 새정치연합측은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수첩 한권을 다 채울 만큼 빼곡히 기록을 한 후 브리핑을 했었는데, 회동 내용이 지나치게 공개됐다며 박 대통령이 언짢아했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이번 회동엔 배석자가 없으니 원내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종걸 원내대표가 혹시 녹음이라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가 정무수석에게 거절당했고, 결국 손이 저리도록 직접 메모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여야지도부가 만나는 자리에서 벌어진 것이라곤 믿기 힘든, 좀 유치한 논쟁이 벌어진 겁니다.
[앵커]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극명한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 됐습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이긴 한데요.
[기자]
총 1시간 50분 회동에서 40분 가까이 국정화 문제를 논의했고요. 토론을 넘어 설전에 가까운 대화가 오갔다는 전언입니다. 청와대가 추가로 공개한 발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현행 교과서는 대한민국이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이고 북한이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되어있다"고 했습니다.
또 "검정 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 인맥으로 연결되어있다"며 국정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친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교과서"라고 비판하자 김무성 대표가 "많이 참았다. 더는 그런 주장 말라"며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두 대표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앵커]
박근혜 대통령보단 오히려 김무성 대표가 각을 더 많이 세웠나 보군요?
[기자]
새정치연합에선 "김 대표가 지난 3월 회동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지난 3월에만 해도 대통령과 문 대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는 게 야당의 주장입니다.
[앵커]
'교과서 정국'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여야 모두 예산안 처리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요. 여권은 어제 회동을 기점으로 "이제 민생으로 돌아가자"는 '교과서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고, 야권은 "대통령이 민생 대신 국정화를 택했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더욱 강화할 걸로 보입니다.
다만 국정화를 제외한 현안 이슈는 여야 원내지도부 간 3+3 회동 등을 통해 조율해 나가자는 합의에는 이뤘다는 전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