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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기후변화에 침엽수 '떼죽음'…백두대간 '신음'

입력 2020-09-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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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 변화는 지구 곳곳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올 여름 기록적인 장마와 잇따른 태풍도 그랬지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높은 산악 지대에 있는 침엽수들을 보면 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하얗게 말라가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백두대간을 따라 집단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늘(14일) 밀착카메라는 달라진 기후로 스트레스를 받는 나무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사라져가는지 담아왔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취재진은 전문가들과 함께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해발 1350m를 넘자 울창한 침엽수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리산의 해발 1350m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이 나무는 구상나무입니다.

한국 고유종으로 아비에스 코리아나, 즉 '한국의 전나무'라는 뜻의 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군데군데 터져있는 상태인데, 200m 정도 더 올라가면 집단 군락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조금 더 올라가 보겠습니다.

반야봉으로 가는 길엔 말라 죽은 나무가 눈에 띕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고사가 나타나기 시작하죠. 100년이 넘은 큰 구상나무도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그런 현장입니다.]

해발 1500m에 오르자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죽은 나무가 많습니다.

[박선홍/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자원보전과장 : 한 5년 전부터 그랬습니다. 구상나무가 고사한 지역은 햇빛이 많이 들어오게 되니까 조사할 때 눈에 띄게 됩니다.]

가까이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구상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유명한 침엽수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이 구상나무는 껍질이 벗겨져 하얀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위에 달려있어야 할 잔가지는 누가 잘라낸 것처럼 오간 데 없습니다.

줄기가 약해진 나무는 바람이나 충격에도 이렇게 쉽게 넘어질 수 있습니다.

[박선홍/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자원보전과장 : 활력도 5. 80% 이상 활력도를 보였다면 지금은 2에서 3이 많이 나오죠. 2면 40%에서 3이면 60% 사이.]

잎이 붙은 걸 찾기 힘듭니다.

붙어 있어도 건강한 나무에서 발견되는 유지성분이 없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유지성분이라고 해서 막인데. 정상적일 때는 흰 백색을 완벽하게 형성을 하는데 이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가 변하고 있는 거죠, 잎 뒷면이.]

지리산에선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1km²당 연평균 340그루의 구상나무가 죽었습니다.

10년 전보다 3배 빨라진 수칩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최근 10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서서 죽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렇게 뿌리 뽑혀 죽는. 아마 올겨울, 내년 봄에 추가로 나타나겠죠.]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분 스트레스입니다.

[박선홍/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자원보전과장 : 눈이 많이 오면 탐방로에 길을 만들어주는 러셀작업을 하는데 지금은 눈이 안 내리니까 그런 작업이 없는 거죠. 밝혀진 연구에는 수분 퍼텐셜을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을 하고요.]

구상나무는 한라산에서도 많았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한라산에서도 떼죽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구상나무 쇠퇴도가 39%에 달합니다.

없어져 가는 건 구상나무만이 아닙니다.

강원도 함백산에선 분비나무가 비상입니다.

함백산에서 자라는 침엽수 분비나무입니다.

2m 정도 크기의 상대적으로 어린 편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이런 어린 나무도 아래에서부터 잎이 떨어져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겨울철 내린 눈이 봄철 5월까지 영양, 수분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그 눈이 적다 보니까.]

기후변화의 지표인 분비나무도 집단 고사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승록/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팀장 : 기후변화에 따라서 분비나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거기에 대해서 지금 1차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요.]

발왕산 분비나무도 고사가 진행 중입니다.

[문이순/등산객 : 우리는 살 만큼 살았는데 젊은 아기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어떻게 환경 관리를 잘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죠.]

[염철이/등산객 : 나보다 더 선배 같은데 저렇게 쓰러졌으니까 좀 안타깝죠.]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현상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래야 기후변화 시대를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죽어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자료화하는 것. 또 다른 수목의 변화가 있을 때 예측이라도 해볼 수 있는 거죠.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다음 단계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그런 데이터 작업은 거의 안 되고 있죠.]

긴장마와 잇따른 태풍,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의 자연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어간 나무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생태계가 바뀌면 인간의 삶도 영향을 받는 만큼 자연이 주는 신호를 잘 관찰하고 분석해 앞으로 변화에 대비해야겠습니다. 

(화면제공 : 녹색연합)
(VJ : 유재근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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