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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기거나, 죽거나!'

입력 2019-04-02 21:26 수정 2019-04-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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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38년 제3회 프랑스월드컵에 나간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은 경기 직전에 무솔리니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습니다.

"이기거나, 죽거나!"

분명 농담은 아니었을 터이니 아니 농담이었다 하더라도…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을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경기 전 관중을 향해서 파시스트식 경례를 했고 거친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상대편의 선제골이 나오자 무솔리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니 그라운드에 있던 이탈리아 선수들의 심정은 정말 죽을 지경이었겠지요.

"월드컵의 최종 목적은 파시스트 스포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
- 조르조 바카로, 당시 이탈리아추국협회장

스포츠와 정치를 떼어놓을 수 있는가…

사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치적 선전의 본질이란, 가능한 많은 대중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서 그 메시지에 동의하게 한 다음에 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

거칠게 표현하면 이 정도가 아닐까…

사람을 한꺼번에 많이 모으기로 스포츠 경기만 한 것이 드물기에…

스포츠는 늘 정치의 무대에 있어서 매혹적인 존재였습니다.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스포츠 국가주의)
: 스포츠를 활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체제를 선전함

이른바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은 그런 면에서 늘 도마 위에 올랐고, 5공 시절의 프로야구는 탄생의 배경으로 늘 정치가 운위되기도 했습니다.

그곳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인 축구장이었습니다.

"경남FC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길 바란다"
- 자유한국당

그 축구장을 비집고 들어간 정치 때문에 축구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풍경…

다행히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오늘의 스포츠는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소유물이라는 것.

어찌 보면 요즘 말로 소확행이나마 찾을 수 있는 곳이 축구장이요, 야구장이요, 배구장인데…

그 소확행마저 빼앗겼다는 분위기랄까…

주말을 관통해 오늘까지도 계속된 축구장의 논란은 달라진 세상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기거나 죽거나'

1938년 이탈리아 대표팀은 결국 우승했지만 그들에겐 박수 대신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그걸 보면, 80여 년 전의 프랑스월드컵 관중이나 오늘의 관중이나 다를 것은 없습니다.

모두는 다만…

축구를 즐기고 싶다는 것…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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