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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국방장관 잇따른 점검 행보...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입력 2021-04-29 18:24 수정 2021-04-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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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오전 경기도 양평의 한 공군 부대,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규모 부대에 서욱 국방부 장관이 왔습니다. 코로나19 방역 태세와 장병 생활 여건을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서 장관은 병영식당을 찾아 코로나19 관련 예방적 격리를 하는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을 직접 살폈습니다. 동행한 부대 간부들에게 “장병들을 아들과 동생처럼 생각하고, 격리 장병은 물론 전 부대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기본권과 생활여건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라”고 강조했습니다.

29일 오전 경기도 양평 공군 방공관제부대를 찾은 서욱 국방장관이 격리 장병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29일 오전 경기도 양평 공군 방공관제부대를 찾은 서욱 국방장관이 격리 장병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국방장관, '부실 급식' 논란 이후 연일 현장 행보

서 장관의 현장 행보는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4일, 해군의 평택 제2함대 사령부를 찾아 격리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을 살폈습니다. 당시에도 "격리 장병들이 먹고 자는 건 물론 격리 생활 중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한 정성과 책임을 다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쓴 소리도 쏟아집니다. 우선 장관이 점검한 도시락은 실제 격리 병사들에게 제공된 것과 비교할 때, 내용물이 훨씬 훌륭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 23일 JTBC 뉴스룸 보도 (군 '부실 식단 사진' 논란되자…"병사 휴대전화 일제검사"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264644?ntype=RANKING)를 통해 확인된 '부실 도시락'이 실제 현장의 모습이라면 서 장관이 점검한 도시락은 실제와 거리가 먼 '준비된 도시락'이라는 겁니다. 한 현역 병사는 “장관이 방문을 온다고 하면 모든 부대원이 동원돼 평소보다 신경을 쓰는데 어떻게 현장 점검이냐”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상에도 “불시 방문도 아닌데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배식 감독 철저히”...땜질식 처방?

이처럼 현장을 관리·감독하겠다는 장관의 메시지는 자칫 '보여주기 처방'에 그칠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국방부 대응도 '실효성 있는 해법이 될까'하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지난 27일 서욱 장관 주재로 '코로나19 대비 군 방역태세 강화를 위한 긴급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격리 장병의 생활여건과 급식 체계 개선책을 논의했는데 여기서 나온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국방부는 일단 각 부대에 식자재가 인원수에 맞게 제대로 배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저울이 비치돼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격리 장병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을 공평하게 배식되는지 간부가 입회해 감독하겠따고 했습니다. 격리 장병이 선호하는 메뉴는 조금씩 더 양을 늘려 배식하겠다고도 했지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군내 코로나19 방역 태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군내 코로나19 방역 태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장병 1인당 급식 예산이 하루 8790원, 한 끼에 3천원이 채 안 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급식 예산을 늘려 보다 양질의 도시락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격리 장병들에게 음식을 좀 더 나눠주겠다고 그밖에 다른 병사들이 먹을 양을 줄여선 안될 것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실 도시락 논란이 제기된 뒤 일선 부대에선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격리 장병의 도시락을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 병영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일반 병사들 몫의 반찬이 부족해졌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2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보도된 격리 병사들의 '부실 도시락' 실태지난 2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보도된 격리 병사들의 '부실 도시락' 실태

◇"감염 통제 목표 아래 기본권 제한, 지속될 수 없어"

부실 도시락 논란부터 병사들을 격리하는 시설의 열악한 상황, 육군 훈련소 등에서 벌어진 과도한 방역 지침에 대한 불만 등은 결국 감염 통제라는 목표 아래 '씻을 권리, 먹을 권리'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장 열흘간 샤워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과도한 통제로 비판을 받은 육군 훈련소 관계자는 "훈련병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지만, 이 역시 감염 관리를 위해 가장 손 쉬운 방법인 통제를 택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실제 현장에는 시설이나 인력, 예산에 대한 보강 없이 방역만 강조하다보니 각 부대에 돌아가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감염을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기본권도 함께 통제되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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