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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노무현 정부 때도?…답변서 주장 따져보니

입력 2016-12-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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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는 이번 주 내내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로 보낸 답변서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오늘(20일)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기업 돈으로 재단을 만든 일이 있다면서 뇌물 혐의를 부인하는 부분을 확인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답변서에 뭐라고 나와 있습니까?

[기자]

대통령의 답변서가 총 25페이지인데요, 팩트를 체크할 게 너무 많습니다. 오늘 엄선했습니다.

17페이지입니다. 노무현 정부, 삼성 일가 8000억 원 출연, 정부가 이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사진을 친노 인사들로 채웠다,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에서도 기업 돈으로 재단을 만들었고, 정권이 그 재단을 장악했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예전부터 그래왔었다, 이런 주장이네요?

[기자]

예전에 이런 유행어 있잖아요. '왜 나만 갖고 그래'…이런 건데요, 사실인지를 하나씩 확인해보죠.

2006년 10월로 가보겠습니다. 민간 재단이 하나 출범했습니다. 삼성이 내놓은 8000억 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사장은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사는 김병일 전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습니다. 그 밑에 이학영 이사도 있습니다. 당시 시민단체 출신으로 훗날 노무현 재단 이사를 지냈습니다.

재단 설립 전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재단의 궁극적 관리는 시민사회가 하더라도, 소모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과정과 절차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렇게 보기에는 재단을 친노로 채웠다거나, 정부가 재단을 관리했다, 이런 주장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기자]

지금부터 반전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이 전혀 다릅니다.

우선 왜 삼성이 8000억 원을 냈느냐. 이것부터 보시죠. 2006년 2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8000억 원의 출연을 약속했습니다.

삼성이 비판에 시달리던 때였습니다. 탈세, 상속, 그리고 불법. 그래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들었죠. 그러다 보니까 이 돈을 내놓은 겁니다. 즉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돈입니다.

정부가 요청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제목의 기사들도 당시에 있었습니다.

-삼성 8000억 주인없는 돈 될라…국민일보
-갈 곳 못 찾은 삼성 8천억원…매일경제
-'삼성 8천억' 운용주체 관심…경향신문

그 엄청난 돈을 관리할 주체가 딱히 나타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정부가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완전히 다른 거군요.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은 정부가 먼저 요구해서 돈을 낸 것이잖아요?

[기자]

네. 2006년의 재단 출범 과정을 조금 더 보겠습니다. 그해 5월입니다. 삼성이 8000억 원을 실제로 내놨습니다.

이걸 교육부가 받아서 일단 관리를 시작을 했습니다. 동시에 뭘 했냐면 민간인으로 구성된 재단운영준비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논의해서 재단의 이사회를 꾸렸습니다. 정부가 직접 재단을 만든 게 아니고요. 민간 차원의 두 단계 공개절차를 거친 거죠. 친노 인사들이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름의 절차 형식적 절차를 지켰다는 거죠.

[앵커]

그런데 미르나 K재단은 이런 절차가 전혀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런 재단이 있는 것조차도 모르지 않았습니까?

[기자]

전혀 몰랐고요. 언론도 거의 취재할 수준이 아니라 사실관계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이걸 출범 준비를 시작을 했는데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섰습니다.

모금까지 계획을 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대통령이 총수들과 면담한 뒤에 기업들이 돈을 냈습니다.

대통령의 뜻에 맞게 이사진이 꾸려졌습니다. 돈은 기업이 대고 정부가 허가를 했고 그 과정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끝이 났죠.

공소장에 문구가 이렇게 돼 있습니다. 불응할 경우에 세무조사, 인허가 어려움 등 불이익을 두려워한 나머지 기업들이 그 많은 돈을 왜 척척 냈는지 육성증언도 있습니다.

[허창수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6일) : 청와대의 요청을 우리 기업이 거절하기가 참 어려운 것이 기업 하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가 힘든 건 한국적인 현실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청와대가 요청을 했고 기업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전경련 회장이 아주 이번 사태 핵심을 단적으로 설명을 해 줬죠.

[기자]

대통령이 공범으로 등장한 공소장에 이런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아주 세세한 지시입니다.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의 미르로 하라, 이사장을 누구로 하고 이사를 누구로 하라, 심지어 사무실의 위치를 어디로 하라, 2006년과 지금 다른 점이 너무 많습니다.

출연금이 자발적이었느냐, 비자발적이었느냐, 대통령이 이걸 계획을 했느냐, 안 했느냐. 특히 재단 구성에 대통령이 몰래 관여했는지, 관여하지 않았는지 공개절차를 거쳤는지, 아닌지.

물론 2006년에도 정경유착 아니냐, 이런 논란은 있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이사진이 너무 진보진영에 치우쳤다, 이런 비판이 지금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논란 속에서도 얼마나 공개적으로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진행했느냐, 이 차이입니다.

지금 탄핵과는 무관한 과거 정부의 전혀 다른 사례를 끌어들인 대통령의 답변서, 물귀신 작전이라는 표현이 아니면 도무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앵커]

어제는 키친캐비닛이었고 오늘도 또 하나 억지 주장을 봤는데 내일도 또 답변서 분석이 이어지죠?

[기자]

네.

[앵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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