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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무승' 홍명보호 초라한 퇴장

입력 2014-06-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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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무승' 홍명보호 초라한 퇴장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16년 만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초라하게 퇴장했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에서 1무2패라는 보잘 것 없는 성적으로 브라질을 떠나게 됐다. H조 최하위다. 벨기에와 알제리가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1승도 신고하지 못한 것은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이다.

리더 부재, 경험 부족, 컨디션 조절 실패, 전술대비 미비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론이지만 홍 감독이 내놓았던 팀의 슬로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은 이루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 때부터 이날까지 '의리 엔트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16년 만에 무승 치욕

1954스위스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세계무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한국 축구의 9번째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에서 첫 승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8년.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에 2-0 승리를 거두며 감격적인 첫 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거스 히딩크(68·네덜란드) 감독의 지휘를 받은 한국은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썼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지만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저력을 보이며 2-1 역전을 거두며 원정 첫 승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어 '허정무 사단'이 나선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아깝게 패했지만 우중에 마지막까지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여전히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4년 만에 한국 축구는 추락했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겨 무난한 출발을 알렸지만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철저하게 수준 차이를 드러내며 2-4로 참패했다.

베스트 전력을 내보내지도 않은 벨기에에도 0-1로 졌다. 1무2패. 브라질에서 딴 승점은 단 1점이다.

특히 알제리전은 올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전지훈련과 월드컵 개막 직전에 미국 마이애미에서 가졌던 담금질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우왕좌왕 헤매기에 바빴고, 개인기로 똘똘 뭉친 알제리 선수들을 쫓기에 급급했다. 진짜 '1승 제물', '승점 자판기'는 홍명보호였다.

▲뜬구름 잡던 코칭스태프

홍명보호는 마이애미 전지훈련과 함께 상대국의 전력 분석에 열을 올렸다. 안툰 두 샤트니에(56·네덜란드) 전력분석담당 코치가 유럽 현지로 날아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의 전력을 탐색했다.

선수단과 함께 비디오 분석을 하고,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구상한다고 했지만 실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처참했다.

월드컵 직전까지도 한국은 알제리를 가장 만만한 상대로 꼽고 있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비겼음에도 분위기가 처지지 않았던 배경이다.

그러나 완벽한 실수였다. 알제리가 선발명단에서 무려 5명에 변화를 줬지만 순진한(?) 홍 감독은 1차전과 동일한 베스트11을 내보냈다.

한국-알제리 경기에 앞서 한국과 알제리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 모두가 알제리의 공격적인 변화를 예상했다. 홍 감독은 대처하지 못했다.

수비라인의 집중력 저하로 인한 실점이었다곤 하나 이 같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코칭스태프의 능력도 이하였다.

특히 알제리가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왼쪽 측면을 통해 공격하는 비중이 무려 71%에 달했지만 한국은 이를 파악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왼쪽 측면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최선을 다해 전력 분석을 했다. 하지만 결과가 잘못됐기 때문에 전력 분석 역시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 대한 분석도 정확하지 않았다. H조에서 평균연령이 가장 높았던 러시아가 후반 중반 이후에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대였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던 이근호(29·상주)를 비롯해 김신욱(26·울산) 등 공격진 조커들의 컨디션이 나았지만 붙박이 공격수 박주영(29·아스날)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점은 뜬구름을 잡은 대표적인 장면이다.

▲리더의 부재, 과제로 남아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33·은퇴)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떠났다. 후유증이 상당한 월드컵이었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12분 사이에 3골을 내줬다. 선수들은 선제골을 내준 이후 급격하게 집중력 저하를 보였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관중석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위기의 순간에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이가 필요했지만 홍명보호에는 그런 존재가 없었다.

주장 구자철(25·마인츠)도 홍 감독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박주영도 '박지성의 그것'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하는 기성용(25·스완지시티)마저 알제리전에서 패하곤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박지성을 발탁하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직접 면담까지 했던 배경으로 풀이되는 장면이다.

홍명보호에는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을 누렸던 '홍명보의 아이들'은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리더는 없었다.

▲컨디션 관리는 어땠나

중앙수비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끌어올리는데 애를 먹었다.

하대성(29·베이징 궈안)은 왼 발목의 고질적인 통증을 떨치지 못했다.

봉와직염 수술로 최초 명단에서 아예 빠졌던 박주호(27·마인츠)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홍 감독은 철저하게 박주호의 컨디션을 판단해 내보내겠다는 방침이었다. 최종전까지 박주호의 컨디션은 홍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부상과 재활은 불가항력인 부분이 있지만 중요한 본선 무대에서 이처럼 여러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 경우는 드물다.

이케다 세이고(54·일본) 체력담당 코치의 지휘 아래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축구협회의 안이함도 한몫했다.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단체로 황열병 주사를 맞았다.

황열병은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주로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발열과 두통 증상이 일반적이지만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는 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동부 해안 일부를 제외한 브라질 전역을 황열병 예방 접종 권장 지역으로 설정해놓았기에 선수들은 모두 맞은 것.

그러나 이 주사는 부작용이 있다. 접종 3~4일 뒤, 20~30%가 통증 및 부종, 미열, 두통, 근육통 등의 경미한 부작용을 겪는다.

소집과 함께 일찌감치 예방접종을 할 수 있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이애미 출국을 하루 앞두고 부랴부랴 맞았다.

황열병 후유증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마이애미 전지훈련 중에 기성용, 이범영(25·부산), 이용(28·울산), 이청용(26·볼턴) 등은 감기증세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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