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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현판' 떼고 안중근 서체로…역사 바로세우기

입력 2020-05-08 18:55 수정 2020-05-08 19:10

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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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순국선열들을 모셔 놓은, 대한민국 상징적인 곳 바로 현충원이죠. 그런데 대전 현충원의 현판을 전두환 씨가 자필로 쓴 글씨로 되어 있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이 현충원의 현판을 바꿔 달기로 했습니다. 관련 소식, 조익신 반장이 짚어봤습니다.

[기자]

경남 함양에 세워진 옛 비석입니다. 비문에는 "주민을 편안하게 하고 봉급을 털어 관청을 고치고 세금을 감면해 주며 마음이 곧고 정사에 엄했기에 선정을 기리기 위해서 고종 24년 비를 세운다"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이 선정비의 주인, 누군가 봤더니 바로 조병갑입니다. 가혹한 폭정으로 동학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그 탐관오리 말입니다.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아이러니한 유물을 남겼습니다.

대전 현충원의 현판이 이달 안에 바뀐다고 합니다. 현충문이라는 저 글씨, 전두환 씨가 쓴 친필입니다. 대전 현충원은 1985년 준공됐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바로 전씨였습니다. 그 때 써 준 현판이 35년째 걸려 있었던 겁니다. 전씨는 내란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됐습니다. 현충원은 호국 영령들을 모시는 국가통합의 상징입니다. 역사적 죄인의 글씨가 남아 있을 곳이 아닙니다. 전씨의 현판이 내려지는 이유입니다. 새 현판에는 안중근 의사의 서체가 담깁니다. 안중근 체로 현충원 현판을 한번 바꿔봤습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전씨의 흔적 지우기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전씨가 1988년부터 2년 동안 숨어 살았던 백담사에는 '제12대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입니다'란 안내 문구를 버젓이 걸려있었습니다. 마치 생가라도 보존하듯 전시실까지 꾸몄었는데요. 지난해 말 관련 시설이 폐쇄했습니다.

[백담사 관계자 (JTBC '뉴스룸' / 지난해 12월) : 백담사가 세간에 구설에 오르거나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전북 장수군은 지난 2월, 논개의 생가터 정자에 달았던 단아정이란 한문 현판을 한글로 교체했습니다. 이 한문 현판을 쓴 사람, 전씨였습니다. 청주 청남대, 포천 호국로 기념비, 인천 홍륜사 현판 아직도 전국 곳곳에 청산해야 할 전씨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전씨의 유물을 발판 삼아서 악행을 되새기는 곳도 있습니다. 광주 망월동 옛 묘역엔 특별한 비석 하나가 박혀 있습니다. 묘역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 비석을 지르밟고 가야 합니다. 전두환 민박 기념비입니다. 하도 많이 밟혀서, 이젠 문구도 흐릿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이 비석을 밟고 지나갔습니다. 비석 안내문에는 '영령들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올해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전씨의 비석은 밟히고, 또 밟히고, 밟힐 겁니다. 이 세대에서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서라도 말입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2017 / 제공·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 리틀빅픽처스) : 나는 일본군의 만행으로 꿈이 짓밟힌 수많은 소녀들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존 인물인 이용수 할머니, 어제(7일) 다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이 할머니는 더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밖의 선언을 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정의기억연대가 기부금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용수/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어제) : (결과적으로 할머니들한테 쓴 건 아무것도 없다, 라는…) 없죠. 자기네들 있는 할머니한테는 썼는지 모르지만 우리한테 쓴 건 없어요. 내가 그렇게 미국 다녀도 돈 한번 보태준 거 없어요. 없어요.]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기억도 꺼냈습니다. 10억 엔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은 몰랐지만,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윤 전 이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윤미향 당선인도 입장문을 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의 모든 활동은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할머니들에게 드린 지원금 영수증도 지장이 찍힌 채 보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관련 자료도 공개를 했는데, 이용수 할머니의 이름이 보입니다.

일본에서 10억 엔이 들어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와 가족 같은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대화로 풀 일입니다. 혹시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명확히 밝히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이번 건으로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수요집회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수요집회는 이용수 할머니의 것도, 윤미향 당선인의 것도 아닙니다. 일제의 만행을 널리 알리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아내겠다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집회입니다.

당장 일본 언론에선 이용수 할머니의 수요집회 거부 발언을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파문이 확산되기 바라는 듯합니다. 역시나 하는 짓이 일본스럽습니다. 제가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대전 현충원 '전두환 현판' 철거…역사 바로 세우기 >

(화면제공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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