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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사망진단서 '절대 불변' 아닌데…서울대병원 정정 거부 왜?

입력 2016-10-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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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사망진단서 '절대 불변' 아닌데…서울대병원 정정 거부 왜?


백남기 사망진단서 '절대 불변' 아닌데…서울대병원 정정 거부 왜?


백남기 사망진단서 '절대 불변' 아닌데…서울대병원 정정 거부 왜?


백남기 사망진단서 '절대 불변' 아닌데…서울대병원 정정 거부 왜?


고(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경찰이 발포한 살수를 맞아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때 병명은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이었다. 하지만 백씨가 사망한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병사'로 적혀있었다.

백씨 사망 이후 '외인성', 즉 외부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병으로 백씨가 숨졌다고 밝혀주는 부분이 배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망진단서 작성에 오류가 있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백씨 주치의는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치의 작성 사망진단서…의료계 "오류 있다" 한목소리 지적

의료계에서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거세게 분출됐다.

과거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인사는 물론이고 대한의사협회, 서울대 의대 총동문회 등 의료계 전반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백씨의 사인은 '외인사'이며 병사라고 기재된 사망진단서에 오류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애초에 고인의 주치의였던 백선하(53)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기재했다. 백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근거였다.

백씨 유족과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4일 공개한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이 '심폐정지'로 돼 있다. 그 원인은 '급성신부전'과 '급성경막하 출혈' 때문이었다. 사망의 종류는 병사다. 이 진단서만 놓고 보면 백씨는 갑자기 발생한 뇌출혈로 자연스럽게 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백씨의 사망진단서에는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수술연원일과 수술의 주요 소견이 공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진단서를 표피적으로 해석할 경우 백씨는 자연 발병한 뇌출혈로 인해 병원 중환자실에서 수술 없이 치료만을 받다가 사망했다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외인사가 당연하다는 판단이다. 백씨의 급성경막하출혈은 경찰이 쏜 물대포가 원인이 됐고 이로 인해 백씨가 사망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물대포라는 외부의 충격이 없었다면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의사협회에서 지난해 발간한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서는 외인사를 질병이 아닌 원인으로 인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인사의 원사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이나 손상,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 사고나 폭력의 상황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씨의 사망 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인 '병사'가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의사로서 전문성 있는 판단에 기초해 적시한 것일지라도 불완전한 서류라는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류 있는 사망진단서 변경 가능…"실제 정정 많이 이뤄져"

의료계에 따르면 사망진단서는 흔한 건 아니지만 수정이 불가능한 문서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사망진단서를 수정해 본 한 의사는 낙상으로 사망한 노인의 사인을 폐렴으로 기재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망자의 최종 증상인 폐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족이 문제제기를 한 뒤 사망자의 과거 치료 이력을 확인했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 사인을 외인사로 정정했다.

이 의사는 "사망진단서는 의사의 재량에 의해 작성되고 정정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변경은 의외로 쉽다"며 "기재된 사인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기존에 발부된 진단서를 회수해 파기하고 수정해 다시 발급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사망진단서 수정은 사망 원인이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때도 종종 이뤄진다. 이번에 서울대병원은 백씨의 '외상성' 경막하 출혈을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11차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정황상 사망진단서 작성 내용과 보험금 청구 내역이 논리적인 충돌을 일으켰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은 고인의 사망진단서의 허위 또는 오진 기재와는 별도로 내용의 정정은 주치의 소관이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창석(55) 서울대병원장도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단서 변경은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망진단서 작성 주체가 주치의가 아닌 전문의였다는 점을 들면서 수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치의인 백 교수는 고인 사망 당시 현장에 없었고 전문의에게 병사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만 했다.

실제 고인의 사망진단서에는 백 교수의 서명이 없다. 백 교수가 자신의 피교육자라고 말하고 있는 전문의 서명만 있을 뿐이다. 14일 국회 복지위원회 종합국감에서도 진단서에 서명이 없는 백 교수가 아닌 전문의에게 수정 권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망진단서 오류 논란 증폭…'사인 변경' 나서기 어려운 이유

사망진단서 오류 논란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서울대병원이 내용 변경을 권고 하지 않고 백 교수 측에서 사인 재검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먼저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병사로 기재된 사망 원인이 피의자들의 면책 또는 감경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다.

사인이 외인사로 정정될 경우 고인이 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물대포를 맞았고 사망에 이른 경위 전반이 진단서 내용에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물대포를 고인에게 발포한 주체가 경찰이라는 내용이 진단서에 명문으로 남게 된다.

또 백 교수가 작성한 사인은 고인 부검뿐만 아니라 경찰 관계자들의 혐의 사실을 확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수사기관이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던 2건의 영장을 보면 고인의 사망 전후를 기점으로 그 경위에 관한 내용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사기관이 지난 6일 발부받아 집행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고인의 사망 경위로 "피의자들이 백씨의 머리 등에 직사 살수를 했고 그 충격으로 넘어져 급성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면서 외부 원인이 있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사인을 '병사'로 규정한 이후인 26일 발부된 영장에는 백씨가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를 맞았다는 내용 이외에 병명 등에 대한 기술이 없다. 두번째 영장은 고발에 의한 첫 영장과 달리 변사 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감안해도 같은 사안에 대한 사실 기재 내용이 차이가 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고인의 사인을 둘러싸고 사전 논의 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과거에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변경했고 이 사인이 가해자 측의 혐의를 경감하는 쪽으로 활용된 사례가 과거에 있었기 때문이다.

유족의 의료 자문을 맡고 있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관계자는 "과거에도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검 이후 원래 건강상 문제가 있어 사망한 것이라고 결론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s.won@newsis.com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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