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단독] "엄마, 입소 20분 후부터 맞았어요"…흉기 위협까지

입력 2021-03-30 20:14 수정 2021-03-30 21:52

하동 서당 또 다른 '학폭'…당시 초2 피해자의 증언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하동 서당 또 다른 '학폭'…당시 초2 피해자의 증언

[앵커]

어제(29일)도 전해드렸지요. 경남 하동에 있는 기숙형 서당들에서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저희가 인성교육을 중시한다는 경남 하동의 한 기숙형 서당에서 10대 학생들 사이에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보도한 뒤에 터져 나오고 있는 건데요. 이 서당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피해 학생은 폭행은 물론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백민경 기자가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8살 A군이 폭행을 당한 건 지난해 5월 경남 하동의 한 기숙형 서당에 입소한 직후였습니다.

먼저 들어와 생활하고 있던 중학교 1학년 B군의 신고식이 시작이었습니다.

[A군/피해 학생 : (처음 괴롭힘을 당한 게 언제야?) 입소할 때부터. 엄마가 간 지 20분 정도 될 때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A군을 상대로 군기를 잡겠다며 어깨에 멍이 들 정도로 때렸다고 합니다.

[이모 씨/피해 학생 어머니 : (입소 한 달 후) 멍이 들어서 '왜 그러냐' 그랬더니 부딪혔다고 그러더라고요.]

A군을 상대로 한 괴롭힘은 폭행으로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방을 쓰던 초등학교 4학년 C군에겐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A군/피해 학생 : 화장실의 문 잠그고 갇혀서 흉기를 목에 대고 협박을 했어요, 위협하고. (뭐라고?) '죽기 전에 한마디 해봐'라고, 내 물건 다 내놓으라고…]

보복이 두려웠던 A군은 한동안 홀로 견뎌야만 했습니다.

[A군/피해 학생 : 근데 그거 말하면 엄마한테 더 맞아요. (응?) 엄마한테 말하면 (형들한테) 더 맞아요.]

당시 충격으로 A군은 틱장애를 진단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A군은 불안증세를 보였습니다.

B군 측은 취재진에 "아이가 직접 사과를 했다. 죄송하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C군 측엔 서당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B과 C군 측은 앞서 A군 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에서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당 측도 "폭행 등에 대해선 가해자들이 사과한 걸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A군 측은 B군 등을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입니다.

■ '민가 분류' 서당 기숙사…폭행사건 관리 책임 없어

[앵커]

피해 학생들에게 서당의 기숙사는 '집'인 동시에 '감옥'이었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알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취재해 보니 이 기숙사들은 정식으로 허가를 받지 않아, '민가'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교육당국의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된 사각 지대에서 아이들은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맞고 변기에 머리 밀어넣어

구타도 모자라 흉기로 위협당해

모두 같은 기숙형 서당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벌어진 일입니다.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던 형이나 언니, 동급생이 가해자로 지목됐습니다.

또 다른 기숙형 서당에선 또래 친구에게 체액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고등학생들이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서당 원장 역시 구타와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기숙형 서당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집에 있기 어렵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주로 찾습니다.

경남 하동에만 11곳이 운영 중이며, 학생 수백 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서당의 절반 정도는 등록이 안 된 미인가 시설이란 점입니다.

학교폭력이 있었던 서당 두 곳은 인가를 받았지만 일부 공간만 학원으로 등록했거나, 대표자만 개인과외교습자 자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폭행과 학대행위가 지속됐던 기숙사 건물은 '민가'로 구분돼 교육당국의 관리를 전혀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동교육지원청 관계자 : (그 서당 기숙사는) 교육청에서 보기에는 집이다, 말 그대로 하숙방이다 그렇게 보고요.]

폭력이 반복되더라도 관리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좁니다.

경남교육청은 JTBC 보도가 나간 이후에서야 편법으로 기숙학원처럼 운영한 서당 6곳을 파악해 학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 했습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 : 지금 현재는 OO학원에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안 되는 거예요. 서당 다른 곳에서 교습하는지는 (수사 의뢰 예정입니다.)]

또 경찰과 함께 청학동 서당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폭력 피해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관련기사

체액 먹이고 성적 학대까지…하동 서당서 '엽기 학폭' [단독] 학원 기숙사 학폭…분리는커녕 '화해하라고' 한방서 재워 [단독] 치아 깨질 정도로 맞았는데…학폭위선 되레 "사과하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