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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호킹 지수…고개를 숙여서 발밑을 보라'

입력 2018-03-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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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호킹 지수"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 군요.

책을 구입한 독자가 실제로도 책을 읽었는가를 따져보는 수치라고 합니다.

화제가 된다 하니 너도나도 구입하긴 했지만  정작 몇 장 넘기지 못한 책일수록 그 호킹 지수는 낮아지는 방식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호킹' 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천만 부 이상이 팔린 그의 저서 < 시간의 역사 > 역시 실제로 읽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하니까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괜히 뜨끔한 마음이 드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별로 떠난 과학자"
"같은 시대에 살아서 영광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장애를 극복하고 이룬 성취였기에 결과물은 더욱 빛나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호킹 지수로 상징되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허망함을 느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에 한국인 최초로 우주 비행을 떠났던 이소연 씨가 바로 얼마 전에 했던 말입니다.

그가 우주에 올라간 첫날 수행했던 중요 일과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바느질"
 

옆에서 묻는 거예요.
이걸 왜 우주인이 꿰매고 있냐고요…
미국의 경우 정부 부처명이 건물의 돌에 새겨져 있어요.
안 바뀐다는 의미죠… 러시아도요…

      -이소연 박사 · 과학잡지 < 에피 > 인터뷰

사업 당시.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모든 우주복과 실험장치에 바뀐 그 명칭을 바꿔서 달아야 했다는 웃지 못할 기억이었습니다.

우주인 사업을 계획한 책임자와 마무리한 책임자가 달랐던 나라.

그러니까 정권이 바뀌고 부처의 이름이 바뀌고 책임자가 갈리는 사이에, 3년짜리 단기 사업에 불과했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사업은 결국 초라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화제가 된다 하니 책을 샀지만 결국 첫 장 정도 읽어보고 먼지만 쌓이게 된다는 호킹 지수와도 같이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오늘의 사족은 어찌 보면 호킹 지수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변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 숙여서 발을 보지 말라"

호킹 박사는 우주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꾸 발 밑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극심한 청년 실업의 한 편에서는 어느 공기업의 신입사원 대부분이 부정입사자였고…

"강원랜드 부정채용 확인 226명 전원 직권면직"

그 와중에 수백억의 비자금, 그에 비교할 수도 없는 차명재산 의혹 속에 전직 대통령은 검찰을 오가는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우리 처지에 그 머나먼 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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