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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제왕' 홍명보, 화려했던 경력에 오점

입력 2014-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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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제왕' 홍명보, 화려했던 경력에 오점


'영원한 리베로'에서 '국민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던 홍명보(4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4브라질월드컵 실패로 화려했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졌다.

1무2패를 기록한 한국은 최하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토너먼트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1998프랑스월드컵(당시 1무2패)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2002한일월드컵(3승2무2패)·2006독일월드컵(1승1무1패)·2010남아공월드컵(1승1무2패)에서 꾸준히 승전고를 울렸지만 이번에는 한 번도 웃지 못했다.

홍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완벽한 경력을 쌓아왔다.

199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로 명성을 떨친 그는 포항 스틸러스(한국)·벨마레·가시와 레이솔(이상 일본)·LA갤럭시(미국) 등에서 활약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한국 역대 최다인 A매치 136경기(10골)에 출전했고 그 사이 무려 4차례(1990이탈리아·1994미국·1998프랑스·2002한일월드컵)나 월드컵 본선을 경험했다.

한일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홍 감독은 해당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브론즈 볼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00주년 기념 세계올스타에 선정됐다.

홍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독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코치, 2009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감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차분히 지도자 수업을 받던 그는 예상보다 일찍 전면에 나섰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최강희(55·현 전북 감독)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자 홍 감독이 그 자리를 메웠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도록 내 모든 것 쏟아 붓겠다"며 당찬 취임사를 밝혔다.

홍 감독은 '원칙과 소통'을 내세우며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슬로건도 '원팀·원스피릿·원골(One Team·One Spirit·One Goal)'로 정했다.

출발은 거창했지만 홍명보호는 이내 위기를 맞았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만들어냈다.

그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선수 선발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가 정한 '대원칙'이었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그는 2012런던올림픽을 함께 보냈던 '홍명보의 아이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이때부터 '의리 축구'라는 비아냥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정 선수에 집착했다. 소속팀에서 거의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주영(29)과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 등을 무리하게 소집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에 반해 시즌 내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던 이명주(24·알 아인)와 박주호(27·마인츠) 등은 대표팀에서 탈락시켰다.

박주호는 대표팀에 뽑혔던 김진수(22·호펜하임)가 부상으로 낙마해 뒤늦게 월드컵 출전기회를 얻었다. 부상으로 최종명단에서 제외된 박주호가 더 큰 부상을 당한 김진수 대신 태극마크를 다는 촌극이 발생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 최고의 실력을 가진 23명을 뽑는 것 또한 대표팀 감독이 지켜야 할 의무다. 국민들은 원칙 없이 흔들리는 홍 감독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홍 감독은 도박을 걸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내가 원칙을 깼다"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과 함께 브라질로 날아갔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겠다는 뜻이었다.

준비 과정에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8강'을 목표로 내세웠던 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었다. 기적은 없었다. 본선에 출전한 한국은 졸전을 거듭하며 실망감만 더 키웠다.

전술의 부재였다. 홍 감독은 평가전 때부터 사용했던 4-2-3-1 전형 그리고 같은 선발 라인업으로 조별리그에 나섰다. 상대에게 철저하게 분석당했고 힘없이 무너졌다.

한일월드컵 8강 스페인전(승부차기 5-3 승)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하게 웃던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같은 꿈을 꿨을지 모른다. 하지만 2002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모두가 그와 같은 꿈을 꾸지 않았다. 홍 감독이 보내온 지난 1년의 행보는 '불통과 고집'이었다.

홍 감독의 임기는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직후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의 상황에서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를 채찍질해서 간절한 마음을 갖고자 계약 기간 2년을 제안했다"며 "대표팀 감독 자리는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번이 9번째다. 앞선 8차례의 월드컵에서 감독 대행을 포함해 총 9명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 중 조별리그에서 탈락을 하고도 계속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한 명도 없다.

통상적으로 월드컵 본선까지를 계약기간으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월드컵 성적이 감독의 입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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