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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청진기…스마트폰 해킹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입력 2015-07-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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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2부의 문은 앵커브리핑으로 엽니다.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손가락 두개로 스마트하게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라는 시 중 한 구절입니다. 시인의 눈엔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 폰을 두드리는 모습들이 마치 청진기를 목에 건 의사들 마냥 무척 생경해보였던 것 같습니다.

몇 시에 일어나 어디에 가는지. 무얼 검색하고 신용카드는 얼마를 썼는지 메신저와 SNS는 나의 사회적 관계망을 통째로 담고 있고.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망을 타고 넘어가면 다른 이들의 정보로까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은 마치 청진기를 대고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듯 개인의 삶을 속속들이 모아놓은 요물단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매우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라일리 사건' 검찰이 범죄현장에서 압수한 스마트폰을 통해 또 다른 범죄를 발견하고 이를 기소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의 집 방문을 열고 들어가 모든 걸 뒤진다는 의미이고 아무리 중범죄자라 할지라도 스마트 폰을 보기 위해선 반드시 별도의 사전영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통신비밀보호법은 스마트폰에 대한 고민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기술은 발전했으되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아랍의 속담이자 영화 제목으로 유명해진 말입니다.

누군가 나의 스마트폰에 청진기를 바싹 들이대고 있는 중이라면.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면 우리는 몇 달 전 사이버 망명이 넘쳐나던 그 때처럼 또다시 짐을 싸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이번엔 어디로 갈 것인가.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세상에는 특별히 피할 곳도 없어 보입니다.

오늘(21일) 앵커브리핑은 어느 유명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내지 않겠습니다.

이번 의혹의 사태를 접한 필부들의 말을 대신하지요.

"세상은 차라리 삐삐시대에서 멈췄더라면 훨씬 낭만적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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