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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제3지대' 단일후보로…국민의힘과 '샅바싸움'

입력 2021-03-01 19:31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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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을 누르고 제3지대 단일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이제 국민의힘과 최종 야권 단일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양측은 이미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야권 재보궐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아침 느즈막이 눈을 떴습니다. 오늘(1일)은 빨간 날이니까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죠. 다시 눈을 붙이려는 찰나 스마트폰에 속보 알람이 날아왔습니다. 속보의 제목은 '[1보] 안철수, 제3지대 단일화 경선서 금태섭에 승리'. 기자 양반 쉬는 날 고생이 많습니다. 저야 뭐 오늘 쉬는 날이니까요. 베개에 머리를 뉘이려는 순간 불현듯 악몽같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복국장 : 3·1절 얘기가 나왔으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3·1절에 정치부회의합니다 조 반장, 알았죠? 류정화 반장한테 연락했어요? 휴가 가 있는… (네 얘기했습니다. 굉장히 아쉬워하더라고요.) (특기가 취재잖아요. 제가 사내 취재를 해보니까 3·1절에 저희 쉴 수도 있었는데 국장이 또 무조건 회의를 해야 한다 뭐 이런 식으로 주장하셨다고…) 취재를 잘못했네요. (팩트입니까?) 끝나고 다시 얘기할게요. 오..오…보한 거 같은데?]

마지막에 말 더듬는 거 보셨나요. 오보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국장이 이런 분입니다. 같이 일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그렇게 반(反)자율적으로 회사로 소환된 저는 오늘도 열심히 취재를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속보 제목대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을 누르고 제3지대 단일후보로 선출됐다고 합니다.

[정연정/안철수 후보 측 실무협상단 대표 : 지난 27일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 결과 안철수 후보가 범야권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김태형/금태섭 후보 측 대변인 : 양측은 오늘 결과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및 야권 승리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두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선관위 지침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안 대표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반민주 세력을 단죄하고 반드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패자인 금 전 의원도 치켜세웠습니다. "금태섭 후보의 과감한 결단과 참여로 정권교체를 위한 눈덩이가 뭉쳐지고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말이죠.

사실 금 전 의원은 경선에서 패했지만 이번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쌓았습니다. 안 대표와 국민의힘 간 기싸움으로 야권 단일화가 경색돼있던 시점이었죠. 제3지대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면서 야권 단일화의 실마리를 풀었던 게 금 전 의원이었습니다. 안 대표와의 토론을 통해 인지도도 한층 끌어올렸는데요.

[금태섭/전 의원 (지난달 25일) : 문재인 정부 심판해야 합니다. 단순한 반문연대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인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소신과 원칙을 지켰습니다.]

금 전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안 대표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짤막한 입장만 남겼습니다. 향후 금 전 의원의 계획이 궁금해서 금태섭 캠프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봤는데요. 금 전 의원이 야권 최종 단일화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물어봤습니다. 오늘 경선 결과가 나온 마당이라 아직 앞으로 일정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제가 금 전 의원의 역할에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2016년 7월 11일) : 하루에 두 번. 이른 새벽과 저녁 어스름… 붉은 태양빛과 컴컴한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저 멀리 다가오는 희미한 그림자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아니면 내가 믿고 의지하는 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 프랑스에서는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그 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제 '야권 단일화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문뜩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때 같은 제목의 드라마도 인기를 끌었지요. 야권 단일화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맞은 것 같습니다.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돈의 시간에 들어선 겁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벌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 어느 정당이냐 하는 것을 생각을 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인을 갖다 놓고서 유권자들이 판단한다고 보지 않아요. 제3지대 어떤 사람이 후보가 된다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제1야당 책임을 맡으신 분이니까 이제 제1야당을 중심에 두고 말씀하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야권이 전체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여당을 이기기 힘든 그런 선거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아름다운 단일화를 강조했지만요. 김종인, 안철수 두 사람의 단일화 주도권 싸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는 금 전 의원이 야권 단일화의 물꼬를 튼 만큼 이 과정에서 둘 사이 중재자로 나서려고 하지 않을까 예상해봤는데요. 금 전 의원 측도 당분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일단 김 위원장은 단일화를 앞두고 내부 결속 다지기에도 나섰습니다. 그간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간 경쟁이 과열됐었죠. 이제는 원팀으로서 팀워크를 강조할 때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설사 이번에 후보가 되지 않은 분들께도 이번에 뽑히는 우리 후보를 위해서, 당의 앞으로 진로를 위해서 모두가 다 협력해서 우리가 선출한 후보가 반드시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갖다가 해주실 거라고 당부를 드립니다.]

어제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한 말인데요. 가만히 보니 지금 김 위원장과 후보들이 들고 있는 피켓, 왠지 과거 다정회 시절 로고 같은 느낌도 얼핏 듭니다.

[정치부회의 : 오늘 정치부회의는 여기 까지고요. 저희는 내일 5시 10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국민의힘이 정치부회의를 벤치마킹했나 봅니다. 뭐 해석은 자의적이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보궐 선거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발언인데요.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이후로는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수차례 선언해왔지만요. 보궐선거 전에 자연인이 되겠다는 말은 뭔가 의미심장하지요?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만일 최종 야권 후보가 되면 김 위원장이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내가 뭐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된다고 해서 사라진다고 그런 이야기한 적 없어요.]

본인은 그런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요. 안 대표가 여전히 '미덥지 않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어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최소한 통합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우리당에 들어와서 2번을 달고 나가는 것이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4번 국민의당 번호를 달고 끝까지 선거를 가게 되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안 대표를 찍어줄까 걱정이 된다"며 "합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안 대표는 썩 내키지 않는 모양새죠.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우리가 야권 단일화를 하는 이유가 여당 후보와 싸워서 이기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누가 몇 번으로 어떤 당이 후보를 내는가가 중요한 게 전혀 아닙니다. 그건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겁니다.]

정치학자 함규진은 선거를 두고 '개와 늑대의 정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선거 전에는 나를 반기러 온 '개'인줄 알고 뽑았는데 그 개가 막상 당선되면 선거 이전의 민의를 배신하고 '늑대'로 변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거치고 있는 야권, 정치공학적 이해타산에 매몰돼 서로 힘겨루기만 하다가 자칫 선거 전부터 유권자들에게 '늑대'로 찍힐 수도 있습니다. 단일화를 떠나 유권자들에겐 누가 진짜 '개'인지 분별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안철수, 제3지대 단일화 승리…이제 최종 야권 단일화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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