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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세돌처럼 질 수 있으면…" 인간은 존엄했다

입력 2016-03-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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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세돌처럼 질 수 있으면…" 인간은 존엄했다


"아, 이세돌처럼 질 수 있으면…" 인간은 존엄했다


"이세돌 9단처럼 질 수 있으면 좋겠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 이세돌의 도전으로 인해 우리 삶마저 고결해진 듯" "바둑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이번 이세돌 대 알파고 대국의 풍경이 예술작품처럼 아름답다."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4대 1로 패했다. 하지만 이세돌의 도전에 박수와 찬사가 쏟아졌다.

어느 네티즌은 "어떻게 이기는가, 이긴 후의 모습보다 어떻게 지고, 지고 난 후의 모습이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세돌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을 받은 김연아도. 인간이 위대하다면 그래서겠지"라고 썼다.

진정한 승부사다운 태도에 존경을 표한 네티즌도 있다. "나는 인간 이세돌에게 감탄했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다' 이런 말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인류 최고의 실력을 지닌 사람만이, 최선을 다해 싸우다 진 싸움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제 4국을 '백'으로 이기고 나서, 알파고와의 승부는 '백'으로 둘 때 조금 더 유리한 것 같다면서 다음 마지막 판은 '흑'으로 두게 해달라고 요청할 때였다. 계산하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움직이는 알파고는 절대 그런 판단 속에서 흑으로 두게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을테니까.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살아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내게 쓰라린 패배의 순간이 올 텐데, 그때 내가 이세돌처럼 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세돌의 도전이 화려하기보다 초라한 일상의 연속인 인간의 삶을 격상시켰다는 반응도 있다.

"이세돌의 오늘은 우리가 의미여부를 따지지 않고 출근하는 내일과 같다. 조금은 쪽팔리고, 조금은 귀찮아도 가야할 길. 혹여 열라 기쁜 일이 있더라도 단말마일 것이란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그런 일, 이세돌의 도전으로 인해 우리 삶마저 고결해진 듯. 세상의 많은 세돌들이여. 주저앉지 맙시다. 조금 늦고, 조금 구차하더라도 당신의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바둑을 잘 알지 못한다고 네티즌은 "이세돌 선생의 기품 있는 소감들과 알파고의 격식있는, 냉정한 로봇 언어로부터 순수한 소통 같은 게 느껴진다"며 이번 대국이 아름다웠다고 평했다.

바둑 붐을 일으킨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5국이 끝나자 페이스북에 "수고했어요 이세돌 멋쟁이"라고 성원했다. 앞서 그는 "이번 대국을 지켜보며 바둑이 더 좋아졌다"고 썼다. "알파고의 승리로 바둑이 침체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추구해야 할 대상을 만난 것뿐일 수도 있다. 프로라면 이래야 돼 라는 오랜 틀이 무너진 것은 바둑이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기에 대한 좋은 질문이 된 거 같다."

가수 김장훈은 이번 대국이 이세돌 9단에게 좋은 자극이 됐을 것으로 봤다. 그는 15일 바둑TV 특별해설자로 이 9단과 알파고의 제5국 중계를 했다. 대국에 앞서 이세돌을 3시간 인터뷰했다면서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결 전까지 이기는 것에 대한 가치와 설렘이 약해져 재미가 없었다고 하더라"며 "이번 대국이 이세돌 개인에게도 다시 한 번 거듭날 수 있는 계기라고 했다. 아마 발상의 전환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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