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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돼지고기 정말 덜 익혀 먹어도 되나?

입력 2015-08-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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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름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죠? 그만큼 조심해서 먹지 않으면 탈 나기 쉽다는 의미인데, 요즘 인터넷이나 SNS에선 "돼지고기를 바싹 구워 먹지 않아도 된다, 불필요한 일이다"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정말 그런 건가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짚어 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그동안 보도도 많이 됐지만 돼지고기 잘 구워 먹어야 한다는 건 기생충 때문이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생충이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인데, 다 큰 것은 길이가 2~3m 정도 됩니다.

사람 몸 속에 있다가 대변을 통해 알이 밖으로 나오고 돼지가 그걸 먹으면, 또 그게 자라 돼지의 장을 뚫고 근육 속에 들어가고, 다시 그 돼지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장 속에서 기생충이 성장을 합니다.

이게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심장이나 뇌로 이동해 시력을 잃게 하거나 간질 발작을 일으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 기생충은 77도 이상의 불로 가열해야 죽기 때문에 그래서 돼지고기를 바짝 익혀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앵커]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었는데, 저는 이미 결심했습니다. 저는 꼭 익혀 먹을 겁니다. 근데 왜 안 익혀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까?

[기자]

왜 그런 건지, 먼저 기생충 전문가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서민 교수/단국대 의학과 : 유구낭미충은 박멸됐어요. 우리나라 돼지에서 선모충이, 그러니까 야생이 아니라 키우는 돼지가 선모충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에 덜 익힌 돼지고기) 때문에 (기생충에)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1960, 70년대만 해도 인분을 돼지사료로 썼지만 80년대 들어선 사육시스템이 바뀌었는데요. 일단 돼지들이 기생충 감염의 근원지인 하수구물을 먹는 게 차단됐고, 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인 조사 결과 이제 인분을 먹는 돼지는 없고 100% 사료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인분을 확보해 관리하는 게 더 비용이 들겠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선 1989년 이후엔 유구낭미충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밝혔고, 또 대한기생충학회 논문에서도 71년까지만 해도 한국인 1.9%에서 발견됐던 이 기생충이 점차 줄어들어 2004년에는 아예 사라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앵커]

2004년이면 10년밖에 안 된 일이기도 한데, 제가 계속 불안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생충 위험이 없으니 덜 익혀 먹어도 된다는 건데, 실제 그렇게 먹는 경우가 있습니까?

[기자]

실제 미국이나 유럽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 그러니까 피가 보일 정도의 상태로 내놓는 메뉴들이 많은데, 사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화제가 되긴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부루니는 자신이 "미디엄 레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꺼린다. 내일 아침에 멀쩡히 일어날테니 먹어보라고 권한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고, 영국 가디언지도 "음식평론가들이 핑크빛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많은 레스토랑이 이런 고기를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2011년 미국 농무부에선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기준을 내놨는데, 섭씨 71도로 3분간 가열해야 한다던 당초 기준을 62도로 낮췄습니다. 이렇게 해야 더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오늘 당장 삼겹살집 가서 핏물이 보일 정도의 상태의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 겁니까?

[기자]

당장 그런 결론을 내리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전문가 이야기로 먼저 들어보시죠.

[윤기선 교수/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 기본적으로 (돼지고기에) 대장균이라든지 이런 일반적인 균들은 다 있어요. 문제가 된다면 포도상구균이 있는데 덜 익혀 먹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완벽히 익혀서 먹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니까 기생충 말고 다른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는 건데,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미디엄 레어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잘 관리된 환경에서 제대로 유통된 돼지고기를 썼다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마나 칼의 위생상태, 불판 상태에 따라 식중독 등 다른 위험이 있다는 점도 감안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모든 고기가 그렇듯 잘 익혀 드시는 게 좋고, 다만 의도적으로 너무 태울 정도로 익히거나, 혹시 덜 익힌 상태로 드셨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앵커]

인터넷상에 보면 김필규 기자의 별명이 '똑필규'더군요. 아무리 똑필규 기자가 얘기하는 거라고 하더라도 정말 믿고 오늘부터 그렇게 먹어도 되는 것인지. 나중에 혹시 어디 아프면 책임질 거냐는 얘기를 하시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기자]

그러실 것 같아 화면 하나 준비했는데요. 오늘 점심 때 저희 팩트체크팀이 돼지고기 집에 가서 각 부위별 고기를 미디엄 레어 정도의 덜 익은 상태로 먹어봤습니다.

[앵커]

앞에 있는 기자들은 인턴 기자들인 것 같은데 강제로 먹인 것 아닙니까?

[기자]

아닙니다. 본인의 확실한 동의를 받고 같이 시식을 했고요. 일단 뭐 미각은 좋았다 이런 평가도 있었는데, 오늘 다룬 게 학문적으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한 거라 제가 책임까지 질 수는 없지만, 혹시 주말 동안 아니면 앞으로라도 신체적 변화가 있으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당분간 같이 밥 먹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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