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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금지된 샛길…끊이지 않는 얌체 등반객

입력 2015-03-23 21:22 수정 2015-03-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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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이 풀리면서 등산 많이 다니실텐데요. 물론 지난 주말에는 황사 때문에 많이들 자제하셨겠습니다만. 그런데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길로 다니는 이른바 얌체 등산객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말려도 이렇게 샛길로 다니시니까 자연 훼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안전 사고 위험이 커져서 샛길 등산객에 대한 단속이 벌어지고 있는데 적발된 사람들의 반응이 참 가지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단속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저는 북한산 국립공원 우이령길 초입에 나와 있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 위해서 뒤에 보시는 것처럼 삼삼오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으신 분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한분을 만나서 인터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온기창/서울 신당동 : 동네 분들하고 친한 분들끼리 와서 여기 둘레길을 걸으면서 우정도 좀 쌓고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려고 왔습니다.]

끊이지 않는 등산객들 속에서 자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지정된 탐방로로만 등산하자는 규칙입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샛길로 다니는 얌체족들 때문에 북한산을 비롯한 우리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그냥 등산로로 보이시겠지만, 이 길을 일반 등산객이 걷는다면 자연공원법위반, 불법입니다.

지금 여기 보시면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요.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고 밑에 벌칙사항을 보시면 출입금지 위반자에 대해서는 1차 10만원 최대 3차 3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등산객이 얼마나 많은지 이쪽을 보시면 그냥 등산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길이 훼손돼 있습니다.

해발 550m 한 능선에서 샛길 등산 중인 남녀 한 쌍이 포착됩니다.

[단속반: 선생님, 여기 출입 금지 구역인 거 아셨죠? 등산객 : 네.]
[단속반: 신분증 한 번 제출해 주실래요? 등산객: 안 가지고 왔는데.]
[단속반: 신분증 안 갖고 오셨어요? 저희가 조회를 해 드릴게요. 선생님, 성함하고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등산객: 저희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는데요. 다시 돌아갈 거고요.]

20여 분 후 이번엔 한 산악회 회원 15명이 한꺼번에 적발됩니다.

[단속반: 다 나오세요. 국립공원 특별사법경찰입니다. 출입금지 지역인 것 알고 오신거죠?]
[등산객: 잘 모르죠 우리도. 어떻게 알아요.]
[등산객: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하지만 곧 잘못을 시인합니다.

[단속반 :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다니시면 되겠습니까.]
[등산객 : 아유,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속 직원들은 이 정도 실랑이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합니다.

[단속반 : 카메라가 없을 때는 단속 때 실랑이가 상당히 신랄하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일반 소형 카메라로 찍어보았습니다.

또다시 나타난 얌체 등산객. 단속 중임을 알아챈 이들은 왔던 방향으로 도망치려 합니다.

[단속반 : 이쪽으로 오세요. 이리 오세요.]

몸싸움에 가까운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단속반 : 가지 마시라니까. 정상 업무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까.]
[등산객 :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뭐.]

이들 역시 한 사람당 과태료 10만원을 처분받았습니다.

[등산객 : 솔직히 오면 안 된다는 걸 알죠. 당연히 알고 있고. 오늘 원래 코스는…]
[기자 : 이렇게 위험해서. 그래서 이렇게 다니지 말라고 하는 것이더라고요.]

샛길 등산은 산 속에 사는 동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합니다.

지난 1월, 샛길에 설치한 무인 센서 카메라에 멸종위기 2급인 삵이 포착됩니다.

불과 2시간 뒤 같은 지점에는 등산객 여러 명이 지나갑니다.

[정상욱/국립공원관리공단 계장 : 이 위치가 삵이 관찰된 곳이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계속 다니게 되면 삵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생태 건강성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샛길이다 보니 곳곳에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3월 말인데도 낙엽을 들춰보면 이렇게 얼음이 있습니다.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겁니다.

구조요청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탐방로에는 일정 간격으로 다목적위치 표지판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 제 위치는 '우이 67-07'이 되는 건데, 제가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번호만 알려주면 구조대가 쉽게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당연히 정상적인 탐방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위치 알림 표지판이 없고 응급상황에서도 등산객 입장에서 위험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지정된 탐방로와는 달리 휴대전화가 불통인 곳도 많습니다.

이곳은 북한산 북쪽자락에 있는 사패산 정상 인근입니다.

온통 검은 재들이 가득합니다. 불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가득한데요. 아직도 재 냄새가 납니다.

이곳은 지난 21일 산불이 나서 나무 150그루 정도가 모두 타버린 현장입니다. 그런데 이쪽은 평소 불법으로 등산객들이 샛길로 이용하던 루트입니다. 그래서 이 등산객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것에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꼬박 하루만에 불길은 잡혔습니다.

하지만 지정된 탐방로였다면 더 빨리 불씨가 잡혔을 거란 아쉬움이 나옵니다.

[정상욱/국립공원관리공단 계장 : 정복욕도 좋지만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규 탐방로를 이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게 자연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고 돌아가서는 가정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몰래 샛길을 이용하는 것은 이렇게 줄 하나 건너는 것처럼 쉬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입을 가능성, 생태계를 파괴할 확률은 더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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