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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돌아온 택배의 계절…'허리 휘는' 기사

입력 2015-11-2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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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기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사람 잡는 택배'라고나 할까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을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우체국 택배 차량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동서울우편집중국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배달되는 모든 택배가 모이는 곳인데요.

현재 시각은 새벽 5시 40분. 이곳은 벌써 분주한 모습입니다.

택배 상자를 컨베이어 벨트에 싣고 장소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배달할 순서대로 정리하고 차량에 싣습니다.

본격적인 배달에 앞서 사전 작업만 3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 두 개를 들면 40kg이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요. 하나씩 하나씩 옮겨야 해요.]

우체국 택배 차량입니다. 오늘 배달할 택배가 이 트럭에 실려있는데요. 보통은 1톤 짜리 차량이 가득 찬다고 합니다.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15kg의 사과 상자도 보이고, 쌀과 절임배추 상자도 보이는데요. 대부분 20kg 내외의 무거운 것들 많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이 차를 타고 어떻게 택배가 이뤄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남택성 씨는 7년 차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입니다.

운전도 남 씨의 몫입니다.

골목에 급히 차를 세우고,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남택성/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 쌀 20kg짜리를 메고 갑니다. 엘리베이터가 안 되기 때문에 5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다시 들고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택성/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 아까 같이 안 계시고 전화하면 시간이 소요되는 겁니다. 보통 한 시간에 하다 보면 아파트 경우 15개 정도 (배달합니다.)]

빠르게 배달하기 위해 70kg 가까운 택배를 끌고 달립니다.

점심은 보통 차 안에서 해결합니다.

[남택성/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 물은 목만 축입니다. 많이 마시면 화장실 가기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각 김정란 씨가 손수레를 끌고 우편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김 씨는 공무원인 집배원과 달리 시급을 받는 재택집배원입니다.

[우편물 왔습니다.]

김 씨가 하루 동안 우편물 배달을 담당하는 곳은 모두 1624세대.

하루종일 우편물에 시달리지만 김 씨의 월급 통지서엔 지난 달 79만원이 찍혔습니다.

[김정란/우체국 재택집배원 : 민원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밤이고 낮이고요. 업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와요.)]

그 사이 남 씨의 전화기도 끊임없이 울립니다.

김 씨와 같은 시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로 월급을 받는 남 씨.

이 마저도 유류비와 차 보험비, 식비 등은 별도로 내야 합니다.

[남택성/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 (건당) 1035원으로 계약이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하게 되면 700~800원 정도 가져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상자는 절임배추를 담은 상자입니다. 김장철을 맞아 절임배추 주문이 많다고 하는데요. 무게는 제가 들어보니 굉장히 무거운데 한 상자가 20kg나 됩니다.

한 집에서 여러 상자를 주문하기 때문에 손수레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10kg 당 차등수수료가 적용되지만 실제 무게보다 더 가볍게 적힌 상자가 야속할 뿐입니다.

[남택성/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 중량 부분에서 실질적으로 20kg이라고 써있지만 저울로 재보면 20kg이 넘습니다. 이거랑 이게 돈이 똑같아요. 차라리 이거 몇 개 하고 말죠.]

영국과 프랑스 등은 집 앞까지 배달하는 택배의 무게를 20kg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제 오늘 배달할 마지막 택배 상자만이 남았습니다.

지난해까지 택배시장이 4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동안, 촌각을 다투는 배달원들의 삶은 그만큼 나아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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