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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YH와 송곳…새벽은 왔는가'

입력 2015-11-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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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또 한 사람이 떠나갔습니다. 지난 닷새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후계자이자 아들을 자처하며 빈소를 지켰습니다.

오늘(26일) 앵커브리핑은 그 빈소를 지키지 못했던 한 사람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녀는 1979년 8월.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였던 YH무역의 여공이었습니다.

기업주는 회사 돈을 빼돌리고 부도를 낸 뒤 그들을 내몰았습니다.

당시 나이 스물 남짓.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 열두 시간을 악착같이 일했던 가발공장 여공에게 돌아온 노동의 대가는 이렇게 혹독했습니다.

회사는 냉정했고 정권은 무자비했던 시기. 막막하던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젊은 정치인 김영삼.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 말은 이 일을 겪으며 나온 말이었습니다.

훗날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통과 당시의 대통령이라는 아이러니를 낳기도 했지만, 70년대 말 YH 여공들에게 정치인 김영삼은 마지막 가는 길 꼭 배웅하고 싶은 고마움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그리고 36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은 지금이 훨씬 더 풍요롭다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한 구석은 < 송곳 >과 < 미생 >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드라마에 몰입하고, 가슴 아파합니다. 그건, 이것이 단순한 드라마여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드라마가 드러낸 현실. 지금도 엄연히 자행되고 있는 차별.

사람들은 36년 전 그때와 지금이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북적이는 빈소의 풍경. 민주화. 정의. 통합과 화합. 모두가 그런 얘기들을 소리 높여 풀어놓았던 자리. 저마다 정치적 후계자임을 자처한 한 무리의 상주들 틈 사이로 차마 들어올 수 없었던 나이 든 YH 여공은 조용히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36년 전 위안 삼았던 그 한마디. 새벽은 왔는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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