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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텔 르완다' 실제 주인공 테러 혐의로 체포|아침& 세계

입력 2020-09-02 09:47 수정 2020-09-02 10:21

이한규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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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교수 인터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구촌 곳곳의 소식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전해 드리는 아침& 세계 시간입니다. 1994년 80만 명이 숨진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이 지난달 31일 르완다 경찰에 체포 됐습니다. '호텔 르완다'는 르완다 대학살 당시 자신이 일하던 호텔에 천 2백여 명을 피신시키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폴 루세사 바기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2004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르완다의 두 부족 후투 족과 투치 족 사이의 갈등에서 촉발된 대학살은 1994년 4월 발생해 6월 종식될 때까지 불과 100일 만에 80만 명이 숨지고 2백만 명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하면서 르완다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루세사 바기나는 영화 '호텔 르완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나치 학살에서 유대인들을 구출한 독일인 신들러에 빗대 '르완다의 신들러'로 불렸습니다.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고,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루세사 바기나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폴 루세사바기나/2005년 2월 11일 : 오늘은 매우 신나는 날입니다. 모두가 여기에 모였습니다.]

고국인 르완다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던 루세사 바기나는 지난달 31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습니다. 르완다 당국은 그가 정부에 반대하는 극단주의 테러 단체를 설립해 테러 행위와 살인 등을 자행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세사바기나의 딸은 아버지에 대한 혐의가 조작됐다며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르완다 현지에서는 루세사바기나가 그동안 르완다 대학살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한규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일단 르완다 대학살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르완다 내전은 이미 국내에 호텔 르완다 영화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94년 르완다 민족대학살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인류사에서 두 번째로 제노사이드가 발생한 것이죠. 근본적인 원인은 벨기에 식민 통치가 있습니다. 소수의 민족을 통해서 다수 민족을 억압, 차별하는 억압하는 식민정책이었고요. 그리고 물론 르완다 국민에게도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살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초기에 미국을 비롯한 식민 선진국들이 자국 중심의 이해관계로 초기대응을 하지 않아서 100일 동안 80만 명이 사망하는 인류 대재앙이 발생했습니다. 이 영국과 미국은 르완다 사태를 제노사이드라고 명명하지 말자는 외교적 협상을 하기도 했죠.

 
  •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르완다 대학살을 종식시킨 뒤에 집권을 시작했고요. 20년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습니다. 르완다의 정국을 안정시킨 영웅이라는 칭송부터 독재자라는 비판까지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에 94년부터 집권한 카가메 대통령은 3선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해서 이론적으로는 2034년까지 장기 집권의 뜻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니까 40년 장기집권이 이제 가능해졌다는 거죠. 물론 공과도 있습니다. 남아공처럼 민족사회를 이루어서 르완다를 재건했고요. 대외 원조를 잘 관리해서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2012년에는 1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이 당시에 아프리카의 전체 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4~5%인데 13%면 굉장히 큰 겁니다. 정치적으로 물론 다당제를 선택했고요. 사회적으로는 아프리카에서 밤에 또 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가장 잘 된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집권을 통해서 폴 카가메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반대를 억압하고 야당 정치를 투옥하거나 추방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서 국제인권NGO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즉결처형, 체포, 불법구금, 고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비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폴 루세사바기나, 카가메 대통령에 대한 비판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체포가 그에 대해 탄압이 라는 주장도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나오고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2010년 이후 정적들. 정치인, 기자, 일반 시민을 포함해서 이들이 체포 혹은 살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습니다. 이번 사건도 저는 그 과정의 일부라고 봅니다. 다만 후투족 출신 루세사바기나는 이미 카가메의 장기 집권과 집권당에 끊임없이 비판해 왔고요. 벨기에 망명 중에는 르완다 민주변화 운동을 창설하였다는 점에서 현 정권에서는 당연히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국이 루세사바기나의 체포 이유를 그가 2018년 6월과 12월에 있었던 테러, 화재, 납치 및 살인 등에 연루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치안당국은 이가 어떻게 체포되고 어떤 과정으로 체포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논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 정부로부터 자유훈장을 포함해서 인권옹호자에게 수여하는 여러 상을 받은 바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권을 비판했다는 것만으로 체포하기에는 외교적,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에 테러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나 합니다. 현재 르완다 정치 상황이 국내외적으로 안 좋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또 다른 제2의 민족분쟁으로 나타나지 않아야 합니다. 1994년 이후 민족화해와 용서를 통해서 오늘날의 르완다를 재건한 카가메는 이제 종족과의 진정성 있는 용서와 화해를 하는 용기가 있었으면 합니다.


20세기 가장 잔혹한 사건으로 기록된 르완다 대학살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처들이 남아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살 속에서 12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영웅이 테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사 결과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침& 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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