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아파트 경비원 머슴처럼 여겨…경비원 '분신'계기, 경비노동자들 고충 폭발

입력 2014-10-13 14:20

압구정아파트 경비원 분신 전신3도 화상 '중태'
택배 분실 경비원, 주민 '민원'에 해고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압구정아파트 경비원 분신 전신3도 화상 '중태'
택배 분실 경비원, 주민 '민원'에 해고

"아파트 경비원 머슴처럼 여겨…경비원 '분신'계기, 경비노동자들 고충 폭발


"(입주민들은)경비노동자를 집에서 부리는 머슴처럼 여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니 인격을 무시당해도 '악' 소리도 못내고, 알아서 기어야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경비원 이모(53)씨가 지난 7일 오전 9시30분께 분신자살을 기도,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은 13일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시도한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길환 분회장은 "이곳 주민들은 평소 질타가 심하다. 분리수거 상태 등을 이유로 폭언과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5층에서 '경비, 이거 먹어'라며 빵을 던지기도 했다"며 "공사 같은 것을 진행할 때는 주민 동의를 구한 상황임에도 일부 입주민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라며 억지를 부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분신을 시도한 이씨의 경우 평소 집에서도 입주민 스트레스로 인해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며 "몇달 전부터는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는 전신3도 화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화상을 치료하는 데 3~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판정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씨의 분신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비인격적인 취급을 받는 현실 속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비원 투신'과 '매맞는 경비원' 등이 왜 나오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경비노동자들은 머슴 취급을 받으면서 부당한 요구를 강요당하지만 입주민들의 '민원' 하나로 해고되는 위치에 있어 '악' 소리도 못해고 알아서 기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대우가 결국 노동조건의 훼손으로까지 이어진다"며 "경비원들은 본연의 업무가 아닌 주차와 택배, 청소 등의 업무를 떠맡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휴게시간'은 임금을 덜 주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들은 쉴 곳이 없어 경비실에서 쉴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입주민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민원'하나에 해고될 수밖에 없는 경비원들은 힘들어도 좋으니 그냥 일하게만 해달라고 한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서울일반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분신 사건에 대한 입주자대표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노동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간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