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음식물 쓰레기가 '고급 비료' 둔갑…보조금도 타내

입력 2018-12-17 22:53 수정 2018-12-17 23:0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농가가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반드시 유기질 비료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가축 사료로 쓰겠다고 한 음식물 쓰레기가 유기질 비료로 둔갑되는 현장이 포착됐습니다. 지난해에만 유기질 비료에 수백억 원의 국가보조금이 지급됐는데요.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집과 음식점에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건조와 분쇄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곳에서 처리된 음식물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트럭이 처리된 음식물을 싣고 출발합니다.

이 트럭을 뒤쫓아가봤습니다.

트럭이 고속도로로 들어섭니다.

한참을 달린 트럭은 충북의 한 비료 제조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유기질 비료와 가축분 퇴비로 음식물을 원료로 하는 비료는 생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A비료업체 관계자 : (아니 여기 음식물 좀 받으신 게 있더라고요?) 아닌데, 그런 적이 없는데.]

증거를 제시하자 음식물 처리 업체가 보관을 부탁했다고 말을 바꿉니다.

전북의 또 다른 유기질비료 생산 업체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여러 차례 음식물이 공급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업체는 음식물로 만든 퇴비는 유상 판매용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B비료업체 관계자 : 저희는 농가들이 원할 때 소량으로 서비스 차원에서 저희가 드리는 거거든요.]

취재진을 만난 한 음식물 처리업자는 수도권 일대에서 처리된 음식물 쓰레기들의 상당수가 전국 각지의 비료 공장으로 유통됐다고 제보했습니다.

해당 공장들은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고급 비료인 유기질 비료는 주로 유박, 다시 말해 기름을 짜고 남은 식물로 만들어 지는데 유박은 음식물 원료보다 2배 비쌉니다.

[음식물 처리업체 관계자 : 저희가 몇 년에 걸쳐서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90% 이상은 전국에 걸쳐 있는 유기질 비료 공장으로 나가는 것을 일부 확인했습니다.]

비료업체들도 사실상 이를 인정합니다.

[C비료업체 관계자 : 제조원가를 맞출 수가 없어요. 정상적인 (유기질) 원료들을 하게 되면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잖아요. 원료를 다른 거(음식물)를 조금씩 이렇게 섞어서 하고…]

농가가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질 비료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음식물 원료로 된 비료를 사용할 경우 인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질 비료는 20kg 한 포대당 8000원대로, 3500원 수준인 일반 퇴비보다 2배가 넘습니다.

이때문에 농민들이 한 포대 살 때마다 1300원의 국가 보조금을 지원받습니다.

취재진이 파악한 유기질 비료업체들이 지난해 받은 국고보조금만 20억이 넘습니다.

유기질 비료는 포대 뒤쪽에 이 원료가 안에 어떤 것이 들어갔는지 100% 다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한 원료를 추적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재만/전북 유기질비료협회장 : 농민이 선호를 안 하니까 (음식물을) 쓰면서도 원료명 자체는 기록이 안 돼요.
그게 불법이지만 찾아내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친환경 인증 농민들은 음식물 비료로는 재배가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김동춘/친환경 재배 농민 : 음식물이 들어가는 건 아무리 발효를 시켰다 그래도 여기 바닥에 소금기가 들어가니까 자라질 않아요. 염분이 많아서. (음식물 들어 있다고 하면요?) 안 사는 거죠. 절대.]

지자체들은 중간 유통업체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

전국에 하루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 3000여t 입니다.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배출량이 많다보니 유기질 비료로 둔갑하거나, 일부는 농경지에 불법으로 야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식물쓰레기의 매립을 금지하고 재활용을 시작 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방치와 불법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 음식물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

관련기사

'식단표'만 넘겨주면 끝…허술한 현장 관리는 여전 납품업체 가보니 '날파리·벌레·곰팡이'…'급식 맛'이 뚝 비리 끊으랬더니…납품업체-학교 갈등엔 '뒷짐'진 공사 필리핀에 버려진 거대 쓰레기엔…선명한 '한글 상표' '배 불룩' 아귀 배 속 500ml 플라스틱 통…바다의 경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