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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김일곤 차량 방화 현장검증

입력 2015-09-23 12:58 수정 2015-09-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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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김일곤 차량 방화 현장검증


23일 오전 9시40분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 차량 5~6대가 들어서면 가득 찰 이곳을 주변으로 100여명이 몰렸다. 곳곳에서 "끔찍한 일이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라는 탄식이 들렸다.

이어 오전 10시께. SUV 차량이 주차장 가장자리에 세워졌다. 볼이 깊게 파인 초췌한 행색의 남성이 차량에서 내렸다. 왜소한 몸 위에 걸친 회색 셔츠가 펄럭였다. 지난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모(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일곤(48)이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이 빌라에 차량을 주차하고 불을 붙인 지난 11일 오후의 범행을 재연했다.

현장은 취재를 위해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폴리스라인을 발견하고는 주변에 자리를 잡고 선 시민들도 많았다.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지난 17일 검거 당시 복장 그대로였다. 얼굴을 가리기 위한 모자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무기력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포승줄로 양손이 묶인 김씨는 동행한 경찰의 손에 이끌려 슬리퍼를 끌었다.

차량에서 내린 김씨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차량의 앞부분이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울산에서 훔친 뒤 갈아 끼운 차량의 번호판을 원래대로 돌리는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어 차량의 뒷좌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미리 준비한 지퍼 라이터 기름을 시신이 있던 트렁크와 앞좌석 등에 뿌리는 시늉을 했다. 라이터를 이용해 트렁크에 불을 붙이는 장면까지 마친 그는 차량에서 다시 내렸다.

범행을 마치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차량 뒤편에 가만히 서는 것으로 대체됐다. 수많은 카메라가 고개를 숙인 그를 향했다. 쉼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김씨가 타고 온 차량에 다시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데는 10여분이 걸렸다. 김씨가 실제 불을 붙이고 현장을 떠나는데 걸린 시간은 13분이다.

주변에서 고개를 저으며 현장 검증을 지켜본 인근 주민 이모(44·여)씨는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52·여)씨는 "지난번에 트렁크에서 시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 앞에 소금을 뿌렸었는데 이제 막걸리라도 뿌려야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파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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