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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를 긴장시킨 주세혁의 감동 투혼

입력 2012-08-09 01:43 수정 2012-08-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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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를 긴장시킨 주세혁의 감동 투혼


"올림픽에 나가서 망신만 안 당했으면 좋겠어요"

런던올림픽이 열리기 전, 한국 탁구 에이스 주세혁(32·삼성생명)은 몸상태를 걱정하며 런던올림픽에서 잘 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주세혁은 지난 4월 한달동안 운동을 아예 쉬었다. 처음에는 봉와직염으로 알았지만 알고보니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성 난치병, 베체트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온 몸이 아프고 아예 운동을 쉬어야 했던 만큼 주세혁에게는 고통스러운 한 달이었다. "운동을 아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주세혁은 보란듯이 일어섰다. 몇달을 소화해야 하는 운동을 한 달에 다 소화했다. 그리고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다. 개인 단식에서 부진했지만 단체전에서는 달랐다. 8강 포르투갈전에서는 게임 스코어 1-2로 뒤지던 4단식에서 몬테이로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3-1로 승리해 극적인 뒤집기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4강 홍콩전에서는 장톈을 3-0으로 완파하며 상승세를 이었다.

그리고 8일 밤(한국시간)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1위 장지커(24)를 만났다. 강한 파워 드라이브가 장기인데다 올림픽 개인 단식 금메달을 따낸 장지커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주세혁은 자신의 장기를 있는대로 보여주며 장지커와 대등하게 싸웠다. 장지커의 드라이브를 커트로 받아내다가 허를 찌르는 맞드라이브로 장지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 1월 장지커를 4-0으로 완파한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1세트를 9-11로 내줬지만 2세트를 11-5로 따내며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1·2세트 모두 주세혁이 사실상 경기를 주도했다. 주세혁의 선전에 장지커는 몇차례 고개를 떨구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3세트에 6-11로 패하고 4세트도 8-11로 졌지만 끝까지 따라붙는 모습으로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몸이 완전히 좋은 상태가 아님에도 세계 1위를 당황하게 만든 주세혁의 플레이는 큰 박수를 받을 만 했다.

결국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래도 통산 첫 올림픽에 우여곡절 끝에 출전해 세계 1위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주세혁의 플레이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서도 거둔 메달이었기에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이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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