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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 없고 화재 취약…'안전 사각지대' 노인요양원

입력 2015-10-1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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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위급 상황이 많은 곳이죠 노인요양원. 그런데 구급차 또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진입로를 찾는 사이 이곳에 있던 70대 노인이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오늘(15일) 밀착카메라에서 취재했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의 한 노인요양시설의 입구입니다.

그런데 진입로의 폭이 굉장히 좁아서 차량은 아예 들어올 수 없는 상태인데요.

또 경사도 매우 가팔라서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근 주민 : 건강한 사람은 다닐까, 못 다녀요. 힘들어요.]

[사회복지사/해당 요양원 : (평소에) 휠체어로 모시고 뒤로 이렇게 내려가든가. 보내는 저희도 불안하고요. 모시고 가는 119 대원도 불안하죠.]

도로 폭은 1m 70cm에 불과해 차량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실제 지난 달 22일 이곳에 있던 한 70대 노인이 위급 상황을 맞아 119 구급대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출동한 구급차가 진입로를 찾지 못하는 사이 결국 노인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간호조무사/해당 요양원 : 어르신은 계속 토혈을 하는 상태였고요. 빨리 병원에 이송을 해야 하는데 119 지체가 되니까요. 119가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원래부터 진입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 노인요양시설의 원래 진입로는 바로 이곳입니다.

지금은 이처럼 공사장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서 차량은커녕 사람만 겨우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해당 요양원장 : 현재 20일 전부터 못 들어온 거죠. 토지주는 자기 땅이라고 여기를 막아버렸으니까요.]

땅 소유주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토지 관계자 : 정당하게 매입을 해서 정당하게 검사, 허가 신청을 받아서 설치를 한 거예요. 무허가를 한 게 아니라요.]

현행법상 노인요양시설이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김찬우 교수/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 (노인요양시설) 공급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서 요양시설 인가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가져갔기 때문에 진입이 쉬워진 거죠.]

화재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내판에 표시된 화재시 대피로 문은 잠겨 있습니다.

지금 제 뒤로는 지상 10층의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 8층에 노인요양시설이 있는데요. 고층인 만큼 화재 상황에는 문제가 없는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요양시설 내 대피로 바닥을 살펴보니 나무로 만든 구조물이 보입니다.

[이영주 교수/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 상당히 위험한 상태인데요. 급하게 피난하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거나 거기서 체류가 생겨서 다른 사람이 압사 위험도 있고요.]

이 건물에는 지난 5월과 6월 올해에만 두 차례 불이 났습니다.

요양원 설립에 층수 제한이 없다 보니 이처럼 고층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화재에는 취약합니다.

4층에 있는 서울 영등포의 한 요양시설 역시 비상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니 쓰레기와 에어컨 실외기가 통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이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안전 관리에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화재로 22명이 목숨을 잃은 장성 요양병원에는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없었습니다.

[김찬우 교수/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 요양병원은 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제외된 시설이고 일반 의료 시설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서 관리감독이 굉장히 허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신규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이처럼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열이나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역시 의무설치대상입니다.

취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13년 1등급으로 평가한 요양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사고에 대비한 안전 장치와 노인 환자를 위한 복지 시설들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 사용하는 구조대를 설명하는 사이, 창문이 3층에서 그대로 떨어졌습니다. 시설을 잘 갖춘 곳에서도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 보험이 실시되면서 요양원과 요양병원 모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은 그만큼 이뤄지지 못했는데요. 노인을 위한 진정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뿐 아니라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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