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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침묵만..' 프로야구 승부조작의 짙은 그림자

입력 2012-02-17 10:43 수정 2012-02-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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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그림자가 덮친 프로야구는 조용하다. 아니 착 가라앉아 있다.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최대 위기가 될 승부조작은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어마어마한 공포를 주고 있다. 각 구단이 시즌 준비를 시작하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터진 일이어서 더 없이 민감하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 사이에선 승부조작을 화제에 올리는 것이 조심스럽다.

다른 종목 승부조작 브로커가 검찰 진술에서 "프로야구에도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각 구단은 일제히 자체 조사에 나섰다. 지금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말한 선수가 없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있는 KIA의 한 관계자는 "선동열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승부조작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팀 분위기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구단들도 다르지 않다.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부조작을 거론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운 눈치다. 스타급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대해서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한화 김태균(30)은 "드러난 사실이 없으니 승부조작에 대해서 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구단을 통해 전했다. 일본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30)는 일본 언론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대답은 비슷했다. 그는 "승부조작을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입은 다물고 있지만 귀는 열어놨다. 프로야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브리핑이 자주 있고, 각 언론사와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에 불확실한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의 승부조작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검고 거대한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해 6월 터진 프로축구 승부조작은 3개월 수사 끝에 승부조작된 경기가 21차례, 관련 선수가 61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진 뒤에야 마무리 됐다.

프로배구는 지난 13일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 4명을 영구제명했다. "절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 "혈서라도 쓰겠다"던 여자 선수 2명도 16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프로야구도 안심할 수는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잠잠하다.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자 주변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16일 성명서를 내 "선수협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정보는 검찰에 넘길 것"이라고 했다. 일구회는 17일 "아직은 의혹을 받는 수준이지만 승부조작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면 강력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차라리 수사를 받고 진실을 가리자는 움직임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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